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매자로켓 서비스는 판매자가 상품을 쿠팡 물류센터에 입고하면 쿠팡이 보관·포장·배송·고객응대·반품 등 물류 전반을 대행하는 서비스다. 쿠팡이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로켓배송’과 달리 판매자가 가격과 재고를 직접 설정할 수 있어 판매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문제는 제품 하자나 진위 여부 등에 대한 책임이 원칙적으로 판매자에게 있다는 점이다. 판매자로켓 상품 페이지 하단에는 ‘광고, 상품 주문, 배송 및 환불의 책임은 판매자에 있다’는 안내 문구가 표시돼 있다. 이 때문에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직접 반품·환불 절차를 진행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쿠팡 측이 상품의 가품 여부를 확인해도 다른 소비자에게 별도의 안내를 하거나 선제적으로 보상해주지 않는다.
판매자로켓에서 구매한 하자 제품의 경우 반품을 요구하더라도 판매자와 연락되지 않으면 환불 주체도 모호해진다. 판매자로켓 상품이 반품 접수되면 상태에 따라 ‘새상품·미개봉·최상·상·중·판매불가’로 등급을 판정한 뒤 판매자 선택에 따라 재판매 또는 반출 처리된다. 가품으로 확인돼 ‘판매불가’ 등급을 받을 경우 쿠팡이 전액 보상하지만, 하자 정도에 따라 ‘상’ 또는 ‘중’ 등급으로 분류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경우 판매자가 잠적하거나 연락이 두절되면 . 사안에 따라 쿠팡측 환불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마켓에서 판매자가 잠적할 경우 환불 책임 주체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며 "경미한 사안의 경우 플렛폼이 자체적으로 해결 방안을 검토하기도 하지만, 악의적 사기나 잠적 등 중대한 사안은 수사기관 신고 등 추가 절차를 진행하기 때문에 보상을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판매자 입점 심사를 두고도 형식적인 절차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판매자 등록은 사업자등록증, 통신판매업 신고증, 대표자 명의 계좌 사본 등 기본 서류 제출로 승인 요청이 가능하다. 이를 악용해 일부 해외 사업자가 국내 공유오피스 주소 등을 활용해 국내 법인을 설립한 것처럼 꾸민 뒤 입점해 사기성 제품을 판매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에는 판매자로켓을 통해 판매된 일부 미니 PC의 사양이 상품 설명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한 IT 유튜버에 따르면 해당 제품을 포함해 유사 제품 상당수가 안내된 사양보다 낮은 CPU와 메모리를 탑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판매자는 공통적으로 중국인 이름의 대표자 명의를 사용하거나 ‘유한회사’ 형태의 법인을 사용했다. 사업장 소재지 역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신원 미상의 업체이거나 사용하지 않는 공유 오피스였고 표기된 번호는 모두 수신정지 상태였다.

쿠팡 관계자는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식품, 화장품류에 대해 법적 요건 준수 여부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며 “해외 판매자들이 한국에서 적법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쿠팡 고유의 시스템인 아이템위너 정책이 가품 위험성을 더 키운다고 지적한다. 아이템위너는 쿠팡에 올라온 동일한 상품들 가운데 가장 저렴한 제품이 검색어 상위에 노출되는 제도다. 아이템위너로 선정되면 동일한 상품으로 등록된 다른 판매자의 후기글이 합쳐진다.
주로 가품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책정되기 때문에 아이템위너에 선정되기 쉬운데, 여기에 다른 상품의 후기까지 합쳐져 소비자가 제품의 품질이나 진품 여부 등을 구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쿠팡 가품 피해 사례에서 확인된 영양제와 화장품 등은 색상과 형태를 정품과 유사하게 제작하고 크기나 글씨체 등 일부 요소만 미묘하게 다르게 만드는 방식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2년 동안 쿠팡에서 물품을 판매한 B 씨는 “가품 업자들이 인기 브랜드 제품을 몇 원 차이로 더 낮은 가격에 등록해 아이템위너를 차지하는 경우가 있다”며 “위너로 선정된 뒤 구성품을 일부 제외하거나 저가형으로 바꿔 판매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알리고 심사 기준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짝퉁 논란이 지속될 경우 결국 플랫폼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 오인을 막기 위해 서비스 고지 방식을 개선하고, 대형 플랫폼의 경우 입점 단계에서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단순 환불을 넘어 소비자 피해에 대한 배상 책임을 검토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