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슷한 사건은 계속됐다. 10월 12일 제주에서는 스토킹·교제폭력 피해를 신고한 40대 여성이 전 연인에게 살해됐다.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는 범행 과정에서 뜯겨 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10월 14일 전북 전주에서 별거 중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70대 남성이 붙잡혔다. 피해자는 앞서 8차례 경찰에 신고했고 가해자에게는 스토킹 잠정조치 1~3호가 내려진 상태였다.
이처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실제 범죄 예방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가해자를 직접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경찰이 제공하는 스마트워치는 피해자가 긴급상황을 신고하는 수단이지만, 갑작스러운 공격을 막거나 가해자의 접근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기능은 없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스마트워치는 사실상 국가의 직무 유기"라면서 "피해자에게 '네가 피해'라는 것인데, 가해자가 흉기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스마트워치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하며, 전자발찌 부착 등을 통해 경찰이 모니터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개선을 추진하는 제도 중 하나는 가해자를 일정 기간 격리하는 '유치' 조치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과 스토킹처벌법은 모두 법원 결정으로 가해자를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유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두 법률에서 정한 조치의 종류와 신청 요건에는 차이가 있다.
먼저 가정폭력처벌법은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한 '임시조치'를 1호부터 6호까지 규정한다. 1호는 피해자의 주거에서 가해자를 퇴거·격리하는 조치다. 2호는 피해자나 주거·직장 등에 대한 100m 이내 접근금지, 3호는 전화·문자메시지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다. 4호는 의료기관 등에 위탁하는 조치이며, 5호는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 6호는 상담소 등에 상담을 위탁하는 조치다.
이 가운데 임시조치 5호는 가해자의 신체를 직접 구속한다는 점에서 강력한 보호 수단으로 꼽힌다. 그러나 현행법상 수사기관이 이를 신청·청구하려면 가해자가 기존 임시조치 1~3호를 위반하고 가정폭력 재발 우려도 있어야 한다. 위험성이 높더라도 기존 조치를 위반하기 전에는 수사기관이 유치를 신청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반면 스토킹처벌법은 재범 우려 등을 고려해 법원이 '잠정조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1호는 스토킹 중단에 관한 서면경고, 2호는 100m 이내 접근금지, 3호는 전화·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접근금지다. 여기에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3호의2와 유치장·구치소에 최대 1개월간 유치하는 4호가 있다. 가정폭력과 달리 기존 조치를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재범 우려가 인정되면 유치를 결정할 수 있다.

문제는 이미 마련된 강제조치조차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스토킹 잠정조치 3호의2인 전자장치 부착은 경찰 신청 2181건 중 법원 결정이 757건이었다. 잠정조치 4호인 유치는 2466건 신청됐지만 법원 결정은 563건에 그쳤다. 각각 경찰 신청 건수 대비 34.7%, 22.8% 수준이다.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 4월 발표한 '스토킹 행위자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보고서에서 전자장치 부착과 유치조치에 대해 "행위자를 통제하는 가장 강력한 방안임에도 활용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전자감독 인력과 기반시설 부족, 법원의 소극적인 조치 적용, 경찰과 법무부 간 정보 연계 미흡 등을 문제로 꼽았다. 아울러 스토킹 전담 전자감독 체계 구축과 가해자 감시체계 강화 등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호조치 위반이 실제로 반복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25년 3월 공개한 '스토킹 범죄의 특성 및 대응 강화 방안(Ⅱ)'에서는 스토킹 가해자 241명의 수사·재판 기록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피해자 보호조치를 받은 가해자의 56.4%가 해당 조치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피해자와의 직접 접촉과 협박, 감시 위반 등을 폭력 발생 가능성과 관련된 위험요인으로 분석하며 가해자에 대한 조기 개입과 다기관 협력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전자발찌 부착이나 유치 요건 완화만으로 모든 범행을 예방할 수는 없다. 지난 3월 경기 남양주에서는 기존 성폭력 범죄로 전자감독을 받던 남성이 스토킹 피해 여성을 살해했다. 가해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과 실제로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위험 징후가 확인되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찰과 보호관찰기관의 공조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보호조치가 만료될 때 발생하는 공백도 해결 과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3월 별도 보고서에서 보호기간과 연장 횟수 제한으로 위험이 지속돼도 보호가 중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치 종료 전 위험성을 다시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보호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유죄 확정 전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인 만큼 객관적인 위험성 평가 기준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위험 가해자에 대한 판단과 격리, 사후관리까지 유기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