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대구에서 약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임창용의 형들이 미혼이라 결혼식을 내년 1월로 미루고 혼인신고를 마친 다음 여느 부부와 다름없는 생활을 했었다. 그러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두 사람 사이의 다툼이 잦아지고, 임창용이 1월 결혼식을 메이저리그 진출 후로 연기해 버리자 불안해진 이씨가 한 스포츠신문에 제보를 함으로써 두 사람의 이혼 위기가 언론에 대서특필됐던 것이다.
<일요신문>은 임창용의 파경과 관련해서 임창용과 아버지 임영치씨, 그리고 약혼자 이현아씨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너무나도 다른 양쪽의 입장을 정리해 본다. 기자와 전화 통화를 한 날도 오후에 서울 신일고에서 훈련을 했다는 임창용은 “전혀 이혼할 생각이 없었다.
메이저리그 준비로 결혼식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사소한 말다툼이 벌어졌고 서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25일 양가 어른들이 만나 합의를 보려고 했는데 현아가 먼저 일을 터트리고 말았다”며 이현아씨에 대한 원망을 감추지 않았다.
이씨는 지난 22일 임창용의 이혼 요구를 듣고 실신해서 대구 모 종합병원 응급실에 실려가서 현재 입원중인데 임창용은 이혼을 요구한 게 아니라 메이저리그 진출이 결정될 때까지만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는 설명이다. 이씨의 호화스런 생활과 시부모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임창용의 부모가 “잠시 떨어져서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만 제의했다는 것.
그렇다면 이씨가 4천만원이 넘는 카드빚을 지고 명품 옷만을 샀다는 임창용의 주장은 사실일까. 이씨는 임창용과 인터뷰하기 전에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4천만원이 넘게 카드 빚을 졌다는 사실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임창용은 만약 이 문제가 법정까지 가게 될 경우 카드사에 의뢰해서 지출 명세서를 뽑아보면 누구 말이 진실인지 가려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나도 명품을 좋아한다. 하지만 현아가 쇼핑하는 걸 보면 중독에 걸렸다고 생각될 만큼 도가 지나쳤다.
아직 학생(영남대 4년)인데 하루에 대여섯 벌의 옷을 사는 게 다반사다. 심지어 어머니가 해주신 국산 그릇을 모두 치우고 수입 그릇으로 전부 바꿔놓기도 했다. 액세서리도 명품만 하고 다녔다. 부모님께 생활비를 타서 쓰는 주부의 씀씀이치고는 도가 지나쳤다.” 이 부분에서 임창용의 아버지 임영치씨는 카드사에 서 날아온 영수증을 모두 보관하고 있는데 영수증을 살펴보면 하루에 서너 번씩 백화점을 들락거린 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결혼 전에 빚진 게 2천만원이 넘었다. 창용이한테 그 빚을 갚아달라고 부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창용이가 변제해줬다고 들었다. 그런데 또 4천만원이 넘는 카드 빚을 진 것이다. 같이 산 8개월 동안 쓴 돈이 1억원이 넘는다. 시아버지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임씨는 특히 광주에 사는 시부모가 대구 아들집에 왔다갔다하는 걸 싫어한다는 얘기를 임창용으로부터 전해듣고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동안 며느리가 해주는 따뜻한 밥상 대신 항상 임창용의 어머니가 두 사람의 아침상을 차려줬을 정도로 아무 것도 모르는 대학생 며느리를 이해하려고 무척 노력했다는 것.
한편 임창용은 이씨에게 “자유롭고 싶다. 총각 시절이 그립다”고 말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싸우다가 열받아서 튀어나온 말이었다. 결혼하면 마음 편히 운동에만 전념할 줄 알았다. 그런데 혼자 지내는 것보다 신경 쓸 일이 더욱 많았고 내조다운 내조를 받아본 적이 없다.
친구 만난다고 시부모님이 와계셔도 새벽에 들어오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임창용은 휴대폰의 위치추적 장치를 이용해서 자신이 있는 곳을 수시로 확인하고 항상 자기 옆에만 있어주길 바라는 이씨와 살면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아버지 임씨는 이씨가 임창용에게 이메일로 협박을 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혔다. ‘창피해서 한국에서 살 수 없으니 위자료로 5억원을 주면 외국으로 떠나겠다’면서 ‘만약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선수 생활을 할 수 없게 손가락을 잘라 버리겠다’는 끔찍한 내용이었다. 임씨는 이씨를 ‘쇼핑 중독자’라고 단정했다.
임창용은 인터뷰 말미에 이런 말을 남겼다. “나도 잘못한 부분이 분명 있다. 솔직히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도 좋아하고 술은 잘 마시지 못하지만 그 분위기를 좋아하기도 한다. 그래서 결혼을 서둘렀다. 결혼 생활을 통해 안정을 찾고 싶었던 것이다. 자주 싸워도 평생을 함께할 여자이기 때문에 이해하고 덮어주려고 애썼다. 경위야 어찌됐든 구단에 죄송하고 팬들한테 미안할 따름이다.
사실 내가 공인이라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이번 일로 공인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아버지 임씨는 조만간 이씨의 부모를 만나 조용히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위자료를 요구할 경우 법정 소송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