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조직 재편은 올해 임금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성과급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실적 개선을 배경으로 DS 부문의 성과를 별도로 보상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지만, 사업부별 실적 차이와 성과급 배분 방식을 둘러싼 이견도 이어졌다. 초기업노조는 한때 조합원 수가 7만 6000명을 넘으며 전사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했으나, 조합원 이탈이 이어지며 지난 6월 과반 지위를 잃었다.
초기업노조는 총회 공고에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불신임 사유를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집행부 내부에서는 DX 부문 대응과 조직 운영 방향을 둘러싼 이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승호 위원장의 장인 운영 업체 계약 논란과 함께 조합비 결제에 따른 포인트·마일리지 사적 적립 의혹 등이 제기되는 등 갈등의 골도 깊어졌다. 이 부위원장 측이 총회 결과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사내 노조를 둘러싼 공방은 법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조직 재편은 향후 삼성전자의 노사 교섭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초기업노조는 차기 임단협에서 다른 노조와의 공동 교섭 대신 DS 부문 중심의 별도 교섭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노동위원회가 교섭 단위 분리를 인정할 경우, 한 회사 안에서 반도체와 비반도체 부문이 별도로 교섭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반면 DX 중심의 동행노조는 사업부 간 공동 교섭을 요구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1일 기준 삼성전자 노조 지형은 초기업노조(약 5만 3077명), 동행노조(3만 919명),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약 2만 4497명) 등으로 삼분돼 있다. 사업부별로 쪼개진 복수 노조로 인해 노조 전체 차원의 교섭력 약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사업부 간 실적 격차까지 극명하게 벌어지면서 향후 임금 협상은 더욱 험로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지난 2분기 89조 2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반면 DX 부문은 80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당한 실적을 낸 DS 부문과 비교해 DX 구성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충분히 이해할 될 수 있지만 성과에 따라 보상이 주어지는 제도의 본래 취지를 감안하면 사업부 간 차등 자체를 부당하게만 보기는 어렵다”면서 “경영진이 성과급 관련 원칙을 충분히 설명해 구성원을 설득하고, 소외감을 느끼는 사업부 임직원들과 적극적 소통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