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모델 다른 기업 비교대상 선정 논란…은행보다 규제 덜한 카카오페이 성장성 기대 더 커
지난해부터 국내 기업공개(상장·IPO)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이른바 ‘한탕’ 식 공모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가 금융 대장주인 KB금융지주를 훌쩍 뛰어 넘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공모가 산정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지적되면서 과연 단숨에 금융 대장주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뒤이어 상장될 카카오페이와 비교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예상 기업가치의 절대 규모는 카카오페이가 카카오뱅크보다는 작지만, 성장성이나 수익성과 혁신성 면에서 더 유망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가 많이 오른 기업들만 뽑아내 비교
카카오뱅크 공모가 산정에는 상대가치 평가법이 적용됐다. 상장된 기업 가운데 사업영역이 같거나 비슷한 곳을 골라, 현재 시장에서 얼마나 가치를 평가 받는지 따진다. 비교대상 몇 곳의 평균치를 구해 그 값을 적용한다. 비금융기업은 주당이익(P/E)과 경제적가치(EV)를, 금융사는 주당순자산(P/B)을 활용한다. 미래가치를 추정하는 절대가치 평가법보다 비교적 간단하고 객관성도 높지만 비교대상 선정이 중요하다.
카카오뱅크 주관사인 KB증권, 크레디트스위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전세계 주요 증시에 상장된 은행, 자산관리, 데이터 및 거래처리, 모기지 금융 285개사 가운데 영업수익 연평균 성장률이 15% 이상인 곳 56개사를 추렸고, 이 가운데 4곳을 최종 선정했다. 신설 회사인 카카오뱅크의 영업수익 성장률이 높은 것은 당연한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최근 3년간 매출이 급증한 회사들을 뽑아냈다. 즉 주가가 많이 오른 회사만 골라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모델이 가장 유사한 해외 인터넷은행인 중국 위뱅크나 일본 세븐뱅크 등은 모두 빠졌으며, 비슷한 규제를 적용받는 국내 금융회사들은 배제됐다. 최근 주가 흐름이 좋지 않았던 국내 금융사들은 거의 모두 PBR(주가를 주당 순자산 가치로 나눈 값)이 1.0배(자본총계 대비 시가총액의 배수) 미만이다. 위뱅크는 상장사가 아니어서, 세븐뱅크는 최근 성장률이 6% 수준으로 카카오뱅크와 차이가 커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4곳을 보면 PBR이 가장 낮은 곳은 카카오뱅크와 닮았지만, 공모가를 높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나머지 3곳은 확연히 다른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 1985년 설립돼 뉴욕거래소(NYSE)에 상장된 로켓컴퍼니는 미국의 소매여신 플랫폼이다. 미국 최대 주택담보대출 회사이기도 하다. 주택담보대출 등 여신 비중이 81.2%다. 구조상 카카오뱅크와 가장 닮았다. PBR은 4.6배로 4곳 가운데 가장 낮은 밸류에이션을 보였다.
비교기업 중 NYSE에 상장된 패그세구로는 2006년 설립된 브라질의 금융기술 회사다. 여신보다는 결제 관련 수익이 많다. 카카오뱅크보다는 카카오페이에 더 가깝다. PBR은 8.8배다. TCS홀딩스는 러시아 디지털은행 틴코프뱅크 최대주주로 영국 런던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이자수익 비중이 60%를 넘고 비금융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어 카카오뱅크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PBR은 8.0배다. 1996년 설립된 스웨덴의 디지털금융 플랫폼 노드넷은 북유럽 디지털 금융플랫폼이다. 전체 매출 가운데 수수료 수익 비중 75% 이상이어서 이자이익 비중이 높은 카카오뱅크와는 거리가 멀다. PBR은 7.6배다.
4곳의 PBR을 산술평균한 값이 7.3배다. 이를 카카오뱅크의 자본총계와 곱하면 주당 4만 8058원이 나온다. 여기에 최근 5년간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할인율 상하단 평균 18.3~31.3%를 적용해 3만 3000원~3만 9000원의 공모가 밴드를 완성시켰다.
경제에서 자금중개 역할이 큰 은행은 금융업 가운데 가장 규제가 강하다. 국가별 환경도 상이하다. 카카오뱅크 증권신고서를 보면 이번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사업위험, 회사위험을 설명하고 있다. 은행산업에 대한 위험, 규제에 대한 위험이 대표적이다. 대출규제와 금융소비자보호 등의 변수가 존재한다. 비교기업 선정과정에서 두 가지 위험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카카오뱅크 상장이 이뤄지면 공모가보다 높은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최근 IPO에 천문학적 자금이 모이는 점을 감안하면 카카오뱅크도 치열한 청약경쟁이 예상된다. 상장 신주 배정은 기관 55%, 일반 25%, 우리사주 20%다.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집안 싸움?
카카오 금융부문 내 비은행 부문은 카카오페이가 맡고 있다. 2017년 2월 알리페이(앤트파이낸셜)가 2300억 원을 투자할 때 주당 가치는 3만 980원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6월 카카오페이의 3자 배정 유상증자 때 신주발행가는 1주당 4만 9365원이다. 이 값으로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카카오페이 기업가치를 계산하면 1조 1000억 원이다.
지난 4월 말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시스템 카인드(KIND)에 공개된 카카오페이 예비심사 청구서에는 희망공모예정가 7만 3700~9만 6300원, 공모예정주식수 2000만 주 공모예정 금액 1조 4740억~1조 9260억 원으로 게재됐다. 상장예정주식 수는 1억 3336만 7125주며,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9조 8292억~12조 8433억 원이다.
카카오페이는 은행보다 자본규제가 덜한 결제, 보험, 증권을 주력으로 한다. 카카오뱅크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증권사 추정치는 15조 원까지 나오고 있다.
카카오페이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카카오뱅크와 마찬가지로 면 7월 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주 청약을 실시할 예정이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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