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러질 듯하면서도 기사회생하곤 했던 장동혁 대표는 선명성 전략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결국 믿을 건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지원해준 강경 지지층이라는 것이다. 장 대표는 당원 중심의 정당을 외치면서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사람이 리더를 맡아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선명성을 앞세운 보수 적자론이다.
장 대표는 선명성과 함께 정통성도 강조한다. 한 전 대표가 검사 재직 당시 보수 궤멸에 관여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본인이 보수 정당 계승자라는 것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한 전 대표가 검사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로 보수 진영을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장 대표가 ‘쌍특검 단식’을 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방문으로 단식을 종료한 것과 관련, 정치권에선 보수의 계승자 이미지를 노린 행보로 풀이한다. 박 전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 단식 중단을 설득한 장면은 장 대표의 보수 진영 내 입지를 강화하고, 지지층 결집을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는 게 장동혁 지도부의 자체 분석이다.
장동혁 지도부를 지지하는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박 전 대통령 방문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장 대표의 권위에 힘이 실린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핵심 지지층, 즉 집토끼들은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정통성 있는 리더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고 했다.
장 대표는 집토끼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면서도 지지 세력 확장, 즉 산토끼 잡기에도 나설 전망이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다. 선거에 패배하면 장 대표 거취는 불투명해진다. 반면,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경우 장 대표는 당분간 원톱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연장선에서 장 대표 핵심 측근으로 불리는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월 9일 내놓은 발언은 남다른 주목을 받았다. 김 최고위원은 2월9일 보수 유튜브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자유대총 연합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윤 어게인을 외쳐서는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장 대표도 2월 2일 의원총회에서 “계엄 옹호, 내란 동조, 부정 선거와 같은 ‘윤어게인’ 세력에 동조한 적이 없다”며 “외연 확장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고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전한 바 있다.
장 대표로부터 제명이라는 ‘장군’을 받은 한동훈 전 대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멍군’을 외쳐야 하는 형편이다. 링 밖에서 싸워야 하는 한 전 대표는 매일 언론의 조명을 받는 장 대표와 달리 정치적 존재감을 만들어낼 무기 확보가 쉽지 않다. 원외 정치인이 그렇듯, 자칫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는 위험이 큰 셈이다.
한 전 대표는 팬덤층을 최대한 활용, 핸디캡을 극복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한 전 대표는 당적을 박탈당한 지 열흘 만인 2월 8일 첫 공개 행보에 나서면서 장외 세몰이에 들어갔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3시간 20분에 걸쳐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주최 측은 1만 5000~2만 명이 참석했다고 추산했다. 한 전 대표 측은 물론, 장동혁 지도부도 이런 규모에 적잖게 놀랐다는 후문이다.
토크콘서트 현장에는 김성원 배현진 김건 진종오 정성국 안상훈 박정훈 고동진 김예지 유용원 우재준 등 친한계 의원 10여 명이 참석했다. 또한 국민의힘 당직자들, 보수 진영 원로 등도 눈에 띄었다.
한 전 대표는 토크콘서트에서 “제가 제풀에 꺾여서 그만둘 것이란 기대를 가지신 분들은 그 기대 접으시라”고 했다. 이어 “정치를 하는 동안 저를 공격하는 사람들은 계속 바뀌어왔다. 더불어민주당 측이었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었다가, 지금은 극단주의 장사꾼”이라고 국민의힘 현 지도부를 맹폭했다. 자신을 제명한 장 대표 등을 ‘극단주의 장사꾼’으로 칭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복수의 친한계 의원들에 따르면 한 전 대표 선택지는 보궐선거 도전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되면 상징성도 노려야 하는데 보수 지지가 강한 대구나 부산으로 가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대구는 국민의힘 의원이 대구시장 후보가 될 경우에, 부산은 민주당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부산시장에 출마할 가능성이 커 각각 보궐선거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 대표가 대구나 부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돼 국회 진입에 성공한다면 장 대표 입지는 흔들린다. 한 전 대표의 입당 문제가 국민의힘의 새로운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설상가상으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전 대표가 다시 국민의힘 리더로 옹립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 한 전직 중진 의원은 “장 대표도 한 전 대표도 지금 운명의 선택 갈림길에 서 있다”며 “장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한 전 대표는 보궐선거 출마지를 어디로 할 것인지를 놓고 장고를 해야 한다. 순간의 선택이 장군 멍군을 이어가는 두 사람 경쟁의 최종 승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동훈 전 대표 제명 결정 직후부터 장동혁 대표를 때렸다. 평소 오 시장답지 않게 “장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면서 강한 어조의 질타까지 쏟아냈다. 오 시장은 한 전 대표 제명 결정 직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장동혁 대표가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며 “장 대표는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오 시장은 재신임 투표를 통해 당원의 뜻을 묻겠다고 선언한 장 대표에 대해 2월 6일 사퇴를 재차 촉구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게재한 ‘절대 기준은 민심입니다. 장 대표는 자격을 잃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당심에 갇혀 민심을 보지 못하면 결국 패배한다. 그것이야말로 당심을 거스르는 일”이라며 “장 대표는 스스로 자격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의 이러한 발언에 장동혁 지도부는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장 대표 단식투쟁 때 지원사격을 했던 오 시장을 전면에 내세워 지방선거를 치르려 했기 때문이다. 오 시장과 대립각을 세울 경우 장동혁 지도부가 구상하고 있는 선거 플랜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치권에선 오 시장의 잇따른 강성 발언 릴레이에 대해 정치적 계산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이후까지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설령, 낙선하더라도 당으로 돌아와 당권을 쥐기 위해 명분을 만들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밑에서 당내 오세훈계를 결집시키고 있다는 말도 뒤를 잇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정치권 안테나에 잡히고 있다. 장동혁 대표, 한동훈 전 대표, 오세훈 시장 모두 이 대표를 연대의 대상으로 보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 대표의 정치적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는 의미다. 당초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의 선거 연대 가능성이 점쳐졌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에 선을 그으면서 독자 생존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 이후 이 대표 중심의 보수 결집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개혁신당은 지방선거에서 파격 공천을 통해 의미 있는 당선 사례를 낳고,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대패한다면 이준석 대표의 공간이 확대될 것으로 본다. 작은 집이 큰 집을 접수할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감돈다. 최근 이 대표는 팬덤층, 달변 등 자신과 이미지가 겹치는 한 전 대표에 대해 끊임없이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이를 두고도 보수 리더 복귀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병준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