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벼슬을 마다하고 승려가 돼 전국 방방곡곡 유랑하며 무수한 작품을 남긴 인물로도 기억된다. 1992년 출간된 이문구의 소설 ‘매월당 김시습’으로 매월당의 묵직한 사색의 깊이를 엿볼 수 있었다.

김시습은 조선 전기 문학·사상·예술을 한 품에 품은 인물이다. 시대의 굴레를 넘어 ‘영원한 자유인의 초상’으로 기억되는 인물이다. 절의의 상징이기도 하다.
‘금오신화’를 통해 서사의 가능성을 열었다. 유람의 길 위에서 시대의 균열을 언어로 기록했다. 자유롭게 사유하고 경계를 넘나들었다. 끝내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선을 횡단한 사람이다. 그래서 김시습의 글은 늘 동시대 독자를 시험한다.
‘신편신역 김시습 전집’은 이 시험에 정면으로 답하려는 시도다. ‘전집’은 흔히 과거의 정리를 뜻한다. 이번 전집은 정리에서 한 발 더 나갔다. 텍스트의 기반을 새로 다진 작업에 가깝다. 핵심은 제목에 이미 담겨 있다. ‘신편(新編)’은 새로 편집하고 바로잡았다는 선언이다. ‘신역(新譯)’은 오늘의 독자를 상정한 새 번역이라는 약속이다. 한마디로 바로잡고[新編], 더하고[補完], 새로 옮기는[新譯] 편집 원칙을 따랐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변화는 ‘읽히는 전집’을 위한 장치들이다. 번역문 곳곳에 역자 해설을 덧붙였다. 문장과 시대 사이의 간극을 메우려 했다. 이는 전집이 연구자만의 참고서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김시습을 처음 만나는 독자에게도 길을 내주겠다는 편집적 태도다.
총 6책으로 구성된 이번 전집은 시·문·별집·속집·부록을 한 질로 엮어 김시습의 전모를 조망했다. 2003년 ‘김시습평전’을 펴내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며 ‘김시습 전문가’로 자리매김한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명예교수가 신편신역·주해를 해 전집의 질을 담보하고 격을 높였다.
무엇보다 이 작업이 충남 부여군의 지원을 받아 부여문화원(원장 박종배)과 매월당김시습기념사업회(회장 소종섭)에서 추진했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김시습의 마지막 거처인 부여 무량사와 가까운 자리에서, 한 인물의 언어를 지역의 문화자산으로 복원해 전국 그리고 세계와 다시 연결한다.
소종섭 매월당김시습기념사업회 회장은 “김시습을 읽는 일은 과거를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질문을 더 정확히 만드는 일”이라며 “이 ‘신편신역’ 전집은 그 질문을 위해 가장 단단한 바닥을 제공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