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적 좋지만 주가 지지부진
현대바이오랜드는 화장품 소재 사업이 본업이고, 그 외 의료기기와 건강기능식품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3분기 매출이 35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7억 1400만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다만 순이익은 39억 4200만 원으로 29.1% 늘었다.
3분기는 다소 주춤했지만, IR협의회와 독립리서치 그로쓰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현대바이오랜드의 전체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49억 원, 19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9%, 20.7% 증가할 전망이다.
실적이 우상향하고 있으나, 주가는 신통치 않다. 올해 내내 4000~5000원 선에 머물고 있다. 2020년 인수 당시 현대백화점그룹이 주당 2만 8750원에 총액 1205억 원을 들여 인수한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수치다. 심지어 이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전혀 적용되지 않은 가격이다. 당시만 해도 현대바이오랜드(SK바이오랜드)는 2만 원 안팎에 거래됐고, 매각이 무르익을 즈음엔 매각가보다 높은 주가를 형성했다.
주가가 부진하다는 점은 주가이익비율(PER)이 낮다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으로 현재 시가총액 1300억 원대를 대입해 계산하면, PER이 6.6배에 그친다는 결론이 나온다. 화장품업 평균 PER이 16~20배에 달한다는 점을 보면, 회사에 대한 주주들의 기대치가 극단적으로 낮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현대바이오랜드의 화장품 원료의 한계를 꼽는다. 바로 천연 소재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 시장은 인디 브랜드와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가 외연 확장을 주도하고 있다. 화장품 전체 가치에서 천연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대에 그친다.
특히 천연 원료라고 해봐야 마케팅 포인트 정도로나 활용되고, 수요는 변동성이 크다. 소품종 대량 생산이 가능해야만 이익 극대화가 가능한데, 대량 생산으로 이어지지 않으니 이익률이 높게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의료기기·건기식 사업에 거는 기대
이 때문에 회사가 기업설명회(IR) 등에서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의료기기 사업과 건기식 사업이다. 현재 의료기기 사업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불과하나(화장품 원료는 40% 이상), 영업이익률이 30%에 달하는 핵심 수익원이다. 주력 품목은 치과용 멤브레인 ‘오스가이드(OssGuide)’와 창상 피복제로 활용되는 콜라겐류 제품이다.
오스가이드는 치과 임플란트 시술 및 시골, 재건 수술 과정에서 골이식재를 덮는 용도로 사용되며 주요 고객사는 오스템임플란트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매출은 80억 원선인데, 올해는 더 늘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콜라겐류 제품은 외과·피부과에서 화상부위의 창상 피복제로 쓰이며, 연간 50억~6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두 제품 모두 초과 수요 상태로, 이 때문에 현대바이오랜드는 지난 3월 생산설비(CAPA) 확대에 착수했다. 기존 대비 2배 규모 증설을 추진했는데, 연말쯤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이에 내년 실적부터는 의료기기 사업부문이 확연히 개선될 것이라는 게 일부 증권사 연구원의 분석이다.
내년 매출이 최소 200억 원에 영업이익 60억 원가량이 발생하면, 의료기기 사업만으로도 현재 시가총액인 기업가치 1300억 원대를 입증할 것이란 기대 섞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현재 공장에 추가 증설을 위한 유휴 공간이 남아 있어 신규 사업 파이프라인 모색 시 활용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네슬레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25종을 국내 독점 공급하는 건기식 사업 또한 내년 기대감이 높다. 매출 350억~400억 원 달성 시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보이는데, 내년엔 매출 증가와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올해는 건기식 매출이 200억 원대에 머물렀다.
#공개매수 기대했지만, 응하지 않았던 전력
하지만 이 같은 신규 사업 기대감이 주식시장에서는 통하지 않고 있다. 신규 사업이 굳건함에도 시장에서 외면받는 것은 기관투자자들이 크게 데인 영향이 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때 기관투자자들은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바이오랜드 지분을 공개매수하거나, 최소한 아예 매각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던 영향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지에프홀딩스(지주사)→현대백화점·현대홈쇼핑(자회사)→현대퓨처넷(손자회사)→현대바이오랜드(증손회사)’의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 때문에 공개매수 후 자진 상장폐지를 기대했다. 현대바이오랜드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있으니, 장내 매수할 것이라고 기대한 셈이다. 다만 그룹 측은 현대바이오랜드 매각 추진을 공식화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2023년 투자설명서에서 지주사 행위제한요건 해소 계획과 관련해 “손자회사인 현대퓨처넷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바이오랜드 지분을 매각할 예정”이라고 했다.
당시 현대바이오랜드는 4000원대까지 추락했던 주가가 다시 8000원 인근까지 오르기는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은 공개매수도, 매각도 하지 않았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대바이오랜드 지분 처분이 단기간 내에 어렵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유예를 신청했고,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였다.
2027년까지만 처리 방안을 결정하면 되는 셈이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현대퓨처넷과 합병해 증손자회사 지위를 손자회사로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자본시장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공개매수, 혹은 합병 시나리오는 2023년과 2024년 상당히 뜨거웠던 이슈인데, 결국 현대백화점그룹이 주주들을 위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서 “현대바이오랜드는 거래량이 많지 않은 기업인데, 일부 기관이 상당히 많은 비중으로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현대백화점그룹이 더현대서울 성공을 계기로 신세계, 롯데쇼핑에 비해 좋은 주가 성적을 내면서 주목받고 있긴 하지만, 주력 계열사만 밸류업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비주력 계열사 투자자 입장에서는 소외감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대바이오랜드 관계자는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2024년 발표한 배당정책을 착실히 준수하고 있다”면서 “사업적으로는 주력 사업인 화장품 소재 분야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K-뷰티 흐름에 적극 대응하고자 R&D(연구개발)를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