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썼다. 그로부터 15년 뒤인 2017년 4강 진출을 확정지었던 ‘승부차기 키커’와 히딩크 감독 ‘통역’이 KFA 행정 투톱으로 나섰다. 2017년 11월 KFA는 홍명보 전무이사-전한진 사무총장을 나란히 주요 행정 책임자로 내세웠다.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전무이사 발탁은 축구계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초라한 성적으로 사퇴한 것이 잊히기도 전에 홍 전 감독이 행정가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 전 감독은 자진사퇴를 결정했다. 2014년 7월 10일 홍 전 감독은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놨다. 당시 기자회견서 홍 전 감독은 “충무공의 정신을 가지고 (감독직에) 임했다”는 발언 등으로 빈축을 샀다.
홍 전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직 사퇴 이후 3년 만에 KFA ‘행정 사령탑’ 격인 전무이사로 컴백했다. 통상 체육종목단체서 전무이사는 행정 관련 전결권을 가지는 핵심 직위다. KFA는 다시 한번 홍 전 감독에게 큰 책임을 맡겼다.

#전한진 사무총장 동생이 팀트웰브 출신?

7월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청문회에서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11월 중계권 본계약을 체결했는데, 팀트웰브가 본계약 전에 무려 32억 원에 달하는 중계권 재판매를 했던 것으로 파악을 했다”면서 “무자격 영업”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정선 팀트웰브 대표는 “2020년 7월 KFA, 프로축구연맹과 MOA(합의각서)를 체결했었고 그것을 기반해서 영업을 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노 의원은 “MOA가 체결되기 전에도 15억 원에 달하는 중계권 (재)판매를 이미 (팀트웰브가) 했다”고 반박했다.
박 대표는 “주요 계약조건에 대해서 의견 합치를 한 게 2020년 2월 초인데, 코로나19가 발생했다”면서 “저희는 구두계약도 계약으로 봤다”고 밝혔다.
일요신문은 박정선 팀트웰브 대표에게 ‘구두계약을 논의한 실무자가 누구인지’를 물으려 전화와 문자를 시도했지만, 박 대표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노 의원은 팀트웰브가 MOA상 중요한 대금 지급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중계사업권 본계약을 체결한 상황과 관련해 홍 전 감독에게 “대단한 특혜를 준 것 아니냐”면서 “팀트웰브와의 친분관계 때문에 전무이사로서 뒷배 역할을 한 것이냐”고 물었다. 노 의원은 “그때 이미 또 다른 조건의 제안자가 있었다”면서 “제3의 제안자를 무시하고 팀트웰브와 같이 간 것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시겠느냐”고 질의했다.
홍 전 감독은 “당시 중계권 계약 건은 협회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업이었다”면서 “전문적인 실무 지식이 필요한 만큼, 해당 사업은 사무총장 업무라인에 있었다”고 해명했다. 홍 전 감독은 “물론 계약 관련 결재 라인에 전무이사가 있었기 때문에 관련 사안에 대해 내부 협의가 끝난 후 업무 진행 보고를 받긴 했다”면서 “계약 일체에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홍 전 감독은 “저는 KFA 내에서 전무이사 직을 맡으면서 전문적인 실무 지식이 있기보다는 현장에서 많이 일을 했기 때문에 이 사업에는 제가 전혀 관여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홍 전 감독은 전무이사 재직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전한진 KFA 국제위원장이 실무를 담당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런데 취재 결과 전 위원장의 동생 A 씨가 팀트웰브에 재직한 이력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 위원장이 팀트웰브 관련 실무를 담당했다면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A 씨는 FC네트워크와 팀트웰브 등 마케팅사에서 축구 마케팅 커리어를 쌓았다. 박정선 팀트웰브 대표 역시 FC네트워크 출신이다. 축구계에선 A 씨를 ‘홍명보 장학재단 부장 출신’으로 기억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A 씨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전후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홍명보 전 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하며 개인적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 체육종목단체 관계자는 “최근엔 계약 체결 및 결재에 이해관계자가 개입할 경우 위법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2024년 초부터 체육종목단체들이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돼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른 이해관계자 제척·기피 신청이 의무화된 까닭”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계약이 2020~2021년 사이에 이뤄졌다면, 위법 소지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지만, 석연찮은 계약이란 눈총을 받을 여지는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10월 29일 A 씨는 일요신문 통화에서 “팀트웰브에 근무한 시기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였다”면서 “재직 시기는 팀트웰브와 대한축구협회 사이 계약 시기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홍명보 장학재단 근무 이력’을 묻는 질문에 A 씨는 “홍명보 장학재단에 근무한 적이 없다”면서 “FC네트워크라는 회사에서 홍명보 장학재단 업무대행을 할 때 마케팅 대행업무 담당자였다”고 답했다.
#2024년 ‘삼자계약’ 실무자도 FC네트워크 출신?

2024년 계약은 팀트웰브가 당사자로 참여한 삼자계약 형태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뉴미디어 방송사업권과 후원계약이 통합된 ‘패키지 형태’ 계약에 팀트웰브가 당사자로 있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의구심이 국정감사를 통해 제기됐다.
10월 21일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문체부 차관 출신 김정배 전 KFA 부회장에게 “‘쿠팡(플레이)이 계약대금을 팀트웰브에 지급하면, 팀트웰브는 수령 당일 KFA에 지급하도록 돼 있다’는 계약조항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느냐”면서 “이 계약을 누가 삼자계약으로 추진하자고 했느냐”고 물었다.
김 전 부회장은 “제가 정확한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김 전 부회장은 “2023년 5월부터 2025년 4월까지 근무를 했는데, 후원과 관련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직접 컨트롤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그 부분은 실무자들이 챙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실무자가 누구였냐’는 추가 질문에 김 전 부회장은 “당시에 경영 쪽에 계셨던 분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 전 부회장은 “거듭 말씀드리지만 계약 사무 등에 대한 부분은 주도적으로 한 부분이 없다”면서 “제 기억으로는 결재는 한 것 같다”고 답했다. 김 전 부회장은 “당시 실무진을 신뢰하고 있었다”는 취지 답변을 하기도 했다.
취재에 따르면, 이 삼자계약을 추진했던 실무진은 마케팅팀장 B 씨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B 씨는 현재 KFA 마케팅실장 직함을 달고 있다. B 씨는 KFA에 입사하기 전 FC네트워크에서 스포츠 마케팅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FC네트워크 재직 시절 B 씨는 박정선 팀트웰브 대표, 전한진 KFA 국제위원장 동생 A 씨와 함께 일했던 것으로 보인다.
삼자계약 당시 B 씨는 KFA 마케팅팀장이었다. 2024년 KFA 조직도 상에서 마케팅팀은 경영본부 산하에 있었다. 당시 경영본부장은 전한진 KFA 국제위원장이었다. 얽히고설킨 인맥이 KFA와 쿠팡플레이, 팀트웰브를 둘러싼 석연찮은 계약에서 지속적으로 포착되는 양상이었다.
#‘금강파’라 불리는 FC네트워크 출신들

그동안 FC네트워크 출신들은 축구산업 전반에 걸쳐 마케팅 큰손으로 이름을 날려 왔다. 2017년 6월 ‘일간스포츠’는 “FC네트워크라는 신생업체는 회사 설립 이후 메이저 업체들을 제치고 KFA 거대한 계약들을 독점했다”면서 “‘현대가의 거물’이 FC네트워크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취지 보도를 했다.
일간스포츠에 따르면, FC네트워크에 대한 KFA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하며 KFA가 사업 대부분을 FC네트워크에 독점 수준으로 맡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제20대 국회에서도 KFA를 둘러싼 ‘마케팅 카르텔’을 살펴보려 벼르는 의원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FC네트워크는 2020년 11월 ‘스포츠랩’으로 법인명을 바꾼 뒤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2020년대에 들어 업계에선 스포츠랩(FC네트워크)보다 팀트웰브가 더 큰 주목을 받았다. 팀트웰브를 설립한 박정선 대표 또한 FC네트워크 사내이사 출신이다. 박 대표는 팀트웰브 설립 이후 KFA와의 사업 영역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며 축구계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FC네트워크에 금강기획 출신이 아닌 경영자가 나타난 뒤, 금강기획 출신들의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금강기획 출신인 박정선 대표가 팀트웰브를 창립했고, 점진적으로 축구산업에서 지분을 늘려가고 있다”고 했다.
팀트웰브가 영향력을 급속도로 확장할 수 있었던 계기는 KFA 뉴미디어 중계권 확보였다. KFA는 2019년 말부터 2020년 초까지 최저입찰가 230억 원에 ‘중계권 통합 패키지’를 판매하려 동분서주했었다. 그러나 고가의 중계권은 유찰됐고, KFA는 뉴미디어 중계사업권을 분리했다. KFA는 팀트웰브가 포함된 ‘덴츠 컨소시엄’을 중계사업자로 선정했다.
2021년 팀트웰브는 쿠팡플레이에 중계권을 재판매했고, 급기야 2024년엔 파트너십-중계권 통합 계약 당사자로 참여했다. 국회 등 정치권서도 팀트웰브와 관련한 일련의 상황을 석연찮게 바라보는 상황이다. 국회 문체위 소속 일부 의원들은 KFA와 팀트웰브의 계약 과정서 특혜·이해충돌·배임 등에 대한 여지가 없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의 축구계 관계자는 “팀트웰브를 둘러싼 석연찮은 계약은 2002년 월드컵 현장에서 영광을 함께했던 ‘월드컵파’와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축구 마케팅 주축으로 뛰어온 ‘금강파’들의 의기투합에 따른 부산물”이라면서 “축구가 더 많은 팬에게 사랑을 받으려면 현장의 결과-협회 행정의 공정성-외부의 마케팅이 삼박자를 갖춰야 하는데, 세 요소에서 모두 엇박자가 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요신문은 10월 20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KFA에 팀트웰브의 계약을 둘러싼 의혹 관련 내용을 질의했다.
이에 대해, KFA 측은 삼자계약 세부 내용과 관련해 10월 30일 일요신문에 “계약 당사자 간 체결한 계약과 관련된 사항”이라며 “계약상 비밀유지 의무 등으로 인해 대외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공개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전달받았다”고 했다.
KFA 측은 전한진 위원장 동생 A 씨의 팀트웰브 재직 이력, 삼자계약 참여 연관성과 관련한 질의에 “과거 관련업무 담당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 A 씨는 팀트웰브에서 2015년에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2020년 덴츠 컨소시엄의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과 관련성은 금시초문으로 확인됐다. A 씨는 팀트웰브에서 협회와의 삼자계약과 무관하다는 점을 확인드린다”고 답변했다.
#계약서 제출 않는 KFA, 감사 요구하는 국회

문체위 소속 의원실 한 관계자는 “국회 속기록에도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발언이 기록돼 있는데, KFA가 여전히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이는 KFA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했다.
국회 문체위에선 문체부에 팀트웰브가 KFA 뉴미디어 중계사업권을 획득한 경위와 관련한 감사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