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활용 로봇 생산, 원격 주문 제작으로 비용·시간 대폭 줄여…시장규모 37조원 매달 폭풍 성장
중국의 맞춤복 유행을 이끄는 층은 단연 1990년대생들이다. 이들은 매장을 직접 방문해 구매하는 것보단 맞춤복 구매를 더 선호한다. 맞춤복이 비싸고 오래 걸린다는 것은 옛말이다. 2000위안(37만 원)대의 맞춤복을 일주일 안에 받아볼 수 있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특히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 옷을 맞춰 입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소비자는 일단 온라인에서 원단, 디자인을 고른 뒤 자신의 신체 사이즈를 적거나 또는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된다. 직접 재지 않고도 과연 맞을지 우려하는 이들도 많지만 업체들은 빅데이터 및 AI 분석 등을 통해 최적의 치수를 골라내는 기술을 갖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한 패션 블로거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렇게 썼다.
“매년 춘절마다 식구들을 위해 옷가게를 찾아 새 옷을 장만했다. 하지만 이번엔 온라인에서 맞춤복을 선택했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맞춤옷이 몸에 잘 맞기 때문이다. 또 옷감, 색상, 디자인 등의 선택 폭이 넓어 개성을 담을 수도 있다.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더욱 의미가 있는 옷을 만들 수 있다. 비싸다는 선입견은 옛말이다. 정해놓은 예산에 따라 옷을 맞추면 된다.”
다롄의 현대패션유한공사 담당자 장성밍은 “명절, 휴가철 등의 경우 보통 맞춤복의 주문이 150% 늘어난다”고 했다. 다롄의 한 맞춤복 매장 책임자 선빙 씨도 “2021년 5월에 문을 열었는데 지금까지 2000개의 주문을 받았다. 매달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면서 “설을 앞두고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연구원이 발표한 ‘2020~2025년 중국 의류 맞춤복 현황 분석 및 발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의류 맞춤복 규모는 2600억 위안(48조 4600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류상양 다롄패션협회 회장은 “다롄에서 맞춤복 사업을 하는 매장들은 평균 15%가량 매출이 증가했다. 큰 기업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어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중국 최대 경제도시 선전의 문화전파유한공사 CEO(최고경영자) 우다이치는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개인 맞춤형’ 의류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면서 “사람들은 이제 의류에서 보온 등 기능만을 원하지 않는다. 싼 것만 원하지도 않는다. (맞춤복 트렌드는) 패션 소비가 바뀌어가고 있는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우다이치는 자동화 기술이 발전한 것도 맞춤복 유행에 한몫했다고 강조했다. 봉제 및 재단 과정에 고도의 기술이 도입되면서 맞춤복 제작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이유다.
우다이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체 스캐닝 기술, 생산라인 로봇 등의 기술이 개선됐다. 많은 기업들이 이런 기술들을 원단과 의류 선택에 적용했다. 또 온라인 가상 피팅 기능을 구현했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온라인상에서 원격으로도 맞춤복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맞춤복의 단점으로 거론돼왔던 고비용, 오랜 제작 기간 등을 극복하면서 소비자들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맞춤복 시장이 아직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의류 구매자 상당수는 여전히 매장에서 옷을 구입하고 있다. 또 맞춤복의 대부분 수요는 남성과 여성들의 정장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맞춤복 시장이 유망산업으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했듯, 제품의 긴 생산주기와 비싼 원가만 해결된다면 시장은 빠르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파연구원의 성우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맞춤복 사업은 규모, 효율, 원가 등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 자동화된 생산라인을 기반으로 공급망과 생산망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 맞춤복 업체 관계자도 “스마트화된 빅데이터 분석과 정보 통합으로 소비자들의 주문 정보 명령어를 만든다. 그 후 스마트공장에서 대규모 맞춤복을 제조한다”고 했다.
남성 정장을 생산하는 시니아오는 맞춤복 기간을 대폭 줄인 덕분에 큰 성장을 거둔 대표적인 업체다. 통상 시중의 맞춤 정장은 빨라야 15일, 길면 30일이 걸린다. 하지만 시니아오는 주문부터 제작, 발송까지 걸리는 기간을 최대 7일로까지 줄였다. 이로 인해 적자였던 회사의 실적은 2020년 흑자로 전환했고, 2021년 순이익은 전년 대비 75%가량 늘었다.
시니아오 관계자는 “빅데이터 분석 활용 능력을 높였다. 또 공급망 각 단계를 네트워크 했고, 생산라인에 스마트 기술을 도입했다”고 했다. 시니아오는 맞춤복 제작에 이를 적용하면서 생산 효율은 50%, 품질의 합격률은 90% 늘었다고 밝혔다. 남성복 1위 야고르도 5G와 AI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스마트 생산 플랫폼을 구축하며 대규모 맞춤형 모델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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