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의 시가총액은 15조 엔(약 140조 원)이다. 창업자 야나이 회장은 현재 일본 제일의 부호로 알려져 있다. 출발은 소박했다. 1984년 히로시마시 뒷골목에 오픈한 저가형 캐주얼 의류점이 훗날의 유니클로 1호점이다. 지금은 일본에만 약 800개 매장, 해외 20여 개국·지역에 2500개가 넘는 점포를 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실적 역시 탄탄하다. 2025년 8월기 연간 매출은 3조 4000억 엔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유럽과 북미 사업은 각각 전 분기 대비 34%, 25% 성장하며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부진한 중국 사업을 메우고도 남는 수준이다.
이 거대한 조직이 지향하는 경영 모델은 ‘한 사람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다. 지역과 사업별 경영 간부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팀 경영’을 목표로 한다. 그렇기에 질문은 더 무거워진다. ‘과연 이 구조의 정상에는 누가 앉게 될 것인가.’
야나이 회장은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지금부터가 성장기”라며 새로운 사업 확대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후계자 문제에 대해서도 원칙은 흔들리지 않는다. 사외에서 전문 경영자를 영입하는 방식은 택하지 않겠다는 것. 그는 “회사를 모르는 사람에게 경영을 맡길 수는 없다. 회사에서 함께 노력해온 사람이 후계자가 된다”고 강조했다.
가족 경영 또한 선택지가 아니다. 야나이 회장은 장남 가즈미와 차남 고지에 대해 “이들의 역할은 경영이 아니라 거버넌스”라고 선을 그었다. “좋은 경영자와 경영팀을 선임하고, 그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가족이 맡아야 할 몫”이라는 설명이다.

2025년 11월 정기 주주총회. 유니클로 사장 쓰카고시 다이스케가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 이사로 선임됐다. 매출 3조 엔이 넘는 기업의 경영진에 합류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인사 소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본 언론들은 “가장 유력한 ‘포스트 야나이’ 후보”라며 “유니클로의 후계 구도가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갔다”고 해석했다.
쓰카고시는 1978년생으로 대학 졸업 후 2002년 패스트리테일링에 입사했다. 입사 전부터 유니클로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이후 점장을 맡는 등 현장을 거쳐 올라온 ‘정통 유니클로맨’이다. 주주총회에서 그는 “고객의 요구를 철저히 분석하고, 고객을 창출하는 경영을 실천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말을 들은 야나이 회장이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는 후일담은 두 사람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장사의 현장을 중시하는 야나이 회장에게, 현장을 몸으로 겪은 쓰카고시는 신뢰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쓰카고시라는 이름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는 해외 사업이었다”고 한다. 그는 중국 사업 COO(최고운영책임자)를 거쳐 2020년 9월, 유니클로 USA CEO(최고경영자)에 취임했다. 북미는 유니클로가 2005년 진출 이후 오랫동안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던 난공불락의 시장이다. 과거 패스트리테일링 사장 후보로 거론됐던 도마에 노부오(현 무인양품 사장)와 야나이 회장의 장남 가즈미 역시 고전했던 곳이다.
입사 이후 무려 18번째 전근지였던 북미에서 쓰카고시는 정면 승부를 택했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렸고, 수익성이 낮은 매장은 과감히 정리했다. 동시에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해 ‘데미지 가공 청바지’ 등 히트상품을 만들어냈다.
성과는 분명했다. 2022년 4월, 그는 “유니클로가 북미 진출 이후 처음으로 연간 실적 흑자를 달성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이듬해 북미 매출은 1639억 엔, 영업이익은 211억 엔으로 전년 대비 각각 43.7%, 91.9% 증가했다. 더욱이 그는 흑자 전환에 그치지 않고, 불과 2년 만에 영업이익을 2배 이상 키웠다. 이 성과를 발판으로 쓰카고시는 2023년 유니클로 사장에 올랐고, 2025년 4월에는 패스트리테일링 COO를 겸임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이사회 합류로 또 한 계단을 올라서게 됐다.

하지만 이 인사만으로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과거에도 ‘유력 후보’들이 등장했다가 무대에서 물러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야나이 회장은 한때 “50세를 넘기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당시 후계자로 거론된 인물은 패스트리테일링 부사장이었던 사와다 다카시였다. 그러나 그는 끝내 차기 사장 취임을 고사했다.
2002년에는 다마쓰카 겐이치(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가 사장 자리를 이었다. 그는 후리스 붐 이후 침체에 빠졌던 실적을 회복 궤도에 올려놓는 데는 성공했지만, 야나이 회장이 기대했던 ‘다음 성장’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결국 2005년 퇴임했고, 회사는 다시 야나이 회장이 사장직을 겸임하는 체제로 돌아갔다. 이 시기의 경험은 이후 야나이 회장의 선택을 더욱 신중하게 만들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흔히 유니클로의 경영을 ‘창업자 야나이 회장의 카리스마’로 설명하지만, 진짜 강점은 그 반대 지점에 있다”고 분석한다. 요컨대 개인에게 의존하지 않으려는 구조화다. ‘내가 없어도 유니클로가 성장하는 구조.’ 그 완성이야말로 야나이 회장이 남기려는 마지막 과제다.
이를 위한 준비는 이미 10년여 전부터 시작됐다. 중심에 있는 조직이 사내 인재 양성 기관 ‘FR-MIC’다. 2009년 설립된 이 조직은 경영 간부 육성을 목표로 출범해, 현재는 사내 교육 전반을 담당한다. 쓰카고시 역시 이 구조를 통과한 인물이다. 2002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점장으로 현장을 경험했고, 이후 FR-MIC 부장으로 차세대 경영자 육성의 한가운데를 거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결국 쓰카고시의 등장은 ‘누가 이을 것인가’가 아니라, 유니클로가 어떤 방식으로 다음 페이지를 준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짚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