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대출 억제하고 불법 엄단 부동산 유입 자금 옥죄어…경제도시 선전 거래량 급락 “침체기 접어들었다”
현재 시중 은행에서 주택 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선 줄을 서야 한다. 심사가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빌릴 수 있는 액수도 줄었다. 당국은 부동산으로의 자금 유입이 과도하다고 판단, 올해부터 규제에 나섰다. 그 결과 부동산 대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우선 대출 증가 속도가 크게 줄었다. 2021년 4월 말 부동산 대출 액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했다. 하지만 이 속도는 8년 만에 최저치다. 전체 대출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5%포인트(p) 하락했다. 이 비중은 올해 1월부터 계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업체, 금융권 등이 내놓는 재테크 상품에서 부동산 분야 투자 규모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 감독 당국의 강력한 억제 정책의 열매라고 입을 모은다. 한 은행권 인사는 “당국이 부동산을 관리하면서 대출 증가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면서도 “무조건 막을 게 아니라 부동산 매수자의 수요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어떤 게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국은 ‘집은 살려고 있는 것이지 투기용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다. 중국은행보험관리감독위원회 량타오 부주석은 “부동산 억제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집값의 비이성적인 등락을 막아 부동산 시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빠르게 잡을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당국은 크게 3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첫째, 부동산업체들의 개발대출과 주택구입자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 중 전자를 집중 관리했다. 둘째, 130건에 달하는 부동산 규제 조치를 실시했다. 셋째, 부동산 불법행위를 엄벌했다.
량타오 부주석은 “최근 은행 5곳에 3억 6600위안(약 530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부동산 대출 과정에서 정해진 규칙을 위반했기 때문”이라면서 “은행감독위원회는 전국 부동산 조사를 계속 실시하고 있다. 위반행위가 발견될 경우 그 누구라도 선처는 절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국이 대출 억제에 나선 것은 부동산으로 지나치게 돈이 몰리고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실물 경제에 쓰여야 할 돈까지 모두 부동산으로 유입돼 경제 발전을 저해할 것이란 전망이 그 바탕이다.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경우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지적도 쏟아졌다. 개인들의 경우 채무 부담이 너무 높아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이었다.
최대 경제도시 선전의 경우 2021년 6월 주택 거래량이 3000채를 밑돌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1만 594채였다. 2021년 5월 주택 가격지수는 4월보다 0.1%p 떨어졌다. 2019년 7월 이후 가격지수가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현재 선전의 주택 거래량은 2020년 동기 대비 80% 가까이 떨어졌다.
선전 중원연구센터는 주택구입 속도가 느려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집값 역시 단기적으론 상승 전망이 없다고 봤다. 선전의 주택정책연구센터 수석연구원 리위쟈는 “선전의 주택 가격지수가 처음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부동산 억제 정책의) 상징적인 효과”라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부동산 중개업소가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선전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최근 두 달 사이 어려워졌다. 직장을 옮기거나 공부를 하기 위해 떠나는 동료들이 늘었다”면서 “올 들어 한 건도 중개를 하지 못한 업소도 꽤 있다”고 털어놨다. 선전부동산중앙협회 통계에 따르면 4월 1일까지 등록된 선전의 부동산 중개업소는 2893개다. 이는 2020년 같은 기간에 비해 9% 하락한 규모다.
당국은 새 학기를 맞아 주요 학교의 인근 집값 상승을 막는 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명문학교 주변 집값은 다른 곳에 비해 월등히 높다. 새 학기엔 수요가 몰리다 보니 더욱 높아진다. 자녀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집을 주기 위한 부모들의 경쟁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는 도시들의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
베이징은 신규로 들어온 주민들은 입학 자격에서 배제했다. 2020년 7월 31일 이후 이전한 주민들은 주요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군으로 배정받게 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의무교육의 질을 높이기로 했다. 학교 간 격차를 최대한 줄인다는 의미다. 상하이에서도 비슷한 정책을 내놨다.
이거연구원 싱크탱크센터 연구총감 엄양직은 “학군에 따른 부동산 가격은 최근 시세를 조작하는 원인이다. 이는 교육의 공평성을 훼손하는 일이기도 하다. 당국은 학군에 따른 집값을 낮추려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군의 명확한 구분이 없다면 굳이 가격이 다르게 형성되지 않을 것이다. 우선 학교들 간 공평한 교육의 기회를 주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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