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왜곡죄’는 법관, 검사, 수사 직무를 수행하는 자 등의 ‘법 왜곡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5월 조희대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유죄 취지 파기환송 사태 이후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국민의힘이 법왜곡죄를 비롯한 민주당 사법개혁의 목적이 ‘이재명 사법리스크 방탄’에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법안은 ‘땜질식 수정’을 거듭했다. 졸속 입법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법사위에서는 법안 내용이 일부 수정됐다. 대상은 판사, 검사, 수사기관에 종사하는 이로 규정됐다. 이들이 부당한 목적으로 법을 왜곡하거나, 사실관계를 현저하게 잘못 판단해 누군가에게 유리·불리한 결과를 만들 경우 10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정했다.
민주당은 법사위 통과 원안대로 본회의에 상정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2월 25일 본회의 상정 직전 긴급 수정이 이뤄졌다. 법 적용 범위가 좁혀졌다. 적용 대상은 형사사건의 수사·재판에 관여하는 판사·검사로 한정됐다. 사법경찰관, 중재인, 민사·행정 재판 담당 법관 등은 제외됐다.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뤄진 재량적 판단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도 들어갔다. ‘증거 없이 범죄사실을 인정하거나’라는 표현은 ‘적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로 대체됐다. ‘논리나 경험칙에 현저히 반대 사실을 인정하는 경우’라는 표현은 삭제됐다.
이렇게 수정한 것은 학계와 시민단체는 물론, 여당 내부와 정부, 청와대에서조차 위헌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조차 부정적 반응이 높아 본회의 표결시 부결 가능성까지 점쳐졌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긴급 수정에 대해) 당정청 합의가 있었다고 한다. (협의가) 있고 나서 내용이 정리된 것 같다”며 “(수정하는 것을 두고) 이론이 있었다. 법사위 안이 갑자기 바뀌어도 되느냐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구체적 위헌 사유로는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미 정부는 이러한 뜻을 밝힌 적 있다. 2025년 12월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 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 범죄사실 묵인 등 개념이 너무 추상적”이라며 “‘증거관계 판단 시 채증법칙 등을 왜곡하는 것을 말한다’라는 부분은 채증법칙 위반이라고 하는 것이 너무나도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다른 문제도 있다. 기존의 직권남용죄와 겹친다. 처벌 조항이 없다는 민주당 주장과 배치된다.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2월 25일 법률신문 칼럼에서 “법왜곡죄가 규정한 ‘범죄’는 이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모두 포섭이 가능한 행위”라고 했다. 임 변호사는 “‘목적’과 ‘고의’에 대한 입증 자체도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지만, 어찌 기소가 된다고 하더라도 유죄가 나올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했다.
일선 판사·검사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크다. 안미현 대전지검 천안지청 부부장검사(사법연수원 41기)는 2월 27일 페이스북에 “한 달에 200건을 처리하면 200건의 사건 당사자로부터 법왜곡죄로 고소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안 검사는 “보다 많은 사건을 처리할수록 법왜곡죄로 고소당할 위험이 올라간다”며 “가보지 않았던 매일 칼퇴의 삶을 이제는 좀 가보라는 의미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법왜곡죄는 2월 26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원안 통과를 원했던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 법사위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법사위 안을 수정한 데 대한 반발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재판소원·대법관 증원 갑론을박
재판소원제와 대법관 증원은 이 대통령 대선 공약이다. 재판소원제는 ‘확정된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원이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을 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법원 재판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법원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 등을 재판소원 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이 개정안에 담겼다.
재판소원제는 위헌 문제, 4심제로 인한 업무 가중, 헌재와 대법원 위계 문제 등이 주요 쟁점이었다. 이러한 논란은 2월 11일 법사위 법안심사 제1 소위 회의록에서 잘 드러난다. 이날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은 헌법 제101조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하고, 대법원이 최고법원’이라는 조항을 근거로 재판 최종심은 대법원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우종 차장은 정책적 관점에서도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재판소원까지 네 번의 재판이 진행되면서 ‘불필요한 재판의 반복과 지연을 초래’하고 헌재 심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손인혁 헌재 사무처장은 “(1997년 ‘96헌마172’ 판결에서) 재판소원을 금지하는 것 자체가 명백히 헌법에 위반되지는 않지만, 재판도 포함하는 것이 헌법재판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설시(쉽게 설명하여 보임)를 남기고 있다”고 반박했다. 헌법에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도입 결정은 입법자에게 맡겨져 있다고 했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사법 작용에 의한 기본권 침해를 구제하는 방안이 될 수 있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간의 사법 불일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사법체계의 안정성 훼손, 재판지연 등의 부작용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법원행정처장은 추천위원에서 빠졌다. 이 자리에는 헌재 사무처장이 들어간다. 추천위원 중 ‘대법관이 아닌 법관 1명’은 2명으로 늘어난다. 모두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추천한다. 2명 중 1명은 여성 법관으로 하도록 정해졌다. 각 지방변호사회 회장 과반수가 추천하는 변호사 1명도 추천위원회에 들어간다. 추천위는 성별, 지역, 경력 등을 고려해 다양한 배경의 대법관을 추천해야 한다.
지난해 6월 4일 법사위 법안심사 제 1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민주당은 2005년 이후 20년 넘게 논의된 문제기 때문에 이번에 결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60~70% 정도를 심리불속행(심리를 열지 않고 사건을 기각)으로 처리하고 있는 점, 1년에 재판관 1인당 3000건이 넘는 사건을 처리한다는 점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재판 기록을 읽고 판단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배형원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은 ‘상고심사제’ 도입, 하급심 권한 강화 등 구조적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상고심사제는 중요 사건만 선별해 심리하는 제도다. 대법관 수가 증가할 때 ‘전원합의체’ 심리가 어려워지고, 3~4인으로 구성된 소부 위주 재판이 운영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소수 대법관이 결론을 내리기 때문에 다양한 가치를 반영해 균형 잡힌 판단을 내리기 어렵게 된다고 주장했다. 법령 해석 통일이 어려워져 하급심 판단 기준이 모호해질 수 있다고 했다.
#사법부 입장은 배제
민주당의 입법 속도전에 삼권분립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국회가 사법부를 쥐고 압박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회의 ‘입법 안전장치’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멈췄고, 대신 민주당은 2025년 8월 자체적으로 ‘국민 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여론 청취와 논의보다는 민주당 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법부 입장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2월 23일 조희대 대법원장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생긴 이래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사법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숙의를 요구했다. 2월 25일 전국 법원장회의에서는 충분한 공론화, 부작용에 대한 숙의 부재 등에 대한 유감 표명이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3법 통과에 타협이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삼권분립 형해화 목소리가 나온다. 법왜곡죄에 반대표를 던진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2월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이 검사의 기소권 행사가 정당했는지를 심사하게 된다. 법관의 독립성마저 경찰 잣대로 재단받게 된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재판 기능에까지 경찰이 개입하고 통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서 “이는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여론은 팽팽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2월 넷째 주 정기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법개혁 3법’ 찬성은 43%, 반대는 40%로 팽팽했다. 찬성 답변이 같은 여론조사의 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지율(57.8%)과 민주당 지지도(44.5%)보다 낮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지층에서도 논란이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대가 40%나 나오는 것을 두고는 오랜 시간동안 구조적 결함을 방치해온 사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