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수청법 제43조에 따라 다른 수사기관은 중대범죄를 인지하면 중수청에 통보해야 한다. 중수청은 원칙적으로 7일 이내에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하며, 직접 수사가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구하면 해당 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따라야 한다. 다만 통보 자체가 수사권을 넘기는 것은 아니며, 중수청이 이첩을 요구하기 전까지 경찰은 기존 수사를 이어간다.
문제는 수사 과정에서 여러 혐의가 적용되거나 중대범죄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는 경우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융권 AI 해킹 사건이다. 경찰은 당초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수사했지만, 피해 금융기관의 시스템이 중수청 수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법률 검토에 나섰다. 중수청 수사 대상인 사이버범죄에는 국가핵심기반 해킹에 따른 정보통신망법 위반, 전자금융기반시설 침해에 따른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이 포함된다.
경찰은 피해 시스템이 국가핵심기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내부 업무지원 시스템도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금융기반시설’로 볼 수 있는지는 불분명했다. 이에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금융위는 10월 20일 “(전자금융기반시설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회신했다. 경찰은 유권해석과 피해업체 의견, 자체 수사 내용을 종합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추가 적용하고 중수청에 사건을 통보했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이 중수청의 ‘1호 사건’이 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서울중수청은 10월 23일 수사 불개시를 결정했다. 경찰이 이미 접속기록 분석, 국제공조 등 수사를 상당 부분 진행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서울중수청 사이버정보수사과장은 공석이고 디지털 포렌식 장비 이관도 진행 중이어서 수사 준비 부족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다만 김지용 중수청장은 19일 “지금 인력으로도 수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사건 핑퐁’ 우려가 제기됐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10월 24일 페이스북에 금융권 해킹 사건 관련 보도를 공유하며 “예견되었던 지옥문”이라고 비판했다. 수사기관 간 혼선에 따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찰과 중수청은 사건 떠넘기기는 없다는 입장이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중수청 사건이라는 걸 알게 되면 법상 인지통보를 하게 돼 있다. 인지통보를 한다고 수사를 멈추는 게 아니다”라면서 ‘사건 핑퐁’은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수청 관계자도 “중수청과 국수본 사이 사건이 오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핑퐁’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유권해석을 두고 중수청 내부에서 이견이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와 관련 국수본 관계자는 ‘일요신문i’에 “(중수청이 담당할) 중대범죄 해당 여부에 대한 이견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혐의 적용이나 판단에 대한 공식적인 이견을 전달받은 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률 검토 기간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경찰과 중수청이 모두 수사에 나선 사건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0월 6일 환자 사망과 부당 격리 의혹이 제기된 인천 미추홀구 원병원 관계자들을 중수청에 고발했다. 이 병원에서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입원환자 4명이 숨졌으며, 인권위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병원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와 감금, 무면허 의료행위 지시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중수청은 사건을 서울중수청 사회약자범죄특별수사과에 배당했다.
그런데 경찰도 같은 병원을 수사하고 있었다. 사망 환자 유족의 고소장을 접수한 인천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10월 6일 병원을 압수수색해 진료기록 등을 확보했다. 당시 경찰은 중수청과 압수수색에 관한 사전 조율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유족의 고소로, 중수청은 인권위의 고발로 각각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중수청 관계자는 “경찰과 사건 병합 등 관할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관할이 중첩될 경우 수사자료 인계 등도 부담이다. 실제로 중수청의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은 사건 접수·이첩·배당 등 일부 기능만 가동 중이고, 나머지 기능은 12월 초 개통될 예정이다. 전산망이 완비되기 전까지 일부 수사기록은 우편이나 인편으로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협의회 설치는 의무사항이 아니고 기관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누가 최종 결정을 내릴지도 법률에 명시돼 있지 않다. 협의회 준비 상황도 명확하지 않다. 행안부 관계자는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 관련 업무를 어느 소관으로 갈지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관련 질의에 답변할 담당 부서조차 정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법조계에서는 수사 관할 중첩이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도 나온다. 검찰 출신 김규현 법무법인 일로 변호사는 “다소 마찰은 있을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수준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수청의 이첩 요구가 1건에 그친 데 대해서도 과거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가 소수의 대형 사건에 수사 역량을 집중했던 사례를 들며 중수청 역시 많은 사건을 넘겨받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현행 제도가 수사기관 간 관할 중첩을 허용하면서도 충돌을 해결할 결정 권한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근우 교수는 “법 자체가 중첩을 허용하고 있는 데 중수청에 우선권을 줘버렸다”고 말했다. 중수청이 사건을 넘겨받을지 선택할 수 있는 구조인 만큼 기관 간 자율적인 협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근우 교수는 내년에 시행될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애초에 협의가 안 됐으니까 문제가 생긴 건데 다시 협의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행안부 장관이든 별도의 기구든 누군가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행법상으로는 중수청 쪽에서 거부하면 관할을 조정할 방법이 없다”며 단순히 기관장들이 모여 협의하는 방식으로는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근우 교수는 수사 관할 중첩이 경찰과 중수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도 지적했다. 특별사법경찰(특사경)과 해양경찰의 수사, 관세청의 마약 수사 등에서도 일반 경찰과 담당 영역이 겹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관세청의 통제배달 수사처럼 세관 밖에서 수사가 진행될 경우 경찰의 마약 수사와 관할이 겹칠 수도 있다.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 구성과 관할 조정 주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수사 관할을 둘러싼 심각한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그러나 수사 관할 중첩 문제는 사건을 통보하거나 넘겨받는 절차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가 가동되더라도 기관 간 합의에만 의존한다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수사기관이 관할을 놓고 대립할 때 신속하게 수사 주체를 결정할 권한과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