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SK실트론의 SiC 웨이퍼 사업은 2024년 108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지난해 실적도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두산그룹이 계속 사업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SiC 웨이퍼, 차세대 먹거리로 기대 높지만…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아직 SK실트론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당초 빠르면 지난해 말까지 주식 매매 계약(SPA)을 체결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렇게까지 속도가 붙지는 않았다. 당연히 SiC 웨이퍼 사업에 대한 분석도 끝나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사업에 대한 증권가의 기대치는 높다. DS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발간한 (주)두산에 대한 보고서에서 SiC 웨이퍼 사업과 관련한 증설이 완료되면 EBITDA(이자비용,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 상각비 차감 전 이익)가 6000억 원대에서 1조 원대로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실트론이 구미 300mm 웨이퍼 신공장과 미국 미시간 SiC 웨이퍼 공장에 총 3조 1000억 원대 증설을 추진 중이며, 완공 시 구미는 생산능력이 2배, 미시간은 10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내놓은 수치다.
SiC 웨이퍼는 차세대 전력 반도체의 핵심 소재로 실리콘 웨이퍼 대비 약 10배의 고전압과 3배의 고온 환경에서도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발전용 전력 반도체의 핵심 소재인데, SiC 웨이퍼로 만든 전력반도체를 전기차에 적용할 경우 인버터 모듈의 무게와 부피를 40% 이상 줄일 수 있어 주행거리는 7.5% 증가하고 충전시간은 75% 단축된다. 글로벌그로스인사이트는 지난해 약 13억 5000만 달러로 추산되는 SiC 웨이퍼 시장이 2033년까지 4.2배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다소 보수적인 의견이 나온다. 재료 가격이 높은 데다 제조 과정이 훨씬 복잡하고, 결함률이 높아 어지간해서는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적지 않다. 전기차 판매량이 생각보다 미진해 후발주자인 SK실트론에까지 수익성이 도달하기는 한참 걸릴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 분야의 강자는 미국 울프스피드(Wolfspeed)와 코히런트(Coherent), 일본 SI크리스탈 등이 꼽힌다. SK실트론 뒤에는 정부 지원 속에 수율이 낮더라도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반도체를 주로 투자하는 한 IB업계 관계자는 “SK그룹에서조차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최고위층의 의지가 없었다면 한창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반도체 위기론이 컸던 2022년~2023년 해당 사업을 포기했을 것”이라며 “SK실트론이 처음 매물로 나왔을 때 인수 후보였던 사모펀드 한앤컴퍼니 또한 만약 SK실트론을 인수했다면 사업 포기가 유력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SK그룹 이탈…그래도 ‘2대주주 최태원’은 안전장치
국내 유일의 웨이퍼 제조회사인 SK실트론은 그동안 주인이었던 재벌 대기업들이 육성 의지를 갖고 있음에도 수차례 주인이 바뀐 안타까운 역사가 있다. 1981년 동부그룹 계열사 삼척산업(동부산업)이 미국 몬산토와 합작한 코실이 전신으로, 1990년 LG그룹이 동부전자통신을 인수하면서 LG그룹 계열사가 됐다.
하지만 LG 체제에서는 좋은 일이 없었다. 오랜 기간 업황 부진으로 고전했고, 보고펀드(현 VIG파트너스)가 투자했다가 국내 사모펀드 역사에서 당시 기준으로는 전무후무한 투자 실패를 맛봤다. 그러다가 2017년 SK그룹 품에 안기면서 가까스로 정상화했다.
SK그룹 아래에서 살아나긴 했지만, 재무 여력만 놓고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SK실트론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채총계가 3조 3661억 원으로, 부채비율 102.7%를 기록하고 있다. 9월 말까지 매출액 1조 2546억 원, 영업이익이 2564억 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채 총량은 꽤 되는 셈이다.
신용평가사들은 두산이 SK실트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일제히 신용등급 하향 조정 요인이라고 코멘트했다. 한국기업평가 박원우·하현수·송종휴 연구원은 “SK실트론의 자체 신용도와 두산 신용도 간 격차가 크지 않다”면서 “최대주주가 변경될 경우 현재 반영돼 있는 유사시 계열 지원 가능성을 적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기평은 현재 SK실트론에 회사채는 A+, 기업어음엔 A2+를 부여하고 있다.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SK그룹과 완전한 결별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SK실트론 지분 29.4%는 매각하지 않고 남겨둔다. 그룹 총수가 다른 대기업 집단으로 넘어가는 기업의 2대 주주로 남는 셈이다.
언젠가는 최 회장 지분 또한 매각할 가능성이 있지만 당장은 2대 주주로 남는 만큼, SK하이닉스를 비롯한 SK그룹 계열사들과 협력 관계가 탄탄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SK실트론과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최태원 회장 지분을 연결고리로 SK하이닉스의 공급처 다변화 전략 및 단가 인하 압박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두산그룹, 추가 M&A 나설 것이란 전망
이번 인수로 재계에서는 두산그룹이 반도체 그룹으로 탈바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두산은 본사 내 전자 사업 부문(BU)이 인공지능(AI) 가속기용 하이엔드 동박적층판(CCL) 사업을 하고 있고, 두산테스나를 통해 반도체 후공정(웨이퍼 및 패키징 테스트) 사업을 영위 중이다.
두산이 두산테스나를 인수한 2022년은 두산그룹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자구안을 이행하고 있을 때라 ‘왜 인수에 나섰는지’ 물음표가 붙었다. 심지어 당시 두산테스나 실적이 악화해 있을 때라 부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룹 차원에서는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및 반도체 밸류체인 확대가 긍정적이지만, 사업 확장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나서게 될 SK실트론은 입장이 미묘하게 다르다. SiC 웨이퍼 사업에도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SK실트론 입장에서는 또 다른 대규모 투자 ‘가능성’은 가능성 자체만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두산은 SK실트론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두산로보틱스 지분 일부를 유동화해 약 1조 원을 조달하지만, SK실트론 몸값이 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가적인 자금 마련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SK실트론의 자산이 두산그룹의 자금 마련에 담보로 제공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두산그룹은 “인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현 시점에서 따로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master@ilyo.co.kr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