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기 원내대표는 출발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우선 2025년 6월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 ‘장남 취업 청탁 의혹’이 점화했다. 2025년 6월 10일 MBC는 김 의원 배우자 이 아무개 씨가 2016년 7월 이헌수 당시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에 전화해 “2년 전 우리 아들(장남)이 국정원 필기시험과 체력 시험·면접에 모두 합격했는데, 별의별 핑계로 검증조차 하지 않고 신원조회에서 탈락시켜 젊은 사람 인생을 그렇게 해놨다”고 말한 녹음파일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전 실장은 김 원내대표 배우자에게 신원조사 부분에 문제가 있었는지 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또 경력직 채용에서 김 원내대표 장남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김 원내대표는 6월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2014년경 장남이 국정원 공채 마지막 단계인 신원조사에서 탈락했다가 2017년 다시 지원해서 국정원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국정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의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했다. 국정원도 보도자료에서 “김 의원 아들도 홈페이지 등 대외 채용공고와 공식 선발절차를 거쳐 임용됐고 그 과정에 특혜나 편의 제공은 없었다”고 했다.
원내대표 당선 이후인 2025년 9월 4일엔 ‘차남 대학 편입 개입 의혹’이 불거졌다. 뉴스타파는 김 원내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인 동작구의회 의원을 동원해 차남의 숭실대 편입을 도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숭실대는 동작구에 위치해 있다.
보도에 따르면 2021년 김 원내대표는 숭실대 총장과 일부 보직 교수들을 만난 자리에서 숭실대 편입 방법을 물었다. 2022년 4월 김 원내대표실 보좌진과 한 동작구의원이 숭실대를 상대로 편입 방법을 문의했다. 약 5개월 뒤 이 구의원과 입시 컨설팅 업체 대표가 김 원내대표 차남 편입 방법을 논의한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공개됐다.
차남은 교통 신호·통신 사업을 하는 회사에 입사했고, ‘계약학과’ 과정인 숭실대 혁신경영학과에 편입했다. 계약학과는 산업체와 대학 등 교육기관이 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학위 과정이다. 대학에 입학한 근로자는 업무를 병행하며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차남이 회사에 들어간 후 김 원내대표는 2022년 하반기 상임위를 국방위원회에서 국토교통위원회로 자리를 옮겼다. 국토위는 차남이 일하던 회사의 사업을 발주하는 한국도로공사 등을 맡는 상임위다. 김 원내대표는 국정감사에서 이 회사의 주력 사업 분야인 ITS(지능형교통체계) 관련 질의를 했다. 김 원내대표가 차남을 위해 상임위까지 옮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9월 4일 김 원내대표는 뉴스타파 보도를 정치기획 냄새가 나는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에 따르면 숭실대 측은 차남의 편입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 해당 회사에는 채용사이트를 통해 공채 입사했다. 국감 때 ITS 관련 질의는 다른 의원들도 지적한 사안이며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공공기관 인력감축을 질타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꼬꼬무’ 의혹 쏟아진 12월
2025년 12월 김 원내대표 관련 의혹이 쏟아졌다. 12월 17일 CBS 노컷뉴스는 국정감사를 앞둔 2025년 9월 김 원내대표와 박대준 당시 쿠팡 대표 등이 70만 원 상당의 식사를 했다고 보도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시 쿠팡 측 인사들에게 쿠팡으로 이직한 자신의 전직 보좌관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쿠팡에 임원으로 있던 김 원내대표실 전직 보좌관은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자신이 데리고 있던 보좌관을 잘 봐달라고 민원을 넣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게 또 상식 아니겠느냐. 그런데 그 전직 보좌관에 대해 험담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김 원내대표와 보좌진이 평소 어떤 관계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12월 22일 한겨레는 김 원내대표가 대한항공으로부터 받은 호텔 숙박 초대권을 2024년 11월경 사용했다는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160만여 원 상당의 최고급 객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초대권이었다.
24일에는 김 원내대표 가족이 대한항공으로부터 의전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2023년 8월 김 원내대표 며느리와 손자가 베트남 하노이로 출국하기 약 한 달 전, 김 원내대표 보좌진이 대한항공 관계자에게 두 사람의 항공권 이미지를 보냈다.
김 원내대표 배우자 이 씨가 2023년 11월 13일 대한항공을 이용했을 때 비슷한 취지의 대화가 오간 카카오톡 대화방도 공개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이용 고객에게 제공되는 A 수속 카운터와 프레스티지 클래스 라운지 위치 사진과 이용 방법 등을 올렸다. 이 관계자는 ‘일반석’을 끊은 이 씨가 입장할 수 있도록 조치해 뒀다는 취지의 메시지도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2022년 7월부터 2024년 5월까지 국토위 소속이었고, 2025년 6월까진 정무위원회에 있었다. 모두 대한항공 관련 상임위다. 국토위에서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을 다루고 있었고, 정무위에서는 두 회사 합병에 따른 마일리지 통합안 등이 의제였다. 대한항공과 직무 관련성이 있는 셈이다.
12월 25일에는 병원 의전 논란이 터졌다. 2024년 11월 6일 김 원내대표 의원실 보좌진이 서울 동작구에 있는 보라매병원 관계자에게 김 원내대표 아들의 빠른 진료를 요청했다. 병원 관계자도 빠른 진료를 약속했다. 배우자 이 씨의 안과 진료에 김 원내대표가 신경을 쓰고 있다는 내용을 전하는 문자도 공개됐다.

전직 보좌관 인사 불이익 부분에 대해서는 “쿠팡에 입사한 제 전직 보좌 직원이 제 이름을 팔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앞으로 원내대표실 업무와 관련해서 원내대표실 직원들을 만나거나 제 이름을 이용해서 대관 업무를 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그 과정에서 제가 받은 피해 관련 자료를 보여줬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2025년 12월 23일 “이유 불문 적절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숙박료에 대해서는 “상당히 편차가 크다. 확인 결과 2025년 현재 판매가는 조식 2인 포함 1일 30만 원 초중반”이라고 했다. 숙박 비용에 대해서는 즉각 반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같은 날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있다”며 “청탁금지법은 직무 관련성 여부를 떠나 100만 원이 넘는 금품 수수를 금지하고 있어, 위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병원 특혜 의혹은 부인했다. 2025년 12월 25일 김 원내대표는 입장문에서 “제 배우자, 아들 일로 보라매병원 측에 특혜나 의전을 요청하지도 받은 사실도 없다”고 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아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부상을 입고 귀국해서 응급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보라매병원에서는 다른 사람들처럼 접수 후, 대기실에서 같이 대기하고, 호명되는 순서를 따랐다”고 해명했다.
#막장 폭로전으로
김 원내대표 사건은 폭로전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김 원내대표는 2025년 12월 25일 여러 의혹 뒤에는 자신의 옛 보좌 직원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전직 보좌진들이 사용했던 단체대화방 ‘여의도 맛도리’ 일부 대화 캡처 사진을 공개했다. 여기엔 김 원내대표 배우자 험담, 12·3 비상계엄 당일의 부적절한 대화, 한 여성 동작구 의원 사진을 두고 농담을 주고받는 등의 내용이 나와 있다.
김 원내대표는 2024년 12월 4일 ‘여의도 맛도리’ 대화방을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캡처 사진에 나온 것처럼 내란 희화화, 여성 구의원 성희롱, 의원 가족 비하 등이 있었음을 인지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9일 해당 보좌진 6명을 직권면직했다고 밝혔다.
대화방에 참여했던 보좌진 일부는 귀책 사유가 김 원내대표에게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차남 대학 편입 등 김 원내대표 가족과 관련된 사적인 지시가 비일비재했다고 했다. 그런 사적인 업무 지시에 대한 불만을 비밀 단체 대화방에서 풀었던 것을 김 원내대표가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김 원내대표가 텔레그램 대화방 사진을 올린 직후 입장문을 냈다. ‘여의도 맛도리’ 대화 내역은 김 원내대표 배우자가 당사자 동의 없이 막내 보좌 직원의 계정을 이용해 입수했다고 했다. 해당 대화방의 대화 내용 대부분 업무 관련이라고 반박했다. 김 원내대표 등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과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공익제보 및 보호조치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2025년 12월 2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굉장히 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청래 대표는 같은 날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로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고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는 “며칠 뒤 원내대표가 정리된 입장을 발표한다고 하니 저는 그때까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당 내부에선 김 원내대표가 사퇴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김병기 원내대표가 나름대로 원내대표로서의 역할과 관련해 평가받을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지난번 특검 연장 합의했다가 무산이 됐지만, 무언가를 하려고 했다. 의미 있었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그런데 (비리 의혹 제기로) 타격이 많다”며 “(자리 유지는)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