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엘류 감독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지만 한국인 들의 따뜻한 배려 등으로 타향살이에 큰 어려움 은 없다고 한다. 임준선 기자 | ||
쿠엘류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23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꺼낸 말이다. 쿠엘류 감독은 대표팀을 맡은 이후 줄곧 비교 대상이 되고 있는 히딩크 감독의 ‘영향력’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물론 히딩크 감독이 이뤄놓은 업적에 대해선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운신의 폭이 좁아지거나 큰 부담을 받는 등의 스트레스는 없다는 설명이었다.
쿠엘류 감독과의 인터뷰는 지난 5월4일 기자간담회 도중 기자의 개별 인터뷰 요청에 의해 전격 이뤄졌다. 당시 기자회견이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감독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쿠엘류 감독에게 개별 인터뷰를 요청했고 쿠엘류 감독도 이에 흔쾌히 응했다. 31일 한·일전을 앞두고 언론사별 릴레이 인터뷰가 시작된 연유다.
먼저 인터뷰 전날 쿠엘류 감독이 한·일전에 출전할 선수 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계약 기간이 끝나는 2004년 8월 이후에도 한국에 남고 싶다’고 말한 배경에 대해 물었다. 즉 2006년 독일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맡고 싶다는 간접적인 의사 표현인지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
쿠엘류 감독은 “(독일월드컵에 대해) 관심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도 계약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예스 또는 노’라고 표현하기 어렵다”면서 “그 문제는 2004년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지금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대표팀 감독 초창기 때만 해도 독일월드컵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했던 태도와 비교해보면 생각의 틀이 여유로워진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독일월드컵 사령탑을 맡겠다고 먼저 말을 꺼내는 것은 부담스러운 듯했다.
“포르투갈 대표팀을 맡을 당시엔 모든 국민들의 관심이 나에게 집중된 것 같아 행동하기가 불편했고 부담스러웠다. 나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국민들, 축구팬들, 선수들, 그리고 언론까지, 모두가 평가자들이었다. 반면에 모로코와 한국에선 언어 소통과 관련해서 가장 큰 불편을 느낀다.”
대부분 감독을 맡고 나면 외롭다는 하소연을 한다. 하지만 쿠엘류 감독은 “내 삶은 전혀 외롭지 않다. 30년 동안 알고 지낸 축구가 있기 때문이다. 난 축구와 결혼한 거나 마찬가지다. 물론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을 잘 이겨내는 노하우를 알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로 축구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나타냈다.
최근 K-리그를 돌며 프로팀 감독을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의 자리를 가진 쿠엘류 감독에게 ‘대표팀을 운영할 때 때론 대화와 타협만으로 풀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다. 즉 때론 ‘고독한’ 결정과 강한 리더십으로 팀을 운영해야 하는 부분도 필요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감독이라는 자리가 항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다. 그러나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절대 독단적으로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처음부터 대화 없이 내 방식만 고집한다면 불협화음이 일어날 게 뻔하다. 최대한 서로의 입장을 존중해주고 배려하는 선에서 일을 처리해야 한다. 프로팀 감독을 만나는 것도 그런 차원에서 진행된 일이다.”
“좀 더 많은 선수들을 테스트해보고 싶어 다른 선수에게 기회(옵션)를 준 것이다. 이동국 선수가 제외됐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난 그를 계속해서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다. 대표팀 선발·탈락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쿠엘류 감독은 한국 선수들이 가능성과 잠재력은 무궁무진하지만 앞으로 좀더 다양한 경쟁과정을 통해 실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충고했다. 연습 때부터 친선경기, 예선경기 등에서 경쟁력을 갖고 성실히 임할 때 월드컵 본선진출이라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미래에 대한 준비를 강조했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한국 생활을 소원했던 쿠엘류 감독은 최근 인기를 모았던 딸 조안나의 교육 문제 때문에 ‘홈 스위트 홈’을 포기하고 ‘기러기 아빠’로 남기로 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자주 보지 못해 힘들기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씨와 친절한 배려 등을 느끼며 한국 생활에 만족감을 내보였다.
하지만 만약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친절한 한국 사람들이 어떤 ‘배신을 때릴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쿠엘류 감독과 축구팬, 언론의 ‘밀월’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성적만이 말해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