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지금, 보수 정권에서 경제 수장을 맡았던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2025년 12월 30일 오전 광화문 교보생명빌딩에서 만났다. 유 전 부총리는 2015년 국토부 장관을 지냈고 같은 해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 임명돼 박근혜 정부 마지막 경제 사령탑을 맡았다. 현재 유 전 부총리는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다.

2025년 연말을 맞아 한국 경제의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잇따라 발표됐다. 인터뷰 전날인 12월 29일 한국의 2025년 연간 수출액이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77년 만에 7000억 달러를 넘겼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은 미국(2000년), 독일(2003년), 중국(2005년), 일본(2007년), 네덜란드(2018년)에 이어 수출 7000억 달러를 돌파한 6번째 나라가 됐다. 인터뷰 당일 한국거래소가 내놓은 ‘2025년 증권시장 결산’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상승률은 75.6%로 주요 20개국(G20)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에도 유일호 전 부총리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재명 정부의 6개월간 경제 성적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첫 번째 질문에 유 전 부총리는 “지금처럼 대외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대응에 급급할 수밖에 없어서 현 정부의 경제 성적을 논하긴 어렵다”며 입을 뗐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가장 긍정적인 경제성과를 꼽아달라는 두 번째 질문에도 유 전 부총리는 말을 아꼈다.

원·달러 환율 상승과 관련해서도 유일호 전 부총리는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1500원 선을 위협할 정도로 뛰면서 ‘제2의 외환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관련해서는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전 부총리는 재직 시절 “정말 큰일 났다고 말하는 것이 우리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 것”이라는 말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비관적인 것만 믿으면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뜻에서 했던 말”이라며 “외환보유고를 고려했을 때 외환위기를 언급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들의 규제를 과감히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 유일호 전 부총리의 생각이다. 이재명 정부의 6대 개혁 과제엔 ‘규제 개혁’이 포함돼 있지만, 아직은 구체성이 잘 안 보인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유 전 부총리는 “규제개혁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완화한 법도 많지만 건드리지 못한 규제는 더 많다. 유통산업발전법이 그 예다. 규제를 완화해도 모자랄 판에 기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라며 “환경영향평가를 하듯 입법을 할 때 규제영향평가를 의무화하면 규제가 정말 필요한지를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혼재돼 있는 가운데 유일호 전 부총리는 정책의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리는 인하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겠지만 관건은 타이밍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부채 문제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해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다. 1월에 돌발변수가 없으면 당장 금리 인하를 하지는 않겠지만, 미국이 올해 두세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서면 우리 정부도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혜훈 장관 지명, 재정 건전성 방점 해석은 무리”
유일호 전 부총리는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에 대해선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유 전 부총리는 “민생회복지원금을 주는 정책은 찬성할 수 없다. 잠재성장률은 희생하더라도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의도면 모르겠으나, 민생회복지원금이 승수 효과를 불러와 경제 체질을 높일 수는 없다. 부가가치세·소득세·법인세 등 어느 분야 세금을 과감하게 증세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연구개발(R&D) 혹은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중 철도나 항만 등 꼭 필요한 분야를 선별해 재정을 지출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유일호 전 부총리는 연금 개혁의 필요성도 피력했다. 지난해 초 국민연금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2033년까지 13%로 높이기로 했다.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은 지난해 기준 41.5%에서 올해부터 43%로 오른다. 하지만 국민연금 모수개혁 결과를 반영해도 국민연금은 2030년 수입 72조 5000억 원, 지출 77조 원으로 적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 전 부총리는 “국민연금의 균등급여(재분배급여)는 조세를 기반으로 분리하고, 나머지는 ‘내가 낸 만큼 받는’ 소득비례 연금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괜찮은 방법 중 하나”라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