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부동산 시장은 초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대비 8.1% 증가한 727조 9000억 원 규모의 정부 예산안은 시중 유동성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고환율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은 실물 자산인 부동산의 선호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고강도 대출 규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자금 조달의 문턱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출 규제에도 자금 여력이 충분한 수요층이 집중되는 수도권 핵심 지역으로 확대된 유동성이 유입되면서 양극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2025년 서울 주택 가격이 누적 10% 이상 급등한 상황에서 정부의 규제 정책이 오히려 ‘똘똘한 한 채’ 선호 심리를 자극해 전국 유동성이 서울 핵심지로 집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 리서치랩장은 “청약 시장에서 확인되듯 고강도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현금 동원력을 갖춘 자산가들의 매수세가 이어지며 초과 수요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6·27 및 10·15 대책 등 정부의 수요 억제 기조는 2026년에도 지속될 것이며, 시장 불안이 잡히지 않을 경우 대출 한도를 더욱 제한하는 추가 규제가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2026년에는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본다. 과거 서울 25개 구 중 과반이 유망 지역이었다면, 앞으로는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신축 등 극소수 핵심지로 부가 응집되는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라며 “앞으로 지역별·상품별 세분화를 통해 더 철저한 옥석가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2025년 정부의 강력한 규제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상급지 부동산 시장은 가격 조정 대신 ‘매물 회수’라는 강력한 버티기로 응수했다. 실제로 현장의 매물 잠김 현상은 이미 극심한 수준이다. 서울 주요 상급지에서는 수십억 원짜리 아파트를 집 내부도 확인하지 못한 채 계약금을 입금하는 이른바 ‘깜깜이 매수’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낙 수급 불균형이 심각해 철저한 매도자 우위 시장이 공고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송승현 대표는 “과거에는 수요와 공급 비율이 1 대 1 수준이라 층수나 전망, 면적 등을 꼼꼼히 따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수요자 100명이 매물 1~2개를 두고 경쟁하는 ‘100 대 1’의 시장”이라며 “물건이 나오면 고민할 새 없이 바로 계약해야 할 만큼 수급난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시중에 유동성은 여전히 넘쳐나는데, 입주 물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기준금리가 급격히 인상되지 않는 한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내놓을 이유가 전혀 없다”며 “2025년 서울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면 2026년에는 이렇게 높아진 시세 기준점에 맞춰 서울 외곽과 수도권 주요 지역 아파트들이 가격 격차를 좁히는 갭 메우기 상승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세의 월세화’ 가속…임대차 시장이 최대 뇌관
2026년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뇌관으로 꼽히는 것은 임대차 시장이다. 이미 2025년 6·27 대책부터 시작된 정부의 전방위적 대출 옥죄기가 기존 유주택자들의 갈아타기 퇴로를 차단하면서 구축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설상가상으로 10·15 대책을 통해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고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자,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원천 봉쇄되며 임대 매물이 가파르게 감소했다.
임대차 시장의 지각변동은 구체적인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 12월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11월 서울 주택 전월세 통합지수는 전월 대비 0.52% 상승하며 2015년 11월(0.53%)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세 매물 품귀는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2024년 말 50%대(57.6%)에 머물던 서울의 월세 거래 비중은 2025년 2월 사상 처음으로 60%를 돌파(60.14%)한 뒤, 지난 10월까지 9개월 연속 60%대를 웃돌며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문제는 2026년부터 본격화될 ‘공급 절벽’이다. 2026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21만 가구로 전년(28만 가구) 대비 25%나 급감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주거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의 입주 물량은 11만 가구에 그쳐, 평년 수준(15만~20만 가구)을 크게 밑도는 수급 불균형이 예고돼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2026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1.3% 오르는 동안, 전세가격은 그 두 배를 웃도는 2.8%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서울(4.7%)과 수도권(3.8%)의 전·월세 가격 폭등이 예상돼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은 한계치에 다다를 전망이다.
윤지해 리서치랩장은 “전세 상품이 희소해지면서 수요자들은 ‘비싼 월세를 낼 것인가’, 아니면 ‘영끌해서 은행 이자를 낼 것인가’라는 두 가지 선택지 앞에 놓이게 됐다”며 “자산이 3억 원 이내인 서민들은 결국 월세나 반전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물가 상승이 즉각 반영되는 월세 시장의 특성상 주거비 고통은 해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시장 안정화를 위한 해법으로 ‘단기 주택 공급’의 필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아파트 공급은 물리적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즉각적인 입주가 가능한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부문의 규제를 풀어 숨통을 틔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피스텔은 LTV(주택담보인정비율) 70%가 적용돼 자금 조달이 용이하고, 바닥 난방과 발코니 등 아파트와 유사한 주거 환경을 갖춰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주목받고 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오피스텔이나 빌라는 실거주보다는 전·월세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 상품의 성격이 강하다. 이들에 대한 매수 수요를 인위적으로라도 유발해야 민간 임대 물량이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서민들이 머물 수 있는 전·월세 시장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며 “일정 면적 이하의 비아파트 주택은 주택 수 산정에서 배제하고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규제도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의 부동산업계 관계자 역시 “기존 세입자들의 갱신 수요도 늘어나면서 신규 전세 매물은 더더욱 씨가 마르고, 신규 진입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장벽은 높아지는 악순환이 형성됐다”며 “무주택 서민들이 ‘각자도생’으로 내몰리지 않으려면 정부가 아파트 공급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빌라 등 저층 주거지의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수요를 분산시키는 정책적 혜안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