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서 구 대표는 남편인 윤 대표가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있던 BRV가 2023년 4월 코스닥 상장 바이오 업체 ‘메지온’으로부터 유상증자 방식으로 500억여 원의 자금을 조달받는다는 미공개 정보를 윤 대표에게 미리 전달받고, 메지온 주식 3만 5990주(약 6억 5000만 원 규모)를 매수해 1억 566만여 원의 부당이득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마징가 제트’에 완패한 검찰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윤 대표가 주도한 메지온 유상증자와 관련한 미공개 정보가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 아내인 구 대표에게 전달됐는지, 구 대표가 이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얻었는지다.
사건의 중심엔 ‘마징가 제트(Mazinger Z)’가 있다. BRV가 메지온에 5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결정한 뒤 보안을 위해 붙인 프로젝트 이름이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따르면 관련자들은 자신들끼리 하는 대화에서도 “마징가 제트 맞죠?” 등의 말을 쓰는 등 보안을 유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마징가 제트의 미공개 정보가 윤 대표에게서 구 대표로 전달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프로젝트가 최종 결정된 시점을 2023년 4월 12일로 보고 있는데, 같은 날 오후 윤 대표의 아내인 구 대표가 해당 정보가 공시되기 전 메지온 주식 3만 5990주(약 6억 5000만 원)를 매수했기 때문이다. 정보가 전달된 시점은 전날인 4월 11일 저녁, 부부가 참석한 가족 식사를 지목했다.
당시 구 대표는 증권사 직원과의 통화에서 “계좌에 있는 예수금 전액 매수하고 싶다”며 당시 시장가보다 10%가량 높은 2만 원을 상한가로 지정해 주문을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정보에 대한 확실한 신뢰 없이는 불가능한 이례적 매수 패턴이라는 것이 검찰 측 입장이다.
그러나 1심 법원은 검찰의 공소 내용을 대부분 배척했다. 재판부는 “구 대표가 메지온 주식 매수 당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거나 다른 주식과 달리 매매 양태가 특이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과거 고려아연 주식을 매수했을 때도 상한을 정해놓고 예수금 전액을 사용해서 매수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구 대표가 주식을 매수한 뒤 차익을 실현하지도 않았고, 계속 주식을 보유하다가 1년 후 LG복지재단에 전액 출연했다는 점도 짚었다.

검찰은 또, BRV와 관련된 법인인 다올이앤씨가 투자한 종목과 구 대표가 매수한 주식 종목이 유사하다는 점, 구 대표가 평소 자신이 투자한 주식 종목을 복지재단 직원들에게도 추천하곤 했다는 점도 이 사건 유죄의 간접증거로 제시했다. 실제로 구 대표로부터 메지온을 추천받은 재단 직원은 "2023년 4월 17일에 메지온을 매수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두 사람 사이에서 평소 주식 매수·매도와 관련해 깊은 내용의 대화가 오가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A 아주머니의 텔레그램도 조언을 구하는 것뿐이지 고려아연에 투자 여부를 적극적으로 묻는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구 대표가 LG복지재단 직원들에게 주식 종목을 추천한 사실도 이례적이진 않다고 했다. 오히려 구 대표가 추천한 4개의 종목 중엔 손실을 본 종목도 있기 때문에 주식을 추천했다는 사실이 공소사실을 입증할 간접증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원은 오히려 검찰 측이 무리한 주장을 펼쳤다고 정리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주장하는 간접 사실만으로는 공소 사실을 유죄로 보기 어렵고 객관적 사실은 검사의 공소 사실과 반대되는 사정이 더 많은 무리한 기소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검사가 주장하는 전제 사실이 사실이라 해도 불법적인 방법이 개입하지 않는 이상 부부 사이에 종목 추천하는 걸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며 무죄 선고와 함께 재판을 마무리했다.
#“부부, 돈 관리 따로 해”…123억 원대 조세 소송에도 영향 미칠까
눈길을 끄는 점은 재판부가 이들 부부의 경제적 독립과 분리를 일정 부분 인정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구 대표가 혼인 전 자산 관리를 직접 수행하지 않고 LG가 차원에서 관리해오다 결혼 후 독립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재는 자신의 주식배당금과 예금이자로 세금을 내는 등 윤 대표와는 돈 관리를 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 대표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해외 생활을 많이 했기 때문에 아내와 자산을 나누거나 공유하진 않은 것으로 보이고, 구 대표의 돈 관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번 형사 재판부가 두 사람을 ‘경제적으로 분리된 부부’로 인정한 셈이다.

윤 대표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하며 “부인과는 경제적으로 완전히 분리된 상태”라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윤 대표는 직업 특성상 주로 해외에서 생활해왔으며, 국내에서의 생계 기반은 구 대표가 독자적으로 해결해왔다는 주장이다. 즉, 통상적인 경제적 공동체로 묶이는 일반적인 부부와는 그 궤가 다르다는 것이다. 향후 조세 소송 항소심에선 법원이 이를 인정하느냐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