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안이 발의되자마자 거센 논란이 일었다. 이미 기소돼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서도 특검이 공소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문구 때문이었다. 국민의힘은 임기 후 이 대통령이 법정에 서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특검을 활용하려 한다며 반발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이 악화되자 민주당은 추진을 보류하기로 했다.
다시 불씨를 당긴 건 이 대통령이었다. 이 대통령은 9월 18일 기자회견에서 특검법과 관련된 질문에 “지난 정부에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무리하게 수사 기소를 해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저만이 아니다. 악의적 수사 조작이 의심되는 사건들에 대해서는 특검을 통해서 진상을 규명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기존 사건에 대해 공소취소를 하자 또는 할 수 있게 하자라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제가 국회 측에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지금 논란이 되는 특검의 권한 사항 중에 기존 기소 사건들에 대한 이송 또는 처분에 관한 조항들은 삭제하시고 진상 규명에만 집중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대통령 제안에 민주당은 정치적 쟁점이 됐던 문구들을 삭제 또는 수정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12월 9일 끝나는 정기국회 때 처리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10월 28일 이른바 ‘조작기소 국정조사’ 보고회를 열어 특검 추진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자리엔 민주당뿐 아니라 조국혁신당, 진보당 의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특검법 추진을 외쳤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국정조사에서 확인한 자료와 증언을 바탕으로 남은 의혹을 끝까지 밝히고 책임을 묻는 후속 조치로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국조특위 위원장이었던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국정감사가 끝나고 윤석열 정치검찰이 어떻게 조작하고 수사하고, 조작기소 했는지 낱낱이 그 내용을 입법화해서 책임을 물어야 할 시간”이라고 했다. 법사위는 11월 초 법안을 정식으로 다룰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선 조희대 대법원장 국정조사 실시에 이어 조작기소 특검까지 밀어붙이는 민주당 의 노림수에 주목한다. 사법 및 검찰개혁 이슈를 동력으로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고 있다는 분석도 그중 하나다. 최근 여권은 내홍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이나 검찰의 조작기소 건에 대해선 이견이 크게 없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국조특위 보고서엔 당시 1야당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을 잡기 위해 검찰이 수사를 어떻게 조작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국민들에게 잘 설명하면 공소취소용이란 오해는 사라질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조희대 국정조사에 이어 특검법을 계기로 내부 진영의 갈등이 일단 진정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도 본다”고 전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10월 27일 “조작기소를 빙자해 이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한 ‘공소취소 빌드업 특검’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라면서 “이 대통령 공소취소라는 목적부터 문제이지만 특검이라는 수단도 문제다. 검찰 해체를 치적처럼 자랑해 온 이재명 정권은 그동안 수사와 기소 분리 원칙을 우회하기 위한 꼼수로 특검을 애용해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조문에서 공소취소 내용이 사라지더라도 기소를 무효화할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국민의힘 전직 의원은 “피고인이 자신을 기소한 검찰을 수사하겠다고 특검을 만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물었다. 국민의힘 한 현직 의원은 “조작기소 정황이 드러났다고 가정해보면, 아마 여권은 이를 명분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공소를 취소하려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공소청장의 국무회의 참석, 법무부 장관 인선 등도 이 대통령 공소취소 작업의 일환으로 생각한다. 앞서의 국민의힘 전직 의원은 “민주당 주도로 도입된 특검이 이 대통령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내리면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 공소청장에게 공소취소를 지휘하는 큰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소청이나 법무부가 ‘이재명 로펌’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측면에서 법무부 장관 인사가 정가의 관심을 모은다. 이 대통령 공소취소에 있어서 키맨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이었던 정성호 전 장관은 ‘찐명’으로 분류됐음에도 공소취소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당 강경파가 주도했던 검찰개혁에 불만을 갖고 있었던 정 전 장관은 조작기소 특검법에 대해서도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정 전 장관 후임으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김승원 의원은 지난 2월 출범한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 대표였다. 김 의원에 이어 유력한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되는 박균택 양부남 민주당 의원 역시 이 모임 소속이다. 현재 이 대통령은 두 의원을 놓고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둘은 호남에 지역구를 둔 초선 의원에 검찰 재직 시절 고검장을 지냈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박균택 의원은 광주고검장을 거쳐 전남광주 광산갑에서, 양부남 의원은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퇴임해 전남광주 서을에서 배지를 달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여러 차례 입각이 점쳐졌었다.
박 의원은 이 대통령의 대장동·위례·성남 FC 사건의 변호인을 맡았다. 양 의원은 이 대통령 사건을 직접 수임하지는 않았지만 2022년 대선 때 이재명 캠프 국민검증법률지원단장을 맡았고, 이후 민주당 법률위원장으로 선임됐다. 당시 이재명 대표 시절 검찰 수사에 대한 대응을 총괄했다.

양 의원은 10월 23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형사소송법) 요건이 충족된다면 대통령 사건이어서가 아니라 일반 국민 사건이라 할지라도 당연히 공소취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공소청장 등 수사기관 수장의 국무회의 배석을 두고 독립성 훼손 우려가 제기되자 10월 26일 “정책의 현안을 공유할 수 있고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다”면서 “오히려 긍정적 기능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겉으론 강경 투쟁을 부르짖고 있지만 여권의 특검 추진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계산이다. 여론전에 있어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의힘은 조작기소 특검법이 본회의로 올라오면 장외집회 등을 통해 법안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국민의힘은 특검 수사가 이뤄지더라도 공소를 취소할 만한 ‘스모킹건’은 나오기 힘들다고 본다. 과거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들의 협조 여부, 자료 확보 등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주장처럼 수사에 일부 문제가 있거나 조작이 실제 있었다고 해도 기존 공소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인지를 두고도 공방이 불가피하다.
앞서의 국민의힘 현역 의원은 “이재명 정부 들어 도입된 다른 특검처럼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날 것이다.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특검을 밀어붙인 결과”라면서 “이렇게 되면 아마 민주당은 공소취소를 위해 무리수를 둘 것이다. 조희대 국정조사와 탄핵 추진 등과 맞물려서 결국 모든 부메랑은 민주당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이는 민주당이 우려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와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아시아경제 의뢰로 10월 19~23일 전국 18세 이상 25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2.0%포인트(p) 내린 35.3%였다. 부정 평가는 1.9%p 오른 62.3%였다.
10월 22~23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0.2%p 하락한 36.0%였다. 국민의힘은 1.7%p 상승한 42.6%로 집계됐다. 양당 지지율 격차는 6.6%p로 국민의힘이 오차범위 밖에서 우세를 보였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특검법 강행이 악화된 여론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여권 곳곳에서 분출한다. ‘조희대 대법원’ 때리기는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조작기소 특검법은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도 뒤를 잇는다. 친명과 갈등을 빚고 있는 비명계가 이번엔 비토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검법이 여야는 물론 여권 내부의 집안싸움에 불을 붙일 뇌관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