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제1부(재판장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1월 29일 뉴욕멜론은행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인사발령 구제 재심판정취소 청구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뉴욕멜론은행 근로자 A 씨 손을 들어준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은 법적 효력을 유지하게 됐다.
이번 사건은 뉴욕멜론은행 서울영업소에서 외환영업 부문 본부장으로 근무하던 A 씨에 대한 인사 조치에서 비롯됐다. 은행 측은 A 씨의 업무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직을 권고했다. A 씨는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은행 측은 A 씨의 고객 대면 업무를 전면 배제하고 번역·보조 업무를 주로 담당하도록 업무를 변경하는 인사발령을 단행했다.
A 씨는 이 같은 조치가 부당한 인사발령에 해당한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년 5월 10일 A 씨 손을 들어주는 재심판정을 내렸다. 이에 뉴욕멜론은행은 재심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의 1심에서 패소한 데 이어, 2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도 2025년 9월 17일 항소가 기각됐다. 이후 은행 측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최종 기각 판결을 받은 것이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해당 인사발령이 정당한 경영상 판단에 따른 조치인지, 아니면 사직 거부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서 근로자를 사실상 퇴출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여부였다.
뉴욕멜론은행 측은 A 씨가 외환시장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이 부족하고 금융기관 고객 유치 실적이 저조했기 때문에 업무역량 향상을 위해 인사발령을 단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A 씨가 새로운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금융기관 영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언제든 고객 대면 업무를 부여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법원은 은행 측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사직 권고를 거부한 A 씨에 대해 고객 대면 업무 배제 조치가 인사발령에 앞서 선행적으로 이뤄졌다. 또한 숙려기간이 지난 후에도 인사발령이 아무런 변동 없이 그대로 유지됐다.

재판부는 나아가 “은행은 인사발령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고위 경영진이 A 씨에 대한 퇴직 결정을 내렸으며 이 결정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고지하기도 했다”는 점을 명시하며, 이 사건 인사발령의 실질적 목적이 업무역량 향상이 아닌 근로자 퇴출에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저성과자의 역량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인사발령이라면 해당 목적에 맞는 적합한 업무 부여나 실질적인 교육기회 제공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은행 측이 실제론 주된 업무와 크게 관련이 없는 업무를 부여함으로써 근로자가 스스로 퇴직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초래했다고도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통해 국내 노동 현실에 대한 주목할 만한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미국계 기업인 뉴욕멜론은행의 경우 미국에선 조직 적합성을 이유로 한 권고사직이 피고용인 평판에 중대한 불이익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외환금융업계에선 외환딜러의 시장대응 능력과 고객과의 신뢰 관계가 사업 근간을 이룬다고 강조했다. 이에 고객 대면 업무와 외환거래 권한이 차단된 인사발령은 A 씨의 동종업계 내 평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향후 재취업에도 직·간접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미국식 인사 관행을 국내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에 대한 법원의 제동으로 해석된다.
A 씨의 사직 권고, 인사발령과 관련한 은행 측 주장 중 업무역량 부족 근거로 제시된 금융기관 고객 유치 실적 문제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사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가 2022년 5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금융기관인 B 투자증권을 유치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면서 서류와 계약서 등을 송부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A 씨가 금융기관 고객 유치를 위한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았다는 사측 주장을 배척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법리 판단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원심 판결에 중대한 법령 위반이 없다고 판단해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외국계 기업의 이른바 '직무 격리' 방식의 인사 관행에 대해 국내법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 사례다. 법조계에선 “외국계 기업이 국내 근로자에게 사직을 권고한 뒤 이를 거부할 경우 사실상 업무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압박을 가하는 관행에 대해 법원이 명확히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이와 함께 근로자의 정당한 사직 거부권을 보장하고 인사권 남용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는 중요한 선례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뉴욕멜론은행 측은 “뉴욕멜론은행은 한국 법령과 사법절차를 준수하며 서울지점을 운영하고 있다”며 “다만, 회사 정책과 개인정보보호를 위해서 개별인사 사안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음을 양해해주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