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홈쇼핑과 태광산업의 갈등은 지난 13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롯데가 이사회 구도를 재편하며 더욱 커졌다. 롯데홈쇼핑은 이사 선임 안건을 통해 기존 ‘롯데 5명, 태광 4명’이었던 이사 구성을 ‘6 대 3’으로 전격 개편했다. 롯데홈쇼핑이 이사회 특별결의 요건인 ‘3분의 2 찬성표’를 단독으로 확보하게 되면서, 태광산업의 반대에 막혔던 내부거래 승인 안건 등이 가결됐다.
태광산업은 이사회 재편을 두고 즉각 대응에 나섰다. 지난 24일 열린 이사회에서 태광산업은 “기존 합의된 견제 구조가 무너졌다”고 주장하며 롯데홈쇼핑 이사회 재편 관련 입장을 냈다. 뿐만 아니라 롯데홈쇼핑 경영진이 올해 1~2월 사이 이사회 승인 없이 수십억 원 규모의 계열사 내부거래를 이미 집행했다는 실적을 제시하며 “경영진 스스로 위법 사실을 시인한 꼴”이라고 날을 세웠다. 태광산업은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이사의 해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한 상태다.
이에 롯데홈쇼핑 측은 “경영진이 불법을 인정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해당 거래는 설립 초기부터 이어온 정상적인 영업 활동의 연장선”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24일 이사회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사후 승인을 마쳐 법률적 결함이 없으며, 태광산업의 공세는 회사의 경영 안정을 해치는 과도한 간섭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이번 갈등은 단순한 내부 거래 승인 문제를 넘어, 20년 넘게 지속된 양측의 경영권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한 사례로 풀이된다.
양측 갈등의 배경은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 인수전이 치열했던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홈쇼핑 인수전에서 먼저 열을 올렸던 곳은 태광산업 측이었다. 당시 태광그룹은 미디어·유통 사업의 수직계열화 완성을 목표로 우리홈쇼핑 지분 약 45%를 확보하며 인수를 추진하고 있었다. 이후 롯데쇼핑이 당시 최대주주였던 경성방직의 보유 지분과 우호 지분 53%를 인수하며 최대주주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당시 태광산업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승인 취소를 요청하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태광산업의 법적 문제 제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롯데쇼핑이 최대주주, 태광산업이 2대주주인 현재 지배구조가 확정됐다.
이후 태광산업은 지난 수년간 주요 경영 현안을 둘러싸고 롯데홈쇼핑 측과 여러 차례 이견을 보여왔다. 2022년 롯데홈쇼핑이 롯데건설에 5000억 원 규모의 자금 대여를 추진했을 당시에도 태광산업은 이에 반대했다. 태광산업은 당시 이를 ‘주주가치 훼손을 담보로 한 부당 지원’이라고 주장하며 공개 반대 입장으로 롯데홈쇼핑을 압박했다. 이후 롯데는 자금 지원 규모를 1000억 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2023년에는 서울 양평동 사옥 매입 안건을 둘러 양측 갈등이 법정 분쟁으로 이어졌다. 롯데홈쇼핑이 롯데지주 등으로부터 양평동 사옥을 2039억 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하자, 태광산업은 이사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당시 태광은 “부동산 침체기에 과도한 가격으로 계열사의 자산을 사주는 것은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이자 배임 행위”라고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 등 대응에 나섰다. 이후 공정위는 “사옥 거래 과정에서 절차 및 가격 문제는 없다”는 판단을 내며 사건을 종결했다.
일각에서는 두 그룹 간 갈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두 그룹이 지분으로 얽힌 만큼 한쪽이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 한 이 같은 소모적인 분쟁은 멈추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