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그룹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등기임원이 아니어서 법적 책임의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던 정용진 회장이 13년 만인 지난 8일 이마트 등기임원 복귀를 선언했다. 이번 사태의 후속 조치와 책임 규명 방식은 정 회장이 책임 경영을 내세운 뒤 맞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사태 후 약 20일이 지난 이달(6월) 8일 신세계는 정용진 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 각자대표(등기임원) 선임 절차에 오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앞으로 대표이사로서 이사회와 주주의 평가를 받겠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스타벅스코리아의 최대주주로, 이번 사태 이후 정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방침은 그룹 차원의 책임 경영 구조를 제도화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선임 절차는 시차를 두고 진행된다. 이마트는 올해 정기 임원 인사 때 정용진 회장을 각자대표로 내정한 후 내년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할 예정이다. 정 회장의 이마트 등기임원 복귀는 2013년 사임 이후 13년 만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조만간 이사회를 개최해 정 회장을 등기이사로 추천하고, 이후 주주총회 표결을 거쳐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정용진 회장의 이번 복귀 결정은 ‘탱크데이’ 논란 이후 책임 경영 요구가 커진 상황에서 나왔다. 사태 직후 정 회장이 직접 나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공언했으나 실질적으로 법적 책임을 지는 이마트 사내이사 자리에는 올라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5월 27일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논평을 통해 “책임 경영 차원에서 이사회가 즉시 정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주총에서 주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자신 없으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총수의 전면 등판 선언 속에 신세계 내부 실무진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해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적 책임 소지를 조사 중이다. 사태 당시 탱크데이 마케팅은 팀장과 담당, 본부장, 대표이사로 이어지는 4단계 보고 절차를 거쳐 승인됐으나 5월 18일에 ‘탱크데이’라는 명칭을 쓰는 문제와 ‘책상에 탁’ 문구 등의 사회적 파장을 검토하는 절차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신세계그룹은 사태 직후 손정현 전 대표와 담당 임원을 해임하고 관여 직원 5명을 직무에서 배제한 뒤 지난 19일부터 일주일간 커머스팀 전원과 결재라인 임직원 등 총 15명을 대상으로 사건 경위 규명을 위한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탱크데이’ 명칭을 제안한 직원을 포함한 커머스팀 팀원 3명이 휴대폰 제출을 거부하면서 디지털 증거 확보 등 자체 진상 조사에 한계를 겪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26일 공식 발표를 통해 이번 마케팅에 대한 내부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사전 기획의 고의성을 입증할 근거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자체 조사가 일부 실무진의 휴대폰 제출 거부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명확한 책임 규명과 사내 메신저 기록 삭제 의혹 쟁점 등은 경찰 수사로 넘어갔다. 앞서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시민단체는 정용진 회장 등을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과 모욕,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고발한 상태다. 경찰은 지난 17일 그룹 감사팀장을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부 조사 과정에서 지적된 실무진의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해서도 조치가 이어졌다. 당시 김수완 대외협력본부장(부사장)은 “현재 마케팅팀 직원들의 연령을 보면 20대 초반 2명, 30대 후반이 3명으로, 이들의 역사의식과 사회 일반의 역사 인식이 다소 동떨어진 것 같다”며 “해당 사태가 일어난 뒤 직원들의 대화를 보면 처음에는 (문제) 인식을 제대로 못하는 발언이 상당히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신세계는 전사적인 역사 교육 프로그램 가동에 나섰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17일 본사와 이마트 부문 계열 임직원을 대상으로 5·18 민주화운동 관련 교육을 실시한 데 이어, 오는 22일에는 전국 매장의 파트너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24일에는 정용진 회장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 대표단 전원이 직접 해당 교육을 이수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5·18기념재단과 24개국 인권단체 49곳은 지난 17일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스타벅스코리아와 운영 파트너인 이마트가 해당 캠페인을 어떠한 과정으로 기획·검토·승인·집행하였는지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사측을 향한 시민사회의 압박 수위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들 단체는 “탱크데이와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이 어떤 경위로 기획됐고, 검토·승인된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직접·관리적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밝히고 관계자들에게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확인이 어려운 점에 대한 양해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