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매출 공백 메우고 고용 유지 목적…이통사 대리점 측 “상생협약 위반”, 점유율 고민 삼성전자도 큰 부담
#LG전자-애플 동맹 형성
지난 6월 21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와 동반성장위원회가 LG베스트샵 운영사인 하이프라자에 동반성장협약 준수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한에는 LG전자가 전국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을 판매하면 2018년 5월 체결된 ‘이동통신 판매업 대·중소기업 상생협약’을 위배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협회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에도 “대기업이 자체 매장을 활용해 제품을 판매하면 영세 대리점들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아이폰 판매 대행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LG전자가 LG베스트샵에서 애플 아이폰 제품 등을 판매하게 되면 상생협약을 위반한 것이라 볼 수 있다”면서도 “‘팔면 안 된다’라고 상생 협약한 건 아니고, 상생안에 아이폰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LG전자가 오는 8월부터 전국 400여 개 LG베스트샵 매장에서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의 애플 제품 판매를 검토한다고 알려졌다. LG전자는 애플을 통해 MZ세대(1980년생~2004년생)의 발걸음을 유도하고, 애플은 LG베스트샵을 판매 거점으로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특히 LG전자가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을 판매해도 이를 제재하긴 어렵다. 휴대폰 판매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포함되지 않는다. 오는 9월 ‘아이폰13(가칭)’이 공식 출시되면서 LG전자와 애플 동맹의 첫 성적표가 나올 전망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LG베스트샵은 애플과 협력해 기존의 모바일 매출을 유지·확대하고, 대형가전에 관심이 많지 않던 젊은이들까지 고객층을 확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동맹의 배경으로 LG베스트샵 모바일 직원들의 고용 유지도 거론된다. 7월 31일 LG전자는 23분기 연속 적자를 낸 모바일(MC) 사업에서 철수한다. MC사업부 직원 3000여 명은 LG에너지솔루션 등의 계열사로 재배치되고 있다. 하지만 LG베스트샵 모바일 매니저들에 대한 구체적인 고용유지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에 지난 4월 LG베스트샵 운영사인 하이프라자에는 노조가 연이어 생겼다. ‘바른노동조합지회(가칭)’가 먼저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에 가입했고, 그 규모는 600여 명에 달한다. 당시 노조 설립의 주요 사안으로 △물동량 예측 실패 부담 떠넘기기 중단 △무분별한 해고 금지 △모바일 담당자 고용유지 등을 제시하면서 사측과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산하 ‘하이프라자 노조’가 출범했다.
바른노조는 “성과에 따라서 정규직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한다는 것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장거리 인사이동을 통해 실질적으로 사직을 종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질적인 고용유지 방안을 논의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한편 LG전자는 애플카 유력 협력사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스와미 코타기리 마그나 CEO(최고경영자)는 자동차 애널리스트 협회 행사에서 “마그나는 애플카를 제작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제조공장을 증설할 의향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7월 1일 LG전자와 글로벌 3위 자동차 부품사 마그나의 합작법인 LG마그나가 공식 출범된다. LG전자는 LG마그나의 매출이 내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50%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LG전자 관계자는 “아이폰 판매에 대해서 검토 중이고, 현재로서는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해외에 이어 국내까지 위협받는 삼성전자
삼성전자 관계자는 “LG베스트샵 아이폰 판매 관련해서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없을 것 같다”고 했지만 삼성전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가전·무선사업부와 한국총괄 관계자들은 LG전자와 애플 동맹을 접하고선 긴급회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업계에선 애플의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이 30%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65%, 애플 20%, LG전자 13%다.
실제 삼성은 글로벌 5세대(G)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에 밀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애플은 첫 5G폰 ‘아이폰12’를 출시한 후 올해 1분기 5G 스마트폰 점유율 29.8%로 1위에 올랐다. 뒤를 이어 중국 제조사 오포(15.8%), 비보(14.3%)가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4위’(12.5%)로 후퇴했다.
전체 스마트폰 시장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1년 삼성전자가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선 이후로 줄곧 점유율 20%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9.5%로 10년여 만에 20%대 아래로 내려갔다. 같은 기간 애플은 15.5%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16%)는 애플(21%)에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IT‧모바일(IM) 사업부 매출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100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중저가 모델을 연이어 내놓고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S21 출시를 두 달가량 앞당기면서 잠시 놓쳤던 점유율 1위를 탈환했다. 그럼에도 매출액 기준으로는 애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수익 차이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애플은 전 세계 스마트폰 매출에서 42%를 차지한 반면 삼성전자는 17.5%에 그쳤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IM부문은 갤럭시S21 출하량이 감소하고, 갤럭시A 시리즈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ASP(평균판매단가)가 10% 이상 하락하고 영업이익도 2조 원대로 감소할 것”이라고 2분기를 전망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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