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문 판명났지만 실적 악화 상황 반영…업계 양극화 속 수익률 122% 펀드도
얼마 전부터 소셜미디어 웨이보엔 중국 최대 경제도시 선전의 한 투자회사 발령 공고가 빠르게 퍼졌다. 펀드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의 업무 능력이 좋지 않아 경비원으로 옮긴다는 내용이었다. 공고 2일 안에 업무 인수인계를 완성하고, 12월 20일부터 새로운 부서에서 근무한다는 첨부 문서도 있었다.
‘역사의 입성’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웨이보 회원은 “선전의 펀드사 발령 공고를 보라. 편법 인원감축인가, 아니면 그렇게까지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인가”라면서 공고가 찍힌 사진을 올렸다. 인터넷상에선 이 펀드매니저가 2021년 한 해 2억 위안(373억 원)가량을 날렸다는 얘기도 돌았다.
발령이 난 펀드매니저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투자회사는 이러한 소문을 일축했다. 언론사들도 취재에 나섰지만 사실무근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펀드업계 관계자는 “악의적인 소문”이라면서 “공모펀드를 관리하고 있는 펀드매니저를 바꿀 경우 공고를 내야 한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보직을 바꿔 인사를 할 순 없다”고 했다.
펀드매니저가 보안요원으로 발령 났다는 것은 헛소문으로 결론이 난 것 같다. 하지만 2021년 출시된 중국의 펀드 상품들이 참담한 실적을 낸 것은 사실이다. 이런 출처불명의 인사 공고가 퍼지게 된 것도 아마 이런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WIND 데이터(중국 금융 통계자료)’에 따르면 12월 24일 기준 전체 펀드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3243개가 마이너스(-)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87개는 하락폭이 2020년 대비 20%를 넘어섰다. 펀드업체들이 조성한 기금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마이너스 30%대의 실적을 기록한 기금들이 수두룩하다.
2021년 발행된 펀드 중 100억 위안(1조 8600억 원)을 넘는 것은 12개였다. 그런데 8개가 발행 이후 줄곧 마이너스 수익률이었다. 가장 부진한 펀드는 2021년 17.99% 적자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6월 8일 조성된 ‘보스 글로벌 중국 교육’은 1만 4000여 펀드 중 가장 하락폭이 컸다. 2021년 한 해 마이너스 50%대다. 처음 발행할 때만 하더라도 큰 기대를 모은 펀드였지만 당국의 사교육 규제 발표 소식이 나왔던 7월 한 달에만 43.79% 급락했다. 12월 26일 기준으론 처음 발행 때보다 52% 하락했다.
베이징SNOWBALL정보과학기술유한공사(베이징유한공사)가 발행한 ‘상하이SNOWBALL 1호 A’ 펀드는 12월 24일 청산 공고를 발표했다. 3월 9일 설립된 후 8개월여 만이다. 이 펀드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31.60%였다. 이 소식이 충격을 준 것은 업계에서 탄탄하기로 유명한 베이징유한공사의 펀드였기 때문이다.
대규모의 플러스 실적을 낸 펀드도 있긴 하다. ‘전해개원공공사업’은 2021년 12월 24일 기준 122.35%의 수익을 냈다. ‘전해개원신경제A’의 수익률은 106.26%였다. 이 2개 펀드가 2021년 펀드 수익 1, 2위를 차지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대부분의 펀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상위 100개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수익을 냈다”면서 “펀드업계에도 양극화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펀드회사 실적이 바닥을 친 주요 이유는 투자한 회사들의 주가가 하락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대형주들은 물론, 주식시장에서 각광을 받았던 종목 대부분이 2020년 대비 주가가 떨어졌다. 펀드매니저 류원후이는 “투자사들은 알리바바 등과 같은 인터넷 기반 회사 주식들을 대거 사들였다. 주가가 떨어지자 또 매입했다. 이를 계속 반복했다. 결국 한계가 왔다. 주가가 크게 반등하지 않는 한, 투자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실적 양극화는 펀드매니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적이 좋은 소수의 펀드매니저들은 고액의 연봉을 보장받으며 스카우트됐다. 하지만 회사를 떠나야 했던 펀드매니저들도 적지 않다. 104개 투자사들을 조사한 결과, 2021년 한 해 289명이 업계를 떠났다. 이는 2015년 297명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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