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12월 1일 3313.90에서 12월 12일 3484.07로 5.14% 올랐다. 이 지수는 10월엔 32% 상승했다가 11월엔 7.98% 하락했다가 12월 초반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이 기간 에코프로는 9만 3000원에서 11만 1400원으로 20% 올랐다. 12월 8일 에코프로비엠은 장중 18만 90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홀딩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SKC, 에코프로머티로 구성돼 있다.
국내 배터리 셀 제조사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면서 2차전지 종목은 AI 수혜주로 묶였다는 평가다. 지난 10월 13일 엔비디아는 ‘2025 OCP 서밋’에서 AI데이터센터 전력구조 변화를 언급하면서 AI 인프라의 핵심 구성요소로 ESS를 제시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ESS가 주목받고 있다”며 “ESS가 배터리 셀 제조사들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테마성 수급 이슈가 더해졌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월 10일 삼성SDI는 미주법인 삼성SDI 아메리카(SDIA)가 미국의 에너지 관련 인프라 개발·운영 업체에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2027년부터 3년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2조 원이 넘는다. 같은 달 12일 SK온은 포드와 세운 합작사 블루오벌SK를 청산한다고 밝혔다. 테네시 공장은 SK온이, 켄터키 공장은 포드가 단독으로 소유·운영한다. SK온이 테네시 공장의 ESS용 배터리 라인을 확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중국 난징, 올해 6월 미국 미시간 공장에 이어 국내 오창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정부 정책 수혜도 예상된다. 지난 11월 30일 정부는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8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에서 ‘K-배터리 경쟁력 강화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전고체·리튬금속·리튬황 등 차세대 배터리 분야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2029년까지 약 2800억 원을 투입해 산업기술과 원천기술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소재나 핵심광물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해 정부는 내년 공급망안정화기금에 1000억 원을 투입키로도 했다.
#전기차 부진 장기화에 펀더멘탈 개선은 아직
하지만 2차전지 관련주 주가가 내년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최근의 주가 상승이 실질적인 업황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올해 유럽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증가세로 전환되긴 했으나 업황 개선 신호탄이라기보다는 기저 효과의 영향도 있다고 본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가 유지됐으나 감세법(OBBA)이 시행돼 전기차 보조금 제도가 폐지됐다. 내년에도 미국의 전기차 수요는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 부진 장기화는 2차전지 관련주 주가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12월 17일 LG에너지솔루션이 포드와 지난해 맺었던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장기 공급 계약이 포드의 해지 통보로 종료됐다고 밝혔다.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9조 6030억 원 규모 배터리를 생산해 포드의 유럽용 전기차에 공급하려던 LG에너지솔루션의 계획은 무산됐다. LG에너지솔루션 종가는 12월 15일 44만 2500원에서 18일 37만 8500원으로 14% 하락했다. 같은 기간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도 3484.07에서 3137.06으로 9.96% 떨어졌다.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펀더멘탈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엘앤에프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4분기 287.07%에서 올해 3분기 691.75%로 대폭 상승했다. 지난 9월 LFP 신사업을 위해 3000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면서 부채 총액이 늘어난 영향이다. 2차전지 소재 부문 손실이 이어지고 있는 SKC의 올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82.37%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펀더멘탈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할지 판단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장 관건은 4분기 실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진혁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10월 2차전지 관련주가 튀어오르기 시작했다”며 “특히 2차전지 소재 기업들은 여전히 실적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이다. 이들 기업들은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주가가 장기적인 상승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