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형우는 자신의 세 번째 FA 계약을 KIA가 아닌 삼성과 2년 최대 26억 원에 계약하면서 10년 만에 친정팀으로의 복귀를 결정했다. 최형우의 삼성행 발표에 대부분의 KIA 팬들은 안타까움을 토로했고, 삼성 팬들은 ‘삼성 왕조’를 일궜던 최형우의 복귀를 뜨겁게 반겼다.
최형우는 전주고 졸업 후 2002년 삼성 유니폼을 입었지만 3년 만에 방출 당한다. 이후 공사장에서 막노동 일로 생계를 유지했는데 군 문제 해결을 위해 막 창단된 경찰야구단에 입단한 결과가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이루게 했다.
2군 리그에 소속된 경찰야구단에서 최형우는 타격 7관왕에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여러 팀에서 그를 영입하려고 했지만 가장 많은 연봉(5000만 원)을 제안한 삼성행을 결정한다. 방출 당한 팀에 실력으로 재입단한 셈이다. 최형우는 삼성에서 4번 타자로 맹활약하며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이끌다 2017년 FA를 통해 KIA로 이적했다. 당시 최형우는 KIA와 계약 기간 4년에 계약금 40억 원, 연봉 15억 원 등 총 100억 원의 계약을 맺었는데 이 규모는 KBO 리그 FA 사상 최초의 ‘공식적인’ 100억 원 계약이었다. 그랬던 그가 KIA에서 9시즌을 뛰면서 두 차례 통합 우승을 이뤘고, 세 번째 FA를 맞이해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43세의 나이에 말이다.
지난 1월 초 광주에서 최형우를 만났다. 최형우는 아직 대구에 집을 구하지 못해 광주에 머물고 있었다. 그동안 광주에서 전세살이를 하다 2025년에 처음으로 집을 장만했는데 1년 만에 대구로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 복잡 미묘했다고 말한다.
“삼성과 FA 계약 후 처음에는 KIA를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슬픔이 컸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후련해지면서 감정이 정리됐고, 삼성으로의 복귀를 떠올리며 설렘과 기쁨을 동시에 느꼈다. 지금은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지난 연말은 감정 소모가 가장 심했던 시간들이었다.”

“제일 중요했던 건 나라는 사람을 인정해주길 바랐다. 나이가 많든 적든 말이다. 나이가 많은데 아무 것도 한 게 없다면 당연히 존중을 받아서도, 인정을 받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나는 KIA에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바라는 ‘인정’은 욕심을 부린 인정이 아닌 적당한 인정이었다. 그걸 원했다. 그게 계약 기간이 될 수도 있고, 돈이 될 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최형우는 자신의 에이전트를 통해 KIA와의 협상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오래 전부터 약속된 아내와의 일본 여행을 앞두고 심한 갈등과 번민의 시간을 보냈다고 토로한다.
“아내와 1년에 딱 한 번 시즌 마치고 여행을 가는데 그 일정은 8개월 전에 예약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KIA와의 협상이 여의치 않다는 걸 알고 일본에 가지 않으려 했다가 그냥 머리나 식히고 오자고 해서 어렵게 떠난 여행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최악의 여행이었다. 아내는 호텔에서 계속 울기만 했다. KIA와 협상이 안 됐고, 우리는 KIA의 제안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고, 그렇다면 팀을 떠나야 하는 건데 어디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물론 삼성 관련 소문은 들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에이전트가 삼성 관계자와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후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KIA와의 최종 협상이 결렬됐을 때 서운함이 컸다고 한다. 하지만 최형우는 KIA 구단의 입장도 이해했다. 올해 43세가 되는 야구 선수와 FA 계약 협상에 미래의 기대치를 어떻게 담아야 할지 KIA 구단도 힘들었을 것이라며 이해의 폭을 넓혔다.
“그동안 세 차례의 FA와 1+1년의 비FA 다년 계약을 경험했는데 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야구를 하고 있을 줄 몰랐다. 계약을 하면 할수록 나이가 있다 보니 나와의 계약은 전례가 없는 상황에서 진행된다. 나이 마흔세 살이 되는 선수가 다시 FA 계약을 하리라 누가 생각이나 했겠나. 전례가 없다 보니 구단도 고민이 컸을 것이다. 그 점은 이해됐다.”
최형우는 아내와의 일본 여행 중 KIA 구단의 최종 오퍼에 변화가 없음을 알고 헤어질 결심을 굳혔다. 이후 최형우 측도 빠르게 움직였다. 왜냐하면 삼성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FA 신청할 때 삼성으로부터 연락이 올 거라고는 생각조차 안 했다. 이번에 삼성으로 복귀하게 된 건 거의 (구)자욱이가 내 계약을 해준 거나 다름없다. 자욱이가 인터뷰 때마다 나를 거론했고, 구단에도 강력한 의사를 전했다고 들었다. 그런 점들이 삼성에서 최고령 선수인 나를 데려가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의 협상은 에이전트인 김동욱 대표가 맡았다. 그런데 서울의 한 호텔에서 김 대표와 삼성 이종열 단장이 만나는 모습을 구자욱이 목격하게 된다. 그때 구자욱은 최형우에게 전화를 걸어 “형! 여기 호텔에서 이종열 단장님과 형의 에이전트 대표님이 만나고 있어”라고 전했다고 한다.
최형우는 이종열 단장에게 직접 연락을 받은 건 없었다. 최형우가 이 단장을 공식적으로 처음 만난 건 12월 3일 서울의 삼성 구단 사무실에서 계약하고 사진 찍을 때였다. 이날 삼성은 최형우와의 2년 FA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공식 발표가 나기 전부터 여러 매체에서 내가 삼성과 계약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런데 그때까지만 해도 에이전트가 구단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황이었다. 12월 2일 한 시상식에 참석했다가 기자들로부터 삼성과의 계약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곧 아실 것 같다”라고 말했지만 그때도 계약이 안 된 상태였다. 만약 그때 계약을 이미 했었다면 내 성격상 시상식 무대에서 수상 소감으로 솔직하게 털어놓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는 진짜 계약하기 전이었다.”
최형우는 삼성과의 계약이 공식 발표된 후 많은 야구인들로부터 전화와 문자를 받았지만 아예 연락을 하지도, 받지도 않았다고 한다. 10년 만의 친정팀 복귀에 대한 기대보다 KIA를 떠나는 데 대한 슬픈 감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후 마음을 추스르고 KIA 후배들을 만나며 이별의 아픔을 주고받았고, 후배들의 건승을 진심으로 빌었다.
최형우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는 12월 9일 있었던 골든글러브 시상식 수상 소감으로 드러났다. 당시 최형우는 KIA 선수들 이름을 언급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양)현종이, (고)종욱이, (김)선빈이, (김)태군이, (나)성범이”라고 말하다 잠시 말을 잇지 못했을 정도다. 그는 후배들에게 “그동안 고마웠다. 추억이라는 게 있으면 그걸 묻고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하다보면 다시 만날 날이 오니까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로 KIA 선수들에게 애틋한 감정을 전했다.
“정말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 같다. 이별의 슬픔이 시간이 지나면서 가라앉았고, 어느 순간부터는 설렘과 기대가 생기더라. 이 겨울에 이런 설렘을 느끼는 게 정말 오랜만이다. 새로운 동생들을 만난다는 설렘도 있고, 삼성 팬들을 다시 만날 거란 기대와 라이온즈파크의 타석에 처음 들어섰을 때 어떤 감정이 들지도 궁금하다. 원래 스프링캠프 마치고 시범경기 치르면서 다가오는 개막전에 설렘을 갖기 마련인데 이 나이에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참 행복하다.”
최형우는 1월 14일 삼성의 스프링캠프지인 괌으로 먼저 들어가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최형우와 동행하는 선수는 강민호와 류지혁이다. 구자욱이 함께 했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구자욱은 WBC 대표팀의 사이판 캠프에 합류한 터라 이후 대표팀 훈련을 마치고 삼성의 괌 캠프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