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KAVO 지분 41%가 SK건설에 넘어갔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KAVO의 대표지주가 지역 민간기업이 아닌 대형건설사로 넘어갔다는 것은 그동안 상당금액의 전라남도 예산과 국비를 투자해 초석을 닦아 놓은 영암군 삼호읍 전체 개발권은 물론 경기장 사용권, 향후 대회운영에 따른 이득이 고스란히 대형 건설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남도가 대회운영 자금에 있어 상당 부분 빚보증을 선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그동안의 빚은 지자체가 안고 그로 인한 수익은 대형 건설사가 가져가는 모양새가 됐다.
전남도를 살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여겼던 세계 3대 스포츠 F1. 질주가 끝난 후 불어닥친 매서운 후폭풍 실태를 들춰봤다.
‘F1프로젝트’가 전남도를 살릴 핵심산업으로 등장한 것은 2006년 5월 31일 열린 지방선거 기간이었다. 당시 재선을 노리고 있던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임기 중이었던 2005년 2월부터 유치협상을 시작해 지방선거가 열리기 약 3개월 전인 2006년 2월 8일 F1을 운영하는 스포츠마케팅기업 FOM(Formula One Management)의 버니 회장과 F1 행사를 향후 7년 동안 개최할 것에 합의했다고 알렸다. 그는 재정자립도 최하위인 전남도를 살릴 방안으로 세계 3대 스포츠 개최권을 따낸 것이라며 “F1 대회로 대규모 해외자본 유치가 가능하다. 이러한 계획에 무리가 없도록 도지사를 다시 한 번 맡겨 달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공약은 민심을 움직였고 그는 재선에 성공했다.
박 지사의 말처럼 F1 사업은 재선 전부터 이미 시작돼 있었다. 민주노동당 전남도당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2월 MBH(엠브리지홀딩사)가 국내 최초로 FOM과 F1 유치 협의를 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MBH는 전라도에 기반을 둔 중견건설업체 금광기업이 실질적으로 돈을 투자하고 있는 회사다.
▲ 지난 10월 24일 영암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린 2010 F1 코리아 그랑프리 결승전에서 머신들이 비가 내린 써킷을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
당시 KAVO의 지분은 MBH가 51%, 전남도 20%, 제3의 투자자가 29%를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KAVO는 전남도 민간 기업과 지자체가 협력한 민관합작회사의 성격을 가졌다. 이러한 법인의 정체성 때문에 이후 국비지원과 지역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처음 사업계획서 상엔 MBH가 F1 경기장 건축 및 행사 전반의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기로 돼 있었다. 당시 계획서에는 MBH가 공사비 2000억 원을 대고 부지매입 및 진입로에 드는 800억 원 정도를 전남도가 부담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대회준비가 시작되며 부담은 점차 전남도 측으로 전가됐다. FOM에 납부해야 하는 1년차 개최권료인 360억 원부터 당장 전남도의 부채로 안겨졌다. 전남도는 MBH가 해당금액을 지불할 것을 보증하는 신용장을 영국계 모 은행에 개설했다. 이 신용장을 전남도 명의로 개설해 FOM 측에 제출한 후 결국 전남도의 지방채로 개최권료가 납부된 것으로 확인됐다.
영산강 일대 간척지 56만 평에 세계 최대 규모의 경주장을 지을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에 대한 대가도 고스란히 전남도의 몫으로 돌아왔다. MBH가 투자하기로 했던 2000억 원의 비용은 국비 880억, 도비 880억, 민자 PF(별도의 담보물 없이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보고 금액을 빌려주는 것) 1640억 원으로 대체됐다. 민자 PF 보증을 선 것도 전남도였다.
민주노동당 전남도당이 제공한 최초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전남도 측은 향후 KAVO의 운영비를 PF로 처리하고 대회가 끝난 후 벌어들인 수입으로 PF를 상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F1 행사가 끝난 현재 F1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180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애초의 투자 약속을 어긴 KAVO의 대표 주주사였던 MBH는 대회 시작 전이미 51%의 지분율을 17%로 낮췄다. 당시 지분율을 낮춘 배경은 F1이 열리는 지역이 삼호개발지구에 포함돼 기업도시특별법 대상지역이 됐기 때문이다. 기업도시특별법상 신용등급 BBB 이상의 기업만이 해당 지역 투자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중견건설사에 지나지 않는 금광기업이 주된 투자자인 MBH는 더 이상 경기장 내 투자에 나설 수 없게 됐다. 따라서 대표주주였던 MBH는 지분 34%을 토해내 전남도와 전남개발공사, SK건설에 조금씩 이양했다.
그러나 대회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설상가상으로 MBH에 실질적으로 돈을 투자했던 금광기업이 법정관리신청에 들어가면서 전남도가 보증을 선 PF에 대해 금융권으로부터의 빚 독촉이 시작됐다.
결국 채무를 감당하지 못한 KAVO 측은 11월 17일 MBH의 지분 17%를 무상으로 SK건설에 넘겼다. 이에 따라 KAVO는 SK건설이 41.67%, 전남도 28.83%, 전남개발공사 15%, 신한은행 6.67%, 농협중앙회 6.67%, 광주은행 1.16%의 지분을 가진 법인으로 바뀌었다.
KAVO의 정체성이 바뀐 상황에서 F1 경기장 일대가 포함된 삼호개발지구 전체의 개발권을 KAVO가 사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다. 11월 18일 기자와 통화한 민주노동당 황성효 정책위원장은 “KAVO의 최대주주가 SK건설이 된 상황에서 삼호개발지구 개발권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대규모 혈세를 투입하며 시작된 사업을 부자기업이 손 하나 대지 않고 먹어 치우는 셈이다”고 말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MBH의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수행비서 출신으로 박 지사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장홍호 씨로 확인됐다.
손지원 기자 snorkle@ilyo.co.kr
빛도 못 볼 땅에 빚만 왕창 질 판
농사만 지을 수 있었던 간척지 56만 평이 F1 경기장으로 변모한 후 부지가치는 얼마나 상승했을까. 인근 지역 부동산 업체들은 “농사만 지을 수 있었던 간척지가 기업도시특별법 통과와 함께 아파트, 병원, 고층 빌딩까지 들어설 수 있는 땅이 된 셈인데 아마 적어도 20배가량 뛰지 않았겠느냐”고 예측했다.
그렇다면 이 부지를 매입한 KAVO는 얼마에 이 땅을 사들였을까. 애초 전남도에서는 경기장이 들어설 간척지 56만 평을 소유주인 한국농촌공사로부터 매입하는 데에 350억 원가량이 든다는 이유로 국비 및 도비를 지원받았다. 그러나 취재결과 대회가 끝난 지금도 해당 부지를 매입하지 못한 채 달라진 부지 가치의 감정 평가를 받고 있는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F1 경기가 실패로 끝나 KAVO 측이 부지매입비용을 납부하지 못할 경우를 염려해 ‘이행보증조건’으로 부지 양도양수에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KAVO 측이 부지 사용료를 내지 못할 때 보험사가 대신 농어촌공사에 비용을 내는 형태다.
일각에서는 최대 지주로 떠오른 SK건설이 부지매입 비용을 대지 않겠느냐고 예측하고 있지만 애초 사업계획서대로라면 부지매입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당사자는 전남도로 명시돼 있다. 때문에 대회준비과정에서 막대한 재정 부담을 껴안은 전남도가 또 다시 7년치 빚더미를 껴안고 F1을 끌고 갈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한 이득은 대형건설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