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26일 6300까지 거침없이 오르며 상승세를 타던 코스피는 중동발 충격이 본격 반영된 직후인 3월 3일 7.24% 밀린 데 이어 4일에는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12.06% 급락한 5093.54까지 주저앉았다. 직후 5일에는 장중 12% 가까이 반등했고 18일에는 5.04% 오른 5925.03을 기록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인 19일 다시 2.73% 하락한 5763.22로 마감했다. 전쟁 이후 불과 3주 남짓 동안 5000선 초반과 5900선대 사이를 오가는 변동성 장세가 펼쳐진 셈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3월 19일까지 코스피 주식을 36조 2874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중동 전쟁 직후 고조된 유가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했고,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거듭 매도하면서 증권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이 던지면 개인이 받는 구도가 반복되면서 5000선이 무너지지 않고 유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5000선이 심리적 지지선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18일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의지를 재확인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고질적 원인으로 지목됐던 중복상장을 막고 장기투자·국민체감형 신상품 출시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날 코스피가 5.04% 급등하며 다시 5900선대로 올라선 배경에도 정책 기대가 작지 않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5000이 하방지지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코스피 5000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임에 따라 지수가 그 이하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국민적 신뢰와 심리적 마지노선이 형성된 것 같다”라며 “외국인 투자자들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개인과 더불어 기관투자자들도 백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코스피 시장은 반도체 대형주가 사실상 지수를 끌고 가는 구조다. 3월 18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234조 2445억 원으로 코스피 전체의 25.22%를 차지했고 SK하이닉스는 752조 6137억 원으로 15.38%를 기록했다. 두 회사 합산 비중은 40.61%로 사상 처음 40%를 넘어섰다.
반도체 기업 실적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주가를 받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GTC2026’에서 삼성전자가 자사의 추론 특화 칩 ‘그록(Groq)3’ 언어처리장치(LPU)를 위탁 생산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메모리 공급 부족 상황이 2028~203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증권가는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30만~170만 원 수준까지 올리고 있다.

코스피 시장 전망은 국내외 안팎으로 극명하게 엇갈린다. 미국의 대형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난 3월 10일 코스피의 급등락을 두고 ‘전형적인 버블’이라고 규정했다. 코스피 지수가 10%대 급락과 반등을 이어가는 흐름이 아시아 외환위기, 닷컴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나타난 극단적 불안정성과 닮았다는 것이다. BofA는 자산 수익률과 변동성, 모멘텀, 취약성을 종합한 자체 ‘버블 리스크 지표’에서 코스피가 버블 수준인 1에 근접해 있다고 지적했다.
‘빅 쇼트’의 실제 인물이자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로 꼽히는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도 “지난 한 달 남짓 코스피를 움직인 것은 기관투자자들이었고, 그 변동성은 단기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모멘텀 트레이더들이 들어왔다는 결정적 신호다. 기관들이 코스피를 매수 당일 매도하고 있다는 것은 묵시록의 네 기사 중 하나(종말 징후)가 나타난 것”이라고 표현하며 현재 장세를 비정상적 과열의 징후로 해석했다.
국내 전문가 중에서는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가 명목 GDP와 일평균 수출액, 통화량 등을 기준으로 볼 때 현재 코스피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김영익 교수는 “명목 GDP가 올해 7% 성장하더라도 적정 코스피는 3700 안팎이고, 일평균 수출 금액 기준으로 봐도 4300 정도가 적정 수준이다. 미국 증시가 AI 거품 논쟁으로 횡보 중이고 중동 리스크까지 겹친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증시 여건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정반대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3월 5일 올해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6400에서 7000으로 상향했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176% 급등한 시장의 자연스러운 조정으로 본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과거 지정학적 위기 사례 분석 시 충격 이후 3~12개월 내 지수가 회복되는 경향을 보였다며 조정을 거쳐 반등한 후 새로운 고점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어 최근 조정으로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8.8배, 24개월 선행 PER이 7.8배까지 낮아져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다고 봤다.
자사주 소각 공시가 잇따르고 있고 실적 전망치도 계속 상향되고 있는 만큼 상승 추세 자체는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가수익비율(PER)이 9배 안팎인 시장을 두고 버블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조정을 오히려 비중 확대 기회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코스피의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로는 중동 전쟁 장기화가 꼽힌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스피 6000일 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2배 수준이다. 과거 0.8배 안팎에서 출발했던 한국 증시의 저평가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지수가 무한정 오를 수 있는 구간은 아니다. 기업 실적이 뒷받침될 경우에야 6500~7000선도 가능하겠지만 환율과 전쟁 장기화 여부가 향후 증시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라고 짚었다.
앞서의 이경민 연구원 또한 “사우디 참전 등으로 중동 전쟁이 6개월~1년 이상 장기화하는 극단적 상황에는 섣불리 주가 향방을 예단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또한 “최근 고점 부근에서 증시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단기 매매로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은 시장이 될 수 있다.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감안하면 성급한 차익 실현보다 1년 안팎의 중기적 시계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