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에서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키우고 있다는 학부모 B 씨는 1학기가 끝나자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동급생 약 10명이 자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B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이가 이런 분위기에 휩쓸릴까 걱정도 되고, 입시 제도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고 적었다.

교육부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고등학교 학업 중단율은 최근 5년 새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0년 1.1%였던 학업 중단율은 2021년 1.5%, 2022년 1.9%, 2023년 2.0%, 2024년 2.1%로 상승했다. 학업 중단 학생의 대부분이 자퇴 형태라는 점에서 고교 자퇴 증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학교 밖 진학 경로가 현실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은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자퇴가 사실상 학업 중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검정고시를 거쳐 수능을 준비하는 경로가 하나의 대학 진학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여기에 자퇴생 전문 입시 학원까지 등장하면서 학교를 벗어나도 학습을 이어갈 수 있는 사교육 인프라가 형성된 점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수시와 정시가 병행되는 기존 구조 속에서 학생부와 수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면서 자퇴 증가 흐름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비교과 비중은 축소되고 내신 성적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커진 가운데, 일부 대학에서는 정시에서도 학생부를 반영하는 전형을 운영하면서 내신과 수능을 모두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현경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일요신문i’에 “문재인 정부 후반기 학생부종합전형 중심 구조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커지면서 대입에서 정시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됐다”며 “고1 중간고사를 치르고 일찌감치 수시는 포기하고 정시에 집중하겠다는 판단으로 자퇴를 해 검정고시를 치르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특정 성적 구간에 놓인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위권 학생은 내신과 학생부를 통해 수시 전형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하위권 학생은 비교적 일찍 다른 진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중간 수준의 성적을 받은 학생들은 어느 전형에서도 뚜렷한 강점을 갖기 어려운 구조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일요신문i’에 “현재 내신 구조에서는 1등급이 상위 10%까지 확대된 반면, 2~3등급 구간은 최대 30%대까지 넓어지면서 한 단계 차이가 아니라 사실상 다른 집단이 된 상황”이라며 “1등급에 들지 못할 경우 서울권 대학 진학이 쉽지 않아 내신 경쟁에서 밀린 학생들이 검정고시를 거쳐 수능에 집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2025년 도입된 고교학점제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교학점제는 학생 선택권을 확대하고 학습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로 추진됐지만, 도입 논의 초기부터 과목 선택에 따라 성적 격차가 벌어질 수 있고 입시 전략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2025년 11월 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전교조 등 교원 3단체가 전국 고등학생 16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교학점제에 대한 학생 의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3.5%가 고교학점제로 학점 이수와 과목 선택에 따른 부담이 크게 늘면서 자퇴를 적극적으로 고민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미이수 점수를 받을까 두렵고, 졸업이 어려울 바엔 검정고시가 낫다고 생각했다”거나 “진로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택과목을 선택했는데 이후 바꾸지 못해 고민이 생겼다” “내신 경쟁이 과도하게 치열해졌다” 등의 이유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학교 밖으로 일부 학생들이 이탈하는 흐름을 개선하려면 현재 교육 제도와 대입 구조 간 괴리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경희 대변인은 “고교 교육 제도와 대입 정책이 퍼즐처럼 맞물려야 하는데, 최근 도입된 제도는 현장보다 앞서간 측면이 있다”며 “현 상황에 안착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