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2025년 사상 처음으로 4000을 넘겼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전 세계에서 변동성이 심한 편이다.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특정 분야에 편중됐다 보니, 경기가 안 좋을 땐 기업 이익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호황 국면에서는 빠르게 회복되는 양상을 보인다. 산업 특성이 주식 시장에도 영향을 줘 지난 10년간 코스피 지수가 2000선에서 횡보를 했다. 현재는 반도체가 호황 국면에 들어온 데다 상법 개정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첫 단추를 끼우면서 하방 경직성이 만들어졌다. 앞으로 코스피 지수의 저점이 과거보다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2026년 ‘코스피 5000’은 달성 가능할까.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하고 반도체 업황이 당분간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반도체 사이클이 꺾일 수 있는 2027년 이후가 진짜 관건이다. 그 시점에 거버넌스 개혁 모멘텀이 계속 이어질지 아니면 후퇴할지에 따라 지수는 5000을 찍더라도 다시 3000선으로 내려갈 수 있고, 반대로 6000선으로 오를 가능성 모두 열려 있다.”
—2025년 코스피 지수를 끌어올린 주역은 외국인 투자자들이었다. 이들이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는가.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첫 번째는 투자자 보호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시장에 ‘법 위에 재벌 기업이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경우다. 이미 걱정은 쌓이고 있다. 최근 이마트가 신세계푸드 공개매수 가격을 장부가격에도 미치지 않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의 0.59배에 책정해 다수 소액주주가 손실을 떠안게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두 번째 조건은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는 것이다. 다만 2026년에 당장 반도체 사이클이 꺾일 것 같지는 않다.”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은 환율 움직임 하나하나에 그렇게 예민하지는 않다. 원화가 약세가 되면 달러 기준으로는 손해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한국 기업 수출 경쟁력이 늘고 이익(달러 표시 매출)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다. 또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효과도 있어,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크게 문제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만 아시아 통화 대비 과도하게 원화 가치가 하락하지는 않게끔 관리는 필요하다.”

—2026년 1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내용을 담은 3차 상법개정안 통과가 예상된다.
“겉으로는 규제를 강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예외 조항을 늘리고 시행을 미루면서 법의 취지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근로자 복지를 명분으로 한 예외라도 지배주주나 대표이사(CEO)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는 차단해야 한다. 특히 ‘경영상 목적’처럼 모호한 표현은 악용 소지가 큰 만큼 경계가 필요하다. 시행은 늦어도 6개월에서 2년 안에는 이뤄져야 한다.”
—자사주 소각 외에 2026년에 추가로 논의돼야 할 제도나 법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일정 지분 이상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될 경우 일반 주주들에게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동일한 가격으로 공개매수를 실시하도록 하는 ‘의무공개매수 제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해외처럼 인수 시 100% 공개매수를 원칙으로 해야, 지배만 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관행을 끊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 의무공개매수 비율을 100%로 설정하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중국과의 경쟁이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에서 이것저것 손대는 식의 다각화는 오히려 기업의 체력을 약화시키고 부채만 늘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빅테크 중 골프장을 갖고 있는 회사는 없다. 성장에 필요한 건 사업 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경쟁력이 있는 핵심 분야에 100% 지분을 확보한 상태로 집중 투자하는 것이다. 일부 지분만 인수해 경영권만 행사하는 관행은 책임 없는 확장을 낳았고, 그 결과 과도한 기업 부채로 이어졌다. 시가총액을 키우고 재무구조를 튼튼히 해야 대규모 투자와 글로벌 경쟁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해외 상장을 막기보다는 일본 소니나 대만 TSMC처럼 국내와 해외에 동시 상장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자회사 상장을 아예 금지하는 것도 해법은 아니다. 자금 조달이나 기업가치 제고가 필요한 예외적 상황은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소액주주 보호 장치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2024년 소니는 자회사인 소니파이낸셜을 상장시키면서 자회사 주식의 약 80%를 모회사 주주들에게 배분했다. 이런 방식을 제도화해 국내 증시 상장을 유도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에 투자자 보호 정책이 도입돼도 기업들이 지키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그 배경은 무엇인가.
“제대로 된 자본시장 개혁을 위해선 법·제도 개선 같은 톱다운 개혁뿐 아니라 기업 스스로의 태도 변화가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 지난 정권에서 도입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은 설계는 잘 됐지만, 실제로는 많은 대기업이 형식적으로 대응하거나 아예 참여하지 않으면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제도를 피해 가는 데 익숙한 기업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원칙) 강화 논의와 맞물려 밸류업 프로그램을 제대로 가동되게 해 자본시장 개혁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