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과연 CJ대한통운이 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대기업 경쟁사, 즉 진성 경쟁사 일감을 빼앗아 왔는지는 알 수 없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한진은 1분기 부진했지만, 실적 악화는 글로벌 비중이 높은 한진그룹 특성상 중동 정세 불안을 고스란히 받았기 때문이고 물동량 자체는 늘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또한 1분기 수익성이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국 CJ대한통운의 점유율 상승이 중소형 택배업체들의 시장을 가져간 것뿐이라면, 이 시장 소비자들은 워낙에 단가만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CJ대한통운의 구조적 성장 요인은 아닐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점유율 올랐지만…대규모 투자에 단가 인하
CJ대한통운은 대형 자동화 허브터미널, 인공지능(AI) 분류 시스템, TES(기술·공학·시스템) 등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둔 상태다. 투자를 일단 완비하고, 물동량에 따라 운용 규모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경쟁사는 하루 500만 박스를 취급하는 시설에 600만 박스가 몰리면 추가 인력과 설비 투자를 해야 하지만, CJ대한통운은 가동률만 살짝 올리면 완벽히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미리 구축해 놓았다고 한다. 이 같은 고정비 증가가 CJ대한통운 1분기 어닝쇼크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결국 CJ대한통운은 경쟁사 일감을 확실히 끌어와야 ‘경제적 해자’가 완성되는데, 우리나라 물류시장 특성상 이 전략이 통할지 알 수 없다는 회의론이 적지 않은 것이다. 전체 시장점유율이 10%대인 롯데글로벌로지스가 CJ대한통운의 해자 구축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비상장사라 정확한 영업 상황이 드러나지 않지만 롯데마트와 롯데온, 롯데백화점, 세븐일레븐 등 계열사 일감이 30~40%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한 계열사 일감이 튼튼하다 보니, CJ대한통운 같은 외부 기업이 시장을 빼앗긴 쉽지 않은 것이다. 한진의 경우 유통 계열사는 없지만, 대한항공 등 국제 물류 수요가 탄탄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그 아래 후발주자도 대부분 대기업, 혹은 중견그룹 계열사라 그룹 일감이 탄탄하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1분기에도 CJ대한통운의 점유율이 오르긴 했지만, 대기업보다는 가격 민감도가 높은 중소기업 고객사가 많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면서 “이들은 결국 단가만 보고 움직이기 때문에 CJ대한통운에 중장기적으로도 이로운 고객이 될지는 알 수 없다”고 평가했다.
#탈쿠팡 효과, 기대보다 일찍 끝나
드러내놓고 거론할 수는 없으나 회사 입장에서 아쉬운 것은 이커머스 1위 사업자 쿠팡에 대한 불매 운동이 예상보다 일찍 흐지부지됐다는 점이다. 쿠팡은 지난해 말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이후 활성 고객 수가 70만 명 이상 감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이용자들이 다른 이커머스로 갈아타고, 이로 인해 CJ대한통운의 수혜가 기대된다는 분석이 많았으나 탈쿠팡 효과는 예상만큼 크지는 않았다.
쿠팡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 대비 약 8% 증가했고, 5월 이후로는 상당수 이용자가 다시 쿠팡으로 돌아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약 9~10% 증가하고, 로켓배송 성장률이 1분기 4~5%에서 다시 두 자릿수로 복귀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뜻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슈가 또 하나 있는데, 쿠팡 사태를 계기로 논의됐던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완화가 그것이다. 현재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에 대해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이 때문에 새벽배송을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가 수혜를 독식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하지만 소상공인 보호 논리에 따라 이번에도 역시나 새벽배송이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과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되긴 했으나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만약 새벽 배송이 허용된다면, 이마트와 협업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이 수혜가 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CJ대한통운은 고정비 투자를 대규모로 해놓은 상황이라, 더 많은 일감을 한꺼번에 따올 수 있다는 것이다. 1분기 이후 CJ대한통운의 주가가 부진한 것은 이 같은 사정도 있다고 증권업계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주가 측면에서 프리미엄 인정 못 받는 이유
CJ대한통운은 주가만 보면 압도적인 1위 사업자로서의 위상을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이 50%에 육박하고, 매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에도 주식시장에서는 독보적 프리미엄이 부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은 꼭 10년 전인 2016년, 주가가 23만 4000원까지 오른 적이 있다. 그런데 현재 주가는 고작 7만 원대다. 10년 전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2배 이상 증가했으나 주가는 크게 뒷걸음질 쳤다.
다만 이는 CJ대한통운만의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 주요 물류기업들도 주가이익비율(PER)이 13~14배 정도에 그친다. 아무래도 지속 성장 가능성에 대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CJ대한통운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까지 감안하면, 주가가 올라봐야 오를 수 있는 폭이 20~30%에 그친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하나 변수가 쿠팡이다. CJ대한통운은 점유율이 압도적이지만, 이는 쿠팡을 제외하고 계산한 수치다. 어쩌면 1등 사업자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점이 주가 상승에 방해 요인이 되는 것이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CJ대한통운의 주가는 대부분 택배 성장 기대감에 수렴하는데, 최근 주가 하락은 1PL(자사 물류) 유통업체로부터의 성장성 흡수와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소멸되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면서 “택배산업이 저성장 구간으로 접어들었고, 1PL 유통사(쿠팡을 지칭)의 존재감이 큰 점이 할인 요인이다. 기존 목표주가 16만 5000원에서 12만 원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사의 점유율은 공개되고 있지 않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주장은 근거 없는 억측에 가깝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journalist@ilyo.co.kr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