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가뭄 끝에 터진 골 덕분에 자신감은 많이 회복됐어요. 그런데 축구는 90분 동안 하는 경기인데 도중에 한 번이라도 실수를 하게 되면 갑자기 컨디션 난조에 빠지곤 해요. 실수했다고 해서 긴장하지 말라는 주문도 있는데 정말 제가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 달리 뭐라 설명 드리기가 어렵네요.
사실 때때로 자신감이 오락가락하거든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정신적인 문제가 플레이하는 데 영향을 미치다보니 여러분이 보시기엔 박지성이 좋았다 안 좋았다 하는 것처럼 비칠 거예요. 정신과 의사의 상담을 받으라고요? 하하 아직 그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빠지진 않았답니다.
이제 곧 한국에서 여러분을 뵐 수 있을 거예요. 10일에 귀국할 예정이거든요. 좋은 모습으로, 값진 열매 안고 돌아간다면 제 발걸음도 가볍겠지만 그렇지가 못해 조금은 찜찜한 생각도 들어요. 그래도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빌 것이라는 기대에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보면 뭔가 상황이 꼬이고 어려울 때 대표팀에 들어갔다 나오면 금세 컨디션이 회복되고 경기력이 되살아나는 경험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도 간절한 마음으로 이전의 ‘전철’을 꼭 밟기를 소원하고 있습니다.
참 <일요신문> 6백호, 축하드릴게요. 제가 뭔가를 선물하고 싶은데 어떤 게 좋을까요? 이전 창간 기념호 때 했던 삼행시를 다시 한번 해볼게요. 최근 이런저런 구설수에 올랐던 ‘대표팀’을 주제로 운을 띄워보겠습니다.
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구 대표팀입니다.
표: 표류하고 있는 대표팀이지만 조금만 더 시간을 갖고 기다린다면
팀: 팀을 구성하는 코칭스태프, 선수들 모두 축구팬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번 희망을 보여드릴 겁니다. 대~한민국 파이팅(100% 박지성 작품임. 너무 근사하죠?)!
11월7일 에인트호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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