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5일 대형마트와 SSM에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에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은 전자상거래를 위한 영업행위(포장·반출·배송 등 포함)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추가 조항을 신설하는 형태다. 이어 8일 민주당은 정부, 청와대와 함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의무휴무일 등 영업 제한이 온전히 풀린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업태가 전반적으로 나아지리라 기대하는 건 여전히 어렵다”면서도 “새벽배송이 허용되면, 이에 대한 수요를 일부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기울어졌던 운동장이 앞으로는 완만하게나마 기울어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쿠팡은 전국 260개 시·군·구 중 로켓배송 가능 지역을 2024년 182개에서 2027년까지 230여 개로 확장한다는 목표다. 쿠팡 입장에서는 물류센터와 거리가 먼 지역까지 신선제품 등 새벽배송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대형마트와 SSM는 점포가 전국 곳곳 주거지 인근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쿠팡이 서비스하지 못한 지역에서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배송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대형마트는 자체 배송망을 갖추고 있지만 새벽배송이 허용되면 인력 충원을 할 수밖에 없다”며 “대형마트나 SSM 입장에서는 설령 물량이 넘쳐서 자체 소화가 힘들더라도 택배사들에 위탁하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배송 차질이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새벽배송이 허용되면 기존 매장을 유지하면서 매장의 일부 공간을 물류 공간으로 변화시켜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준비 기간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면서 “온라인 부문이 매장 경쟁력을 보완해준다면 오프라인 점포의 페점을 막거나 지연시킬 수 있고 지역 상권을 유지하는 효과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쿠팡 경쟁업체들은 탈팡(쿠팡탈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의 핀테크 자회사이자 네이버페이 운영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의 1월 카드 결제액은 2조 9945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7.7% 늘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입점한 업체들은 네이버페이 등의 결제수단을 사용하기 때문에 네이버파이낸셜 결제액 상승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통한 상품 매출 증가를 의미한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 등 11개 전문 물류사와 연합한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를 통해 배송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네이버는 컬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컬리N마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컬리의 샛별배송(새벽배송)에 이어 최근 ‘당일배송’(자정 샛별배송) 서비스도 네이버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또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지금배달’(1시간 내 배송) 서비스에는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SSM들이 입점해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대형마트·SSM 새벽배송 허용과 관련해서는 확정된 것이 없는 관계로 구체적으로 답변을 드리는 건 어렵다”며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의 빅파트너십 생태계와 꾸준히 고도화하고 있는 물류 생태계를 기반으로 사용자들에게 다양한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은 AI(인공지능)을 통한 수요 예측 시스템을 기반으로 물류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대형마트들이 이러한 초격차 기술을 빠른 시일 내에 따라잡는 건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대형마트나 SSM 입장에서는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옴니채널’을 제대로 구축할 기회가 생겼는데, 서비스 측면에서 온·오프라인 고객들을 얼마나 만족시키느냐에 따라 쿠팡과의 경쟁 구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영균 광운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쿠팡 등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들은 대형마트 규제라는 틈새를 잘 파고들었는데, 이러한 환경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성공하는 게 어려웠을 것”이라며 “대형마트·SSM 오프라인 매장들이 일종의 물류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에 새벽배송 시스템을 갖추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쿠팡이 새벽배송 시장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