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중 타팀 감독 되자 몰래 ‘찰칵’
그러나 SK는 이 승부수를 한동안 감춰야만 했다. 일찌감치 4강에서 탈락하며 팀 재건 작업에 돌입, 조범현 감독 선임을 결정했지만 발표는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조범현 감독은 삼성의 배터리 코치였고 삼성은 정규 시즌을 1위로 마치며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 중이었다. SK 입장에선 한국시리즈가 끝나기 전까진 삼성 소속 코치를 감독으로 영입한다는 발표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SK도 손을 놓고만 있을 순 없었다. 팀을 새롭게 꾸린 지 얼마 되지 않아 구단 인지도가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조 감독 영입 결정에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이미지를 끌어 올리겠다는 계산도 숨어 있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조범현 감독에 대한 홍보에도 많은 공을 들이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곧바로 언론에 릴리스 할 보도자료에 SK 유니폼을 제대로 갖춘 사진을 뿌리려 한 것도 그때문이었다.
문제는 사진을 찍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었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고 한국시리즈 기간에 움직일 수도 없었다. 결국 생각해낸 방법이 ‘몰카’였다. 보통의 ‘몰카’와 달리 찍히는 사람은 알지만 보는 사람은 몰라야 하는 ‘몰카’였다.
삼성이 수원 원정을 왔을 때가 D데이였다. 조 감독에게 몰래 연락을 취한 SK 홍보팀은 수원의 한 구석진 거리로 조 감독을 불렀다. 조 감독을 만난 뒤에는 곧바로 유니폼 촬영에 들어갔다. 배경은 한적한 한 건물의 벽이었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데는 성공했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좀처럼 환한 사진을 찍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 감독의 유난히 검은 피부 때문이었다. 조 감독은 야구계에서 손 꼽히는 검은 피부의 소유자. 밤거리에서, 그것도 눈에 띄지 않으려면 플래시를 함부로 펑펑 터트릴 수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찍어 봐도 밝은 분위기의 사진이 나오질 않았다. 당시 촬영을 진행했던 류선규 파트장은 “최대한 환한 사진을 얻기 위해 한참 땀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조 감독은 좀처럼 짜증을 내지 않았다. 귀찮고 힘들었을 텐데 내색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참 신사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을 그때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철우 이데일리 야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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