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케이비엘 센터 에서 열린 2016-2017 KBL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KGC양희종,오세근,김승기 감독, 삼성 이상민 감독,주희정,김준일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고성준 기자
[일요신문] 프로농구가 6개월간의 대장정에 챔피언결정전만을 남겨두고 있다. 우승컵을 놓고 7전 4선승제 대결을 벌일 주인공은 안양 KGC 인삼공사와 서울 삼성 썬더스다. 양팀은 김승기(KGC)와 이상민(삼성), 명가드 출신 감독들이 각각 팀을 맡고 있고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전력이 더욱 안정화되는 등 공통점을 갖고 있어 맞대결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규리그 1위로 4강서도 3-0 승리를 거둬 자신감이 충만한 KGC와 정규리그 3위로 6강과 4강서 3-2 접전 끝에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한 삼성. 과연 어느 팀이 농구계 대표 우승 세리머니인 ‘그물 커팅’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케이비엘 센터 에서 열린 2016-2017 KBL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KGC김승기 감독과 삼성 이상민 감독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고성준 기자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은 22일부터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시작된다. 챔프전에 진출한 KGC와 삼성은 각각 스타플레이어 출신 김승기-이상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어 더욱 흥미를 자아낸다. 김승기 감독은 중앙대 90학번, 이상민 감독은 연세대 91학번으로 1년 차이 선후배 사이다. 고교 시절부터 주목받는 선수이자 같은 포지션인 포인트 가드였던 이들은 이후로 때로는 상대팀 선수로 맞대결을 펼쳤고 때로는 팀 동료로 손발을 맞추기도 했다.
1972년 같은 해에 태어난 이들은 청소년대표, 대학대표, 국가대표 등 각종 대표팀에 항상 같은 포지션으로 뽑혀왔다. 군 입대도 같은 시기에 했던 이들은 상무에서 강력한 전력을 구축해 팀을 농구대잔치 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플레이 스타일은 ‘터보가드(김승기)’와 ‘컴퓨터가드(이상민)’라는 별명으로 볼 수 있듯 상반된 모습이었다.
프로에서의 선수생활은 이 감독이 좀 더 돋보였다. 김 감독도 2003년 우승을 맛봤지만 이 감독은 농구계 당대 최고 스타였다. 1998년과 1999년에는 정규시즌 MVP 수상 등 오랜시간 국내 최고 가드로 활약했다. 뛰어난 기량을 펼친 이 감독은 가장 큰 함성을 자아내는 선수이기도 했다. 그는 올스타전 팬 투표가 시작된 2001년부터 은퇴 직전까지 9년 연속 최다득표를 독식했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는 ‘산소 같은 남자’ 이상민이 소재가 됐을 정도다. 여전히 서울 삼성 홈경기에는 당시부터 이 감독을 따르던 팬들이 경기장 한 쪽에 자리하고 있을 정도다.
부상 등으로 이 감독에 비해 선수생활을 일찍 마감한 김 감독이지만 2006년부터 약 9년간 코치로 많은 경험을 쌓았다. 이는 이 감독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 감독은 지난 20일 KBL 센터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김 감독은 코치를 오래 했다. 지도자 경험 면에서 나를 앞선다. 나는 지도자 경력이 짧아 초반엔 조급증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2010년 현역 은퇴 이후 2년간의 미국 지도자 연수 이후 2012년부터 삼성 코치를 맡다가 2014년부터 감독으로 부임했다. 김 감독도 “코치 생활을 오래한 부분이 팀을 조직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로를 잘 알고 있는 두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즉흥적으로 ‘유니폼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팀의 상징 색깔이 빨강과 파랑으로 각각 대비되는 양팀이다. 김 감독은 이를 언급하며 “시리즈 내내 홈·원정 유니폼을 바꿔입지 말고 각각 빨강과 파랑으로 계속 갔으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이 감독도 이에 동의했다. 자리에 있던 KBL 관계자도 규정상 문제가 없음을 밝히며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 삼성의 아킬레스건, 체력
KGC는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해 4강에 직행하고 3-0 ‘셧아웃’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여유 있게 결승점에 도착해 상대를 기다리는 입장이었다. 이와 달리 삼성은 6강부터 인천 전자랜드와 고양 오리온을 상대로 매경기 접전을 펼치며 힘들게 올라왔다. 두 시리즈 모두 3-2로 5차전 까지 가는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체력 문제가 삼성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챔피언결정전이 7차전까지 이어진다면 삼성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팀들보다 이번 시즌 17경기를 더 치르게 되는 것이다.
정규리그보다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뛰며 팀을 챔프전에 올려놓은 삼성 주희정. 연합뉴스
삼성은 많은 경기를 치르며 주축 선수들의 출장 시간도 길어졌다. KBL 최고 외국인 선수이자 삼성 핵심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플레이오프 매경기 풀타임에 가깝게 뛰었다. 주전 가드 김태술이 부진하자 ‘프로 20년차’가드 주희정은 20분이 훌쩍 넘는 출전시간을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의 체력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이유다.
챔피언결정전에 나서는 선수들 생각은 이와 달랐다.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KGC 오세근은 미디어데이에서 “5차전까지 치르는 것이 고생스럽지만 삼성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든 기색이 안보인다”고 말했다. 삼성 주희정은 “힘든 경기를 치러도 하루 푹 자면 몸이 돌아온다”며 “전성기 때보단 힘이 부치긴 하지만 하루면 회복되는 몸을 갖고 태어났다. 자신있다”고 했다.
라이벌로 꼽히며 매경기 신경전을 펼쳐온 양희종(왼쪽)과 문태영. 연합뉴스
KGC와 삼성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의 대결 이전부터 특별한 관계를 형성해왔다. 정규리그 성적은 KGC가 우승을 차지해 3위 삼성에 앞서지만 서로간의 맞대결만 살펴보면 올 시즌 삼성이 4승2패로 앞선다. KGC는 삼성을 상대로 시즌 전반기 내리 3연패를 당했지만 4, 6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뒀다. 삼성을 이기는 방법을 찾은 듯 한 모습이었다. 특히 6차전은 KGC의 일방적인 경기였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정규리그에서의 맞대결에 대해 오세근은 “1차전이 기억에 남는다”며 “크레익이 특별한 유형이라 대응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여러 번 만나면서 성향을 파악했다”고 평가했다. 김승기 감독도 “크레익에 완벽한 대비를 마쳤다”고 했다. 이에 이상민 감독은 “6차전 때는 크레익이 부진했지만 그때와 지금 크레익은 다르다”고 응수했다.
삼성의 주축 가드 김태술과 주희정은 모두 KGC에서도 선수생활을 했던 경험이 있다. 특히 김태술은 KGC가 첫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던 2012년 당시 주축 멤버로 활약했다. 김태술은 이번 챔프전에서 친정팀에 비수를 꽂겠다는 각오를 전한 바 있다. 이에 양희종은 “김태술과는 워낙 친한 사이다. 김태술이 우리를 잘 아는 만큼 우리도 그를 잘 알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주희정에 대해서도 “내가 프로에 입단할 때 최고참이셨고 농구를 많이 배웠다. 20년간 프로에서 주축으로 활약한다는 사실에 존경심이 든다”면서도 “챔프전에서 만나게 돼 영광이지만 우승은 우리가 할 것”이라고 했다.
양팀 주장인 양희종과 문태영의 경쟁도 이번 챔프전을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포인트다. 이상민 감독도 “문태영, 양희종 같은 좋은 라이벌이 있다는 점이 재밌다. 너무 격하지만 않다면 팬들도 즐길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대표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기도 했던 두 사람은 같은 포지션에서 경기마다 서로 몸을 부딪혀야 하는 운명이다. 공격력이 뛰어난 문태영을 양희종이 오랫동안 전담마크해왔다. 이들은 경기마다 신경전도 자주 보이며 경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기도 했다. 양희종은 “농구는 정해진 룰 안에서 몸싸움이 허용되는 스포츠다. 문태영과의 몸싸움은 반칙을 주고받기도 하지만 경기의 일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잦은 충돌에 대해 팀 동료들도 의견을 전했다. 삼성 주희정은 “문태영이 유독 KGC전에서 불이 붙는다. 문태영과 양희종 중에 누가 먼저 도발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KGC 오세근도 “양희종도 먼저 과격하게 하는 성격은 아니다”라며 재치 있게 대응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