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에프지의 사업목적을 보면 지주사 역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만큼 그룹 지배·관리 기능에 집중돼 있다. 국내외 회사의 주식과 지분을 취득·보유·처분하고, 이를 통해 자회사와 계열회사의 사업을 지배하거나 경영을 지도하는 내용이 첫머리에 배치됐다. 인수합병과 투자, 자금조달, 기업가치 제고,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자문도 사업 범위에 포함했다.
계열사에 제공할 수 있는 경영지원 분야도 구체적으로 적었다. 경영전략과 재무·회계·세무·법무·인사·내부통제·감사·정보기술 등을 지원하고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그룹 공통 정책과 업무 절차를 만들고 프로젝트관리조직(PMO)을 운영하는 역할도 열어뒀다. 개별 사업을 수행하는 회사보다 계열사 위에서 자원과 의사결정을 조정하는 조직에 가까운 구성이다.
‘푸른’이라는 명칭과 기업이미지(CI), 브랜드이미지(BI)를 관리하고 사용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상표권과 저작권, 디자인권, 영업표지 등 지식재산권을 취득·관리하고 계열사의 브랜드 사용을 승인하는 내용이다. 푸른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쓰는 명칭과 이미지를 피에프지에 모으면 이 회사가 그룹 브랜드의 소유·관리 주체가 될 수 있다.
재무 기능도 담았다. 피에프지는 자금을 차입하거나 사채·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으며 자회사와 계열사의 자금조달, 재무관리, 지급보증, 담보 제공을 지원할 수 있다. 실제 거래가 시작되면 주식 보유에 따른 배당, 경영지원 수수료, 브랜드 사용료 등이 피에프지의 수입원이 될 수 있는 구조다.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는 지배회사와 그룹 공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리회사의 기능을 동시에 설계한 셈이다.
법인 주소도 그룹 내 역할을 예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회사는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 위치한 푸른빌딩에 설립됐다. 푸른저축은행 본점과 푸른파트너스자산운용이 같은 푸른빌딩을 사용한다.
현 단계에서 피에프지를 지주회사로 볼 수 없지만 주 대표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담아내면 푸른그룹의 사실상 지주사로 기능할 수 있다. 주신홍 대표가 피에프지 지분 전부를 보유한 만큼 이런 구조가 만들어지면 그룹에 대한 지배력도 피에프지를 거쳐 일원화된다. 현재로서는 지주회사 전환이 확정됐다기보다 이를 실행할 법인과 기능을 먼저 갖춘 단계로 볼 수 있다.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푸른그룹 핵심 계열사 푸른저축은행이다. 푸른그룹의 자산은 푸른저축은행에 집중돼 있다. 푸른저축은행의 2025년 말 자산총액은 1조 5579억 원이다. 주 대표가 피에프지를 지배구조의 정점에 세우려면 푸른저축은행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푸른저축은행을 둘러싼 변화는 이미 감지되고 있다. 주신홍 대표는 지난 5월 부국사료가 보유하던 푸른저축은행 주식 58만 9320주를 시간외매매로 사들였다. 이에 따라 주 대표의 지분은 17.22%에서 21.13%로 3.91%포인트 높아졌다.
부국사료는 당초 푸른저축은행 주식 108만 8048주, 지분 7.21%를 보유했다. 주신홍 대표에게 일부를 넘긴 뒤 49만 8728주, 3.31%가 남았으나 7월 부국사료 자체가 외부에 매각되면서 푸른저축은행의 특수관계인에서도 빠졌다.
주신홍 대표의 푸른저축은행 최대주주 지위가 더욱 공고하게 된 셈이다. 푸른F&D가 16.20%, 구혜원 푸른그룹 회장이 14.74%, 주그레이스 씨와 주은혜 씨가 각각 3.32%, 3.27%를 보유하고 있다.
주신홍 대표는 푸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지분 86.77%를 가진 최대주주다. 푸른파트너스자산운용은 다시 푸른인베스트먼트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주 대표가 개인 지분으로 자산운용사를 지배하고 자산운용사가 벤처투자회사를 거느리는 구조다.
푸른파트너스자산운용의 2025년 말 자산은 178억 원이다. 지난 3월 설립된 푸른렌탈앤파트너스에서도 주 대표는 51%를 확보했다. 자본금 3억 원인 이 회사는 디지털 사이니지 장비를 비롯한 산업용 기계·장비 임대업을 한다.
피에프지가 향후 푸른저축은행이나 푸른파트너스자산운용 등 핵심회사 지분을 넘겨받으면 현재 개인과 관계회사에 분산된 지배구조를 ‘주신홍→피에프지→계열사’로 단순화할 수 있다.
푸른그룹의 독립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사조그룹과 푸른그룹을 연결하는 고리는 최근 끊겼다. 5월 말 부국사료 주주명부에는 사조산업과 푸른그룹 측 계열사·오너 일가가 함께 올라 있었다. 최대주주는 지분 35%의 사조산업이었다. 푸른그룹 측 보유분은 41.53%였다. 지난 7월 사조산업과 푸른그룹 측 가족·계열사·재단은 보유주식 전량을 처분했다.
출자선이 끊겼다고 계열분리가 자동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법은 동일인의 친족이 경영하는 회사라도 공정위가 독립경영을 인정해야 기존 기업집단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한다.
푸른그룹 계열은 아직 사조그룹에서 공식적으로 빠지지 않았다. 공정위가 8월 3일 기준으로 집계한 소속회사 현황에는 푸른저축은행과 푸른파트너스자산운용, 푸른F&D, 푸른통상, 푸른렌탈앤파트너스가 사조 계열사로 이름을 올렸다.

푸른저축은행의 2025년 말 자산총액은 1조 5579억 원이다. 하지만 공정자산총액은 크게 축소된다. 공정자산총액은 금융계열사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다. 이 경우 푸른저축은행의 자본총계는 3180억 원이다. 지분 매각으로 자산에서 제외되는 부국사료의 자산은 2704억 원이다. 그 외 푸른F&D(510억 원), 푸른파트너스자산운용(171억 원), 푸른인베스트먼트(130억 원) 등의 푸른그룹 공정가치자산(추산)을 제외하면 사조그룹 공정자산총액은 5조 원 내외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푸른그룹의 승계 후보자인 주 대표가 개인회사 피에프지를 설립한 것은 향후 독립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이 과정에서 피에프지가 푸른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푸른그룹 관계자는 “원래부터 푸른그룹과 사조그룹은 분리돼 독립적으로 경영해 왔다”면서도 “주 대표의 개인회사 설립이 지배구조 변화에 어떤 영향을 줄지 여부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사조그룹 관계자는 관련 내용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