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와 긴축에 대한 우려로 투자심리 위축…중국 부양책과 3분기 기업 실적이 주요 변수
#원자재 수요 우위
원자재 가격 상승은 공급부족이 주된 원인이다. 원유 수요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근접해가고 있는데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증산에 소극적이다. 환경 부담 등으로 새로운 유전 개발은 물론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까지 위축되고 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유럽 천연가스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활발하지만 아직 글로벌 경제를 감당할 만한 생산과 저장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기상 악화로 농산품 생산도 차질을 빚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대란도 진행형이다. 원자재 가격은 물론 물류비용까지 높이면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돌려보면 결국 원자재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서 빚어진 현상이다. 경제활동이 활발하지 못하면 원자재 수요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관건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가격상승을 소비가 감당할 수 있느냐다. 미국과 국내의 물가상승에도 소비지표는 아직 양호한 편이다. 물건 값이 올라도 소비를 계속하고 있다는 뜻이다. 가격인상에도 기업실적이 견조하다면 주가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곧 시작되는 실적 시즌이 중요하다.
#관건은 미국 재정지출 재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최근 연내 양적완화 축소 돌입을 공식화했다. 2023년이던 기준금리 인상 시점도 내년으로 당겨졌다. 코로나19로 풀린 돈을 회수하겠다는 신호다. 금리 상승은 투자에 있어 원가 상승이다. 제조업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이 갖는 의미와 비슷하다. 이론적으로 채권수익률이 높아지면 주식의 상대적 매력은 낮아진다. 2019년 말 3230이던 S&P500은 지난 9월 4545까지 올랐다. 코로나19 사태에도 40% 이상 급등한 셈이다. 위기극복을 위해 푼 돈이 자산가격을 끌어올린 결과다.
경제 상황이 나아졌는데 연준이 비정상적인 초저금리 상황을 유지할 명분은 적다. 증시 과열도 진정시키고 기준금리도 일정 수준으로 높여 향후 다시 위기가 도래하면 금리를 낮추는 통화정책 여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금리상승을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느냐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협상이 중요한 이유다. 협상이 타결되면 미국은 다시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 금리인상 충격을 상쇄시킬 재료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벼랑끝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결국 타결될 가능성이 크다. 결렬 시 경제 충격이 워낙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결렬된다면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일정에 변화를 가져올 여지가 생긴다.
#진짜 문제는 중국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중국 정부가 돈 잘 벌고 있던 IT기업들 단속에 이어 부의 재분배를 강조하는 가운데 헝다(恒大)그룹 사태가 벌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내수부양을 위해 부동산 투자를 늘렸다. 이 과정에서 민간부채가 급증했다. 2010년 1분기부터 2020년 1분기까지 중국의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6%에서 61%로, 기업부채(금융사 제외)는 118%에서 159%로 불어났다. 집값이 급등했고 양극화가 심화됐다.
헝다그룹 사태는 중국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고, 지난 10년간 경제를 이끌던 중요한 성장엔진이 수명을 다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부동산 값이 20% 하락하면 GDP가 5~10%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다면 중국 경제는 고통스런 차입축소(de-leveraging)를 겪어야 한다. 장기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중국 정부가 민간소비를 견조하게 지탱해내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부의 재분배를 강조하는 것도 부의 쏠림을 해소해 중산층을 새로운 소비주체로 키우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결국 부자 증세를 통한 공공지출 확대다. 투자처는 부동산이 아니라 최근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는 첨단·친환경산업 육성이다. 전문가들이 헝다그룹 사태가 일단락되면 대규모 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점치는 이유다.
#코스피 반등은 언제?
모든 이동평균선이 무너져 기술적 분석은 어렵다. 다만 밸류에이션 하단인 주가수익비율(PER) 10배가 2900선이라는 점에서 지지선으로 인식되고 있다. 2900이 PER 10배로 인정받으려면 실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업이익이 줄면 PER 10배 선은 더 낮아진다. 곧 시작되는 3분기 실적과 함께 4분기 전망치가 어떻게 조정되느냐가 중요하다.
실적과 전망 모두 양호하다면 3000선 회복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이후 다시 거시경제 이슈가 부각되는 11월에 인플레이션과 미국 긴축, 중국 부양책 등의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다시 장기추세선(3200)에 복귀할 동력이 될 수 있다.
증시 회복을 전제로 저가매수에 나선다면 우선 금리상승기 이익 개선이 기대되는 은행·손해보험주가 유망하다. 아울러 재정지출의 수혜가 클 첨단·친환경산업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내연기관에 이어 이동수단의 새로운 동력원이 될 2차전치와 전기차 관련주들도 최근 가격조정이 컸다.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가격인상에도 매출이 견조할 수 있는 곳들도 있다. 주로 독과점적 시장지위를 가진 곳들이다.
최근 코스피 하락 과정에서 수급을 보면 지수 영향이 큰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주의 낙폭이 유난히 컸다. 지수 반등이 이뤄진다면 영향력이 큰 시총 상위주의 반등이 두드러질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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