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부는 북한에 무인기를 침투시킨 주체를 특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파주에서 CCTV 분석과 목격담 등을 토대로 무인기 운용 주체를 특정했다”고 전했다. 특정 민간단체가 무인기를 운용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단독] 북한에 무인기 날린 민간단체 특정…관련 수사 본격화)
군 안팎에선 2025년 11월 경기도 여주 일대에서 추락한 무인기가 북한이 격추시킨 뒤 공개한 무인기와 유사한 기종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는 중국 스카이워커 ‘타이탄 2160’ 모델로 추정된다. 이는 여주에서 발견됐던 무인기와 동일 기종이다. 여주에 무인기가 추락했을 당시, 군과 경찰은 대공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여주 무인기 추락과 북한이 주장하는 무인기 영공 침범을 동일인 소행으로 보는 시선이 제기되기도 했다. 여주 무인기 추락 당시 검거된 A 씨는 무인항공기를 연구하는 대학원생이었다. A 씨는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주장과 관련한 엄중하고 신속한 수사를 지시했다. 수사를 위해 경찰 20여 명과 군 10여 명으로 이뤄진 TF팀이 꾸려졌다. TF팀은 북한이 주장하는 영공 침범 사건과 여주 무인기 추락 사건 연관성에 대해 회의적 반응이 우세하다고 한다. 이미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송치된 상황서 또 다른 무인기를 날렸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다.
무인기가 어떻게 대한민국 방공망을 뚫고 북한 영공을 비행할 수 있었는지도 의문점으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고 봤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일요신문에 “무인기는 가로 1.5m 크기 정도만 돼도 감시장비로 탐지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면서 “새 떼와 구분하는 것 또한 어렵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휴전선 근처에서 발견되는 독수리만 하더라도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보다 크기가 크다”면서 “무인기와 새를 실질적으로 구분하기 어렵고, 새 무리가 날아가는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무인기가 날아가는 것을 눈감거나 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에 북한서 발견된 무인기는) 부품들이 출처를 추적하기 어려운 것으로 돼 있다”고도 했다.
북한은 이번 사건을 공개하면서 무인기가 북한 영공에 침범한 목적을 ‘중요 시설 공중 정찰’로 의심했다. 무인기 영공 침범이 주권침해이자 도발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성명에 따르면, 북한 측은 “1월 4일 국경 대공 감지 근무를 수행하던 우리(북한) 군부대들은 인천시 강화군 송해면 하도리 일대 상공에서 북쪽 방향으로 이동하는 공중 목표를 포착하고 추적했으며, 영공 킬로미터 계선까지 전술적으로 침입시킨 다음, 특수한 전자전 자산들로 공격해 개성시 개풍구역 묵산리 101.5고지로부터 1200미터 떨어진 지점에 강제 추락시켰다”고 했다.
북한 측은 “추락된 무인기에는 감시용 장비들이 설치돼 있었다”면서 “정보 및 수사 전문기관들에서는 추락한 무인기의 잔해들을 수거해 무인기 비행계획과 비행이력, 기록된 촬영 자료들을 모두 분석했다”고 했다.
북한이 주장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 무인기는 1월 4일 12시 50분경 인천시 강화군 일대에서 이륙한 뒤 북한 영내 개성시 개풍구역, 황해북도 평산군, 금천군 일대를 지나 다시 개풍구역을 거쳐 판문구역, 장풍군을 거쳐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까지 총 156km 거리를 100~300m 고도서 3시간 10분 동안 비행하면서 북한의 ‘주요 대상물’을 촬영하도록 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측은 “이 기회에 한국이 지난해(2025년) 9월에 무인기를 공화국(북한) 영공에 침입시켜 중요 대상물들을 감시 정찰한 도발 행위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또 다른 무인기 영공 침범 이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측은 “2025년 9월 27일 11시 15분경 한국의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일대에서 이륙한 적 무인기는 우리(북한) 측 지역 황해북도 평산군 일대 상공에까지 침입했다가 개성시 상공을 거쳐 귀환하던 중 (북한) 제2군단 특수 군사기술 수단의 전자공격에 의해 14시 25분경 개성시 장풍군 사시리 지역 논에 추락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그때 추락한 무인기도 이번에 추락한 무인기와 마찬가지인 고정익 소형 무인기로 500m 이하 고도에서 최대 6시간 비행할 수 있고, 동체 밑부분에 설치된 고해상도 광학 촬영기로 지상 대상물들을 촬영할 수 있는 명백한 정찰 수단이었다. 적용된 통신 및 항법방식, 입력된 비행계획, 기록된 비행 이력과 촬영 자료 등은 해당 무인기가 공중 정찰을 감행했으며 그를 위해 특화돼 있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
북한 측은 “해당 무인기 촬영 기록 장치에는 우리(북한) 지역 중요 대상물들을 촬영한 5시간 47분 분량 영상 자료들이 들어 있었다”면서 무인기 영공 침범 목적이 ‘공중 정찰’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앞에서는 우리와의 의사소통을 위해 ‘바늘 끝만한 구멍이라도 뚫어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우리에 대한 도발행위를 멈추지 않는 한국이라는 정체에 대한 적대적인 인식을 가지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줬다”면서 “한국이라는 정체는 변할 수 없는 가장 적대적인 우리의 적이고, 덤벼들면 반드시 붕괴시킬 대상”이라고 했다.
총참모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와 한국 정부를 비교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성명엔 “끼예브(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미치광이들과 판에 박은 듯 닮고 뺀 것들”이라면서 “국제사회는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격화의 근원, 무력 충돌 위험 근원이 어디 있는지를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했다.

김여정은 1월 13일 조선중앙통신에 ‘아무리 개꿈을 꿔도 조한관계(남북관계)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제목 담화를 내놨다. 김여정은 “서울이 궁리하는 조한관계 개선이라는 희망 부푼 여러 가지 개꿈들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전부 실현 불가능한 망상”이라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북 대화 채널이 복구될 수 있다는 전망과 관련해 선을 그었다.
김여정은 “서울 당국은 공화국의 주권침해 도발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며 재방방지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라면서 “도발이 반복될 때에는 감당 못할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 장관 발언에 앞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1월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유엔군 사령부를 통해 남북공동조사 제안을 해볼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남북 대화채널 복구로 이어지는 주춧돌이 될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표출되는 양상이다. 북한이 현장에서 발견된 결정적 증거인 무인기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진위 파악을 위해 공동 조사를 제안하며 남북 대화채널을 자연스럽게 복구하는 시나리오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당국이 남북공동조사 제안 및 대화채널 복구에 대한 합의를 시도하는 과정서 조사 결과 발표 타이밍을 조절할 여지가 있다”고 바라봤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도발’이라 규정한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 삼아 남북 대화 테이블을 복구하려는 정부의 방향성이 재확인되는 기류가 포착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본궤도에 올려놓은 뒤, 내부 선전에도 불을 붙여 놓은 상황”이라면서 “무인기 사건 공동조사 제안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