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교수는 서울대에서 화학생물공학과 외교학을 복수전공하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 국제협력봉사단원으로 탄자니아에서 컴퓨터 활용법을 가르쳤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정책학으로 석사 학위,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LSE)에서 정보시스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 교수는 2003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맡기도 했다. 소위 말하는 ‘운동권’은 아니었다. 당시 그의 총학생회장 당선 소식을 전한 여러 언론사는 “비운동권 당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2003년 한국대학신문 인터뷰에서 “비운동권을 강조하는 보도는 유감”이라며 “운동권, 비운동권의 대립과 소모적 논쟁을 넘어서겠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일요신문과 동반성장연구소가 오는 7월 15일 공동주최하는 ‘2026 동반성장 컨퍼런스: 디지털 전환과 동반성장’에서 발제를 맡는다. 일요신문은 지난 7월 1일 박 교수를 만나 디지털 불평등 문제에 대해 미리 물었다.
혹자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며 기존 질서에서 벗어난 새로운 기회가 생겼고 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이와 반대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사회적 불평등이 더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 교수는 “케이스는 다양하다. 디지털 전환으로 좋은 기회를 얻은 개인도 있고, 추격에 성공한 나라도 있다”며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사회적 불평등 구조는 더 심해졌다는 사실이 여러 지표에서 확인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디지털 격차에 층위가 있다”며 “일단 디지털 기술 접근성 격차가 있다. 접근성이 같더라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 격차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신기술이 생기면 격차는 커지는 방향으로 간다. 기술은 지수함수적으로 발전하지만 정책, 문화, 윤리는 선형적으로 발전하니 그 차이는 점점 벌어진다”며 “미래 시나리오를 여러 가지 구상해서 준비하는 ‘예견적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정부 대응은 어땠을까. 박 교수는 쓴소리를 냈다. 그는 “기술로 인해 발생한 격차는 사회적 문제다. 이걸 기술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며 “디지털 기술만 공급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사고는 굉장히 위험하다. 오히려 활용 능력 격차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그동안 대응은 투입 중심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도서 지역 아이들에게 태블릿 PC를 보급하고, 이후 AI 교과서를 전면 도입했다”며 “이런 시도는 다른 나라에서도 굉장히 많이 실패했다.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노트북을 주면 기적이 일어날 거라 믿었지만 실제 효과는 좋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기술은 사회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에는 기술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기술이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것이라는 유토피아적 사고든, AI가 사회를 파괴할 수 있다는 디스토피아적 사고든 결정론적 사고가 팽배했다”며 “하지만 기술은 굉장히 정치적이고, 인간이 기술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 세계적인 과학자들도 예전에는 ‘연구 결과는 중립적이다. 어떻게 활용될지는 나도 모른다’는 태도가 강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디지털 격차는 세대, 지역, 국가 등 여러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디지털 역량은 국가 안보 관점에서도 이야기된다. 디지털 전환에서 뒤처지면 국가 경쟁력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국가 차원 AI 모델은 필수적이라면서 소버린(주권) AI 구축을 국가적 목표로 제시했다.

박 교수는 “기술 주권화 경향이 강해지면서 협력이 굉장히 어려워졌다. 그래도 저는 협력을 이야기한다. 그러면 순진한 것 아니냐는 질문도 받는다”며 “하지만 대한민국 관점에서 협력은 최고의 경쟁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에는 수많은 틈이 있다. 한국은 중견국 중에서도 과학기술 분야 리딩 국가이기 때문에 국제협력을 이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기술 주권을 지키면서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과학기술 발전의 역사는 곧 국제 협력의 역사였다”며 “경쟁과 협력은 일면 상충하는 부분이 있지만 같이 갈 수밖에 없기도 하다. 냉전 시대에도 핵융합 기술을 평화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하자며 국제기구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세대는 동반성장 등 협력보다는 개인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성세대는 특히 20대 남성의 성향이 이례적이라며 ‘이대남’이라는 호칭을 붙이고 여러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교수로서 대학생들과 소통하는 박 교수 생각은 달랐다.
박 교수는 “어느 시대든 20대는 ‘너희는 이래서 문제’라는 말을 들었다. 제가 20대 때도 20대의 탈정치화, 이기주의 이야기가 많았다. 한국 사회 자체가 경쟁적인 것이지 20대가 특별히 다르다고 보지 않는다”며 “채용이 줄어들면서 사회적 감각을 배울 기회도 줄어들긴 했다. 기성세대와 대학이 제도적으로 협력의 경험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