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이마트24는 편의점 업계 최초로 멤버십 NFT인 ‘원둥이’ NFT를 발행했다. 원둥이 NFT 보유자들에게는 오프라인 편의점 매장 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할인 혜택이나 쿠폰 등이 제공됐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해 자사 캐릭터 ‘흰디’를 활용한 NFT를 지급하고 할인혜택이나 사은품을 증정하는 등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신세계백화점은 자사 캐릭터 ‘푸빌라(Puvilla)’를 활용한 약 1만 개 규모의 NFT를 발행했다. 등급에 따라 백화점 퍼스트 라운지 출입권·발레파킹 서비스·식사권 등을 제공했다.
롯데홈쇼핑도 2022년 대표 캐릭터 ‘벨리곰’ NFT를 발행해 보유 NFT 등급별로 다른 혜택을 제공했다. 가장 높은 등급을 보유한 사람에게는 △롯데 시그니엘 숙박권, 발레파킹, 무료조식, 수영장 및 피트니스 이용권이 포함된 ‘시그니엘 플래티넘 패키지’ △롯데호텔 월드 숙박권 및 어트랙션 패스권 △샤롯데씨어터 관람권 등이 제공됐다.
그러나 2022년 이후 비트코인·이더리움 가격이 급락하며 NFT 가격도 동반 하락했고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성향이 강해지면서 자연스레 NFT 시장에 침체기가 찾아왔다. NFT 거래량 또한 올해 초 51억 달러로 2021년 최고치 대비 79% 줄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데 NFT 보유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혜택은 제공해야 해 부담이 커졌다. 기업들은 NFT 2차거래 수수료를 주 수익원으로 하고 있는데, NFT 시장 자체가 침체되며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윤석빈 서강대 AI·SW대학원 특임교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운영하려면 기업 입장에서는 일종의 서버 비용처럼 자원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데, NFT 보유자들에게 제공하는 혜택에 대한 비용도 동시에 들어가기 때문에 NFT 연계 멤버십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유통기업들은 속속 NFT 서비스 혜택을 축소하거나 관련 사업에서 아예 철수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24년 3월 31일부로 자사 NFT 지갑서비스 ‘H.NFT’를 종료했다. 신세계백화점의 푸빌라 NFT서비스는 현재 운영되고 있지만 2023년 3월 등급별로 제공되는 혜택 일부가 축소됐다. 20% 사은 행사 참여권을 절반인 10%로 축소하거나 식사·디저트 쿠폰 금액도 3만 원에서 1만 원으로 줄이는 식이다.

투자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2022년 8월부터 총 3차에 걸쳐 약 1만 개가 판매된 벨리곰 NFT는 민팅(Minting·NFT 생성) 당시 1개당 약 20만 원 선에 가격이 형성됐으나 롯데 측이 등급에 따라 제공하는 혜택을 지속적으로 늘리겠다고 하면서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벨리곰 NFT에 약 3000만 원을 투자한 30대 남성 A 씨는 지난 24일 ‘일요신문i’에 “지속적으로 멤버십 혜택을 강화하겠다는 롯데홈쇼핑의 얘기에 보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2차 거래를 통해 3000만 원에 구매했다”며 “그런데 점점 시즌을 거듭하면서 혜택이 강화되기는커녕 줄어들었고, 혜택을 얻으려면 갈수록 복잡한 방법을 거쳐야 하는 인상을 받았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고 토로했다.
벨리곰 NFT보유자들은 사측이 서비스 종료에 대한 보상으로 제안한 내용도 투자 금액이나 기존에 받은 혜택과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금액이라고 주장한다. 롯데홈쇼핑이 공지한 안내문에 따르면 롯데홈쇼핑 적립금 지급이나 롯데홈쇼핑 멤버십 혜택 중 선택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보상 금액은 7만~8만 원 선이다.
벨리곰 NFT에 5000만 원가량 투자했다고 밝힌 B 씨는 ‘일요신문i’에 “잘못되더라도 롯데는 대기업이니 100% 환불해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느닷없이 종료하면서 8만 원을 보상하겠다고 하니 대기업으로서 책임이나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현재 벨리곰 NFT 보유자들 중 일부는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벨리곰 NFT는 ‘디지털 아트 수집품’이며 제공된 혜택은 시즌별 운영 구조에 따른 부가적 서비스로 법적·계약적 의무가 아니며 초기 안내된 혜택 지급 이후 NFT 환경과 홀더들의 활동 등을 고려해 유연하게 혜택이 변화한 것”이라며 “보상안 역시 법적·계약적 의무가 아닌 추가 지원 성격으로 회사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방식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NFT는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상 ‘보호 대상 가상자산’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법적 보호를 받기 쉽지 않다. 다만 NFT라 하더라도 대량으로 발행돼 상호 간에 대체가 가능한 방식으로 거래되거나 특정 재화나 서비스의 지급수단으로 기능하는 경우 등은 가상자산으로 인정될 여지도 있다.
박지윤 담덕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적용될 경우 예치금 보호, 가상자산의 보관, 보험 가입여부 및 불공정거래행위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법 적용 시기에 관해 다툼이 있을 수 있는데 해당 법은 2024년 7월 시행됐고 벨리곰 NFT 판매는 2022년 시작됐으므로 시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