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리의 주역은 비니시우스였다. 경기 초반 위협적인 슈팅으로 페널티킥을 유도했다. 핸들링 반칙을 범한 베르나르두 실바는 퇴장까지 당했다. 비니시우스는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괴물' 엘링 홀란드가 만회골을 넣은 1-1 동점 상황, 비니시우스는 경기를 끝내는 결승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넘어온 오를레앙 추아메니의 크로스에 절묘하게 발을 갖다대며 골망을 흔들었다.
비록 1, 2차전 합계 일방적인 점수였으나 맨시티의 저항도 거셌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맹렬히 공격을 몰아쳤다. 전반 20분이 지나는 시점, 수적 열세 상황에 됐으나 물러서지 않았다. 이날 한 경기에서만 22개의 슈팅(유효 슈팅 8개)을 시도하며 뒤집기를 노렸다. 티보 쿠르투아, 안드리 루닌 등 레알이 자랑하는 세계 최강 수준의 골키퍼가 아니었다면 이들은 어려움에 빠질 수 있었다. 쿠르투아가 부상으로 하프타임에 장갑을 벗을 수밖에 없었으나 루닌이 그 공백을 잘 메웠다.
이번 맞대결 역시 명승부를 펼친 양팀이다. 세계 축구 정상권에 선 '메가 클럽'인 이들은 유럽 축구의 새로운 라이벌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들이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이유는 잦은 맞대결 덕분이다. 레알과 맨시티는 최근 5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만났다. 이에 이번 16강 대진 추첨 당시 이들이 맞대결을 펼치게 되자 팬들 사이에서는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특정 두 팀이 5시즌간 빠지지 않고 챔피언스리그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사례는 흔치 않다.
기간을 늘리면 이들간 만남의 횟수는 더욱 늘어난다. 2012-2013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레알과 맨시티는 17경기를 가졌다. 15년도 되지 않은 기간 이들은 17차례나 만난 것이다. 특히 2020년대에만 13차례 경기를 치렀다. 최근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양팀은 서로를 꺾어야만 했다.
실제 레알 마드리드는 맨시티를 꺾은 2022년과 2024년,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2022년에는 맨시티와 4강에서 연장전 2024년에는 8강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를 펼친 바 있다.
그 사이 2023년에는 맨시티가 웃었다. 4강에서 레알을 만났고 2차전 홈경기에서 4-0으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결국 맨시티는 결승에서 인터밀란을 누르고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빅 이어'를 들어올렸다.

레알 마드리드의 경우 맨시티의 챔피언스리그 참가 횟수 만큼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챔피언스리그라는 대회의 상징적인 팀이다. 다양한 팀들과 긴 시간 맞대결의 역사를 쌓아 올렸으나 유독 최근 맨시티와의 만남이 잦다.
메가 클럽간의 맞대결, 자연스레 경기 양상으로도 팬들을 매료시킨다. 레알은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실적이 좋은 팀이다. 팀이 삐걱거리는 듯 해도 챔피언스리그에서만큼은 힘을 낸다. 반면 맨시티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 부임(2016년 여름) 이후 꾸준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연패,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연패와 같은 성적이 이를 증명한다.
이 같은 특성은 양팀 간 만남에서도 드러난다. 맨시티는 기복 없이 경기를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 디테일을 강조하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과 함께 점유율을 가져가고 경기를 주도한다. 반면 레알은 어려움을 겪다가도 스타 플레이어들의 순간적인 폭발력으로 밀리던 경기를 뒤집곤 한다. 2022년 4강에서 1차전 3-4로 패한 이후 2차전 역시 패색이 짙었으나 경기 추가시간 2골, 연장전 결승골로 승부를 뒤집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맞대결 역시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 2차전 모두 맨시티의 경기력은 크게 흠을 잡을 곳이 없었다. 1차전에서는 더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며 주도권을 잡았다. 2차전에서는 퇴장 불운이 있었으나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1차전에서 슈팅 3개로 3골을 만든 '영웅' 페데리코 발베르데의 활약 덕에 승부의 추가 레알 쪽으로 급격히 치우쳤다. 발베르데는 이전까지 스페인 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멀티골조차 기록한 적이 없던 선수다. 자신의 커리어 첫 해트트릭을 맨시티를 상대로 달성했다. 맨시티로선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레알과 맨시티의 특별한 라이벌리는 향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팀 모두 유럽 정상급 클럽으로서 규모와 성적을 유지할 전망이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높은 무대로 올라갈 확률이 높은 만큼 또 다시 만날 가능성 역시 높다. 숱한 명승부를 만들며 팬들을 흥분시켰던 양팀이 앞으로 어떤 역사를 만들어갈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