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 구도상 민주당이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재명 정부 주가부양 정책으로 코스피가 5000포인트를 넘어 8000까지 역대 최고치를 연일 경신했다. 경제성장률과 무역수지 등 지표도 예상을 상회했다. 한미 관세협상을 타결했고, 중동 전쟁 중에도 원유 수급 성과를 통해 물가 상승을 방어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60%대 높은 국정수행 지지율을 유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석열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어게인’ 극우 지지층을 등에 업은 장동혁 의원을 당대표로 선출했다. 지선과 재보궐 선거 과정에서도 추경호 김영환 박민식 이진숙 이용 후보 등 윤석열 정부 인사들을 다수 공천했다. 특히 ‘보수 심장’인 대구시장 경선에서 주호영 의원 등을 컷오프하며 내홍을 일으켰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김부겸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방선거에 대한 인식에서도 ‘정권 견제론’보다 ‘정권 지원론’이 더 높게 나왔다. 민주당이 대구시장까지 가져와 ‘15 대 1’의 압승을 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16개 광역단체장 중 부산·경기·인천·울산 등 12곳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서울시장을 탈환하지 못하고 다시 오세훈 시장에게 넘겨준 점이 뼈아픈 대목이다. 재보선 최대 관심지역이었던 경기 평택을과 부산 북갑도 모두 보수 후보인 유의동 한동훈 의원에게 빼앗긴 것도 상처가 깊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는 게 전반적인 평이다. 오히려 지난 4월 민주당 지도부가 “이 대통령 취임 전 촬영된 영상과 사진을 홍보에 활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공지해, ‘이재명 사진 금지령’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를 두고 당내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친명’과 ‘친청’의 갈등 때문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평택을 보궐선거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은 각각 조국 대표와 김용남 전 의원을 후보로 냈다. 조 대표 측이 김 전 의원을 향해 전방위적 네거티브 검증 공세를 가했고, 김 전 의원 측도 맞대응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평택을의 갈등은 민주당 지지자들 간 싸움으로 번졌다. 여권 한 관계자는 “선거 막판 보수진영은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조국 대표를 두고 지지층이 갈라져 싸우기만 했다. 그럼 당 지도부가 강한 메시지를 내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 선거 막판 조승래 사무총장이 ‘민주당 후보는 김용남’이라고 지원해 줬지만, 정청래 대표는 눈치만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원택 후보와 무소속 김관영 후보의 전북지사 선거까지 맞물리며 정 대표의 고심을 더 깊어지게 했다. 앞서 관계자는 “당에서 김관영 후보를 지원하는 당원들을 해당행위로 징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런 기준이라면 조국 후보를 지원사격하는 민주당 인사들에 대해서도 엄중 경고를 했어야 한다. 하지만 없지 않았느냐”며 “당대표가 본인의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는 모습을 보이니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할 수 있었겠느냐”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조작기소(공소취소) 특검법’ 추진도 지선에 패착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특검법 추진 후 영남권을 중심으로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고, 무당층이 민주당에서 이탈하는 흐름이 포착됐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서울·부산 등 격전지도 여야 후보 지지율이 10%포인트(p) 이상 벌어져 있는 등 한두 달 전만 해도 선거 국면에서 국민의힘이 끌려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민주당이 공소취소 특검을 꺼내며 국민의힘이 반격을 펼 빌미를 제공했다”며 “야당은 공소취소 특검을 고리로 ‘이재명 독재’ 프레임을 넓혀나갔다. 개헌을 대통령 연임으로, ‘AI 국민배당금’은 공산당 논리로 만들었다. 이게 보수 유권자에게는 ‘민주당이 지선 싹쓸이하면 독재하겠다’는 우려로 작동했고, 보수 결집에 불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오세훈 서울시장 등 일부 후보들은 장동혁 지도부와 선을 그으며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렀다. 오 시장은 공천과정에서부터 후보 등록을 거부하는 등 장 대표와 각을 세워왔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장 대표와 합동유세를 하지 않았다.
‘친한계’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공개적으로 강한 메시지를 거의 내지 않았다. 대신 지역을 돌며 조용한 선거를 치렀다. 이런 모습이 극우적 모습을 띤 장 대표 등 지도부와 대비돼 중도층에 호감을 산 것 같다. 그것이 당선의 비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