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부터 친환경까지 차별화 전략 존재감 약해져…BGF “새 상품 내놓고 서비스도 확장 계획”
#수도권에서 중부권까지…새벽배송 경쟁력 제고 잰걸음
헬로네이처는 기존 서울과 일부 경기 수도권 전역에서 제공했던 새벽배송 서비스를 올해부터 천안·아산·청주·대전·세종 등 중부권으로 확대했다. 중부권은 고객들은 밤 12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 전까지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다. 배송 제휴 운송사도 기존 CJ대한통운과 로젠텍배에서 지난해 8월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를 추가했다. 물류 기지도 기존 부천 신선물류센터 대비 4배 이상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곤지암 물류센터로 지난해 상반기 이전했다.
차별화 전략은 친환경 ‘더그린배송’이다. 기존 새벽배송의 단점으로 꼽힌 과대 포장을 해결하기 위해 재사용 가능한 박스에 상품을 담아 배송하는 서비스다. 고객이 상품 수령 후 다음 주문 시 문 앞에 두면, 수거해 세탁전문업체를 통해 세척한 뒤 상품 배송 시 재사용하기 때문에 폐기율은 제로다. 소비자 반응은 나쁘지 않다. 헬로네이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4배가량 급증했다. 종이박스 배송을 병행한 기존과 달리 지난해 11월부터 새벽배송 모든 지역에 더그린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주문 건수는 현재 기준 석 달 만에 15% 이상 늘었다.
유기농과 프리미엄을 비롯해 비건·저탄고지(저탄수화물·고지방) 등 니치마켓을 노린 점도 헬로네이처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직매입해 판매하거나 현지 상인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D2C(Direct to Customer) 방식으로 맛집도 소개한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업계 최초로 친환경 배송을 시작했고, 저탄고지와 비건 같은 니치 마켓을 노렸다”며 “사업을 지속·안정적으로 운영하고자 곤지암 물류센터로 옮겨 케파(처리능력)도 늘렸다”고 말했다.
헬로네이처는 2012년 출범한 온라인 신선식품 판매업체다. 2016년 11번가를 운영하던 SK플래닛이 지분 전량을 매입하면서 SK텔레콤 자회사가 됐으며 2018년 BGF가 300억 원을 투자하며 경영권과 동시에 지분 50.1%를 확보했다. 당시 홍석조 BGF 회장의 장남 홍정국 사장이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긴 업력만큼 시장 내 존재감이 크지 않다. 현재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은 쿠팡 로켓프레시와 쓱닷컴·롯데온. 마켓컬리·오아시스마켓까지 크고 작은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헬로네이처는 뚜렷한 정체성이 없고 인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켓컬리는 프리미엄 신선식품 상품으로 서울 강남 주부들로부터 입소문을 타며 성장했다. 거래액 규모가 지난해 2조 원으로 늘었고, 올해 3조 원 이상을 목표하고 있다. 신선식품 온라인 주문은 헬로네이처가 앞섰지만 마켓컬리가 이 시장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오아시스마켓은 유기농 프리미엄 기조를 강화하면서 최저가 정책을 펼쳤다. 2011년부터 우리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의 물류·유통업을 위탁받아 오프라인으로 상품을 소싱·공급하며 노하우를 쌓았다. 이후 2018년 8월부터 독자적으로 농수산물 생산자와 직거래를 통해 온라인 배송에 나서면서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업계 내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쓱닷컴과 롯데온은 대기업이라는 탄탄한 뒷배를 가지고 있다. 전국에 산재한 대형마트라는 유통망이 있어 신선도와 가격 경쟁력, 상품 다양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쿠팡프레시는 상품 가짓수와 더불어 빠른 배송, 간편 결제 등이 차별화 요인이다. 이와 비교해 헬로네이처는 두드러진 특장점이 없다는 평가다. 프리미엄이나 비건 식품도 현재는 경쟁사들이 다 갖추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새벽배송은 일반 배송에 비해 운영 시간대가 다르고 물류도 중요해 업체마다 투자를 많이 한다”며 “마케팅과 상품 구색에서도 차별화하려고 치열하게 노력하는데, 헬로네이처는 눈에 띄는 키포인트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우리가 먼저 했는데…
한 발 앞서 추진한 친환경 콘셉트도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서지 않아 경쟁사에 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헬로네이처가 친환경 박스 전략을 먼저 펼쳤으나 쓱닷컴의 ‘알비백’이 더 유명세를 탄 점이 그 예다. 쓱닷컴은 처음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시작한 2019년 6월부터 재사용 가능한 보냉가방 알비백을 내놨다. 당시 활발하게 홍보했을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하겐다즈 등과 협업해 일상에서도 쓸 수 있는 디자인으로 가방을 만들면서 쓱닷컴 신선식품 새벽배송이 널리 확대되는 데에 기여했다. 이후 많은 업체들이 너나할 것 없이 친환경 전략을 펼치며 콘셉트는 일반화됐다.
앞서의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가방은 헬로네이처가 가장 먼저 도입했다.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했으면 관심을 끌었을 텐데, 초기에 조심스럽게 마케팅하면서 좋은 아이템이었지만 덜 주목을 받았다”며 “쓱닷컴은 새벽배송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보냉백부터 온라인 전용 네오 물류센터까지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보냉백을 따로 사고 싶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맘카페에서 화제가 됐다”고 말했다.
친환경뿐 아니라 전반적인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서도 보수적으로 마케팅·투자 전략을 펼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주간배송과 달리 신선식품 새벽배송은 아이를 둔 30대 직장인 여성들이 찾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 아래 저마다 이들을 타깃으로 삼아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오아시스마켓은 프로모션과 광고에 돈을 덜 들이는 대신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그런 오아시스마켓조차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홍보성 게시물과 댓글을 올리며 인지도 제고에 힘썼다는 후문이 들린다.
온라인 장보기 시장의 경우 강자들이 시장에 자리 잡은 데다 재고·신선도 관리가 어렵고 마진도 크지 않은 등 사업 자체도 쉽지 않아 숨고르기만 하다가 타이밍을 놓쳤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BGF가 인수한 초기 업계에서는 헬로네이처가 전국에 깔린 CU 유통망과 당시 SK플래닛이 운영했던 11번가 등 온오프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CU는 별도로 온라인 사업 중이라 헬로네이처와 접점이 없다. 11번가에서도 장보기 서비스에 GS프레시몰·홈플러스·쓱닷컴·이마트몰은 있는데 헬로네이처는 없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새벽배송 시장도 빅플레이어들 위주 재편돼 소비자들이 찾는 곳이 정해져 있다”며 “차별화 지점을 찾기 위해서는 출혈 경쟁을 각오해야 하는데 돈을 쏟아 부어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으니 보수적으로 투자하면서 대기하다가 타이밍을 후발주자들에게 빼앗겼다”고 분석했다.
한계는 헬로네이처의 실적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BGF의 연결 재무제표를 통해 찾은 헬로네이처의 2021년 3분기 당기순손실은 158억 2300만 원으로 전년 동기(194억 8800만 원)보다 소폭 줄었다. 헬로네이처 자체 공시를 보면 BGF가 인수한 2018년부터 매출도 163억 원, 2019년 220억 원, 2020년 427억 원으로 상향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2018년 38억 원에서, 2019년 195억 원, 2020년 158억 원을 기록하면서 수익성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아직 늦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언제든 헬로네이처를 오프라인 유통망 편의점을 접목시켜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커머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편의점 업계 경쟁사 GS리테일이 요기요와 쿠캣을 인수한 가운데 시장에서 밀리지 않는 차원에서라도 BGF는 헬로네이처를 갖고 있어야 한다”며 “정비한 이후 친환경 및 신선식품 등에서 버티컬 커머스(특정 관심사를 가진 고객층을 공략하는 서비스) 개념으로 편의점과 연계하고 근거리 배송을 접목시킬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했다.
BGF리테일은 그간 헬로네이처만의 차별화된 아이템을 만들고 알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고, 현재 내실을 다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의 BGF리테일 관계자는 “프리미엄과 유기농, 비건 등 니치마켓에서 좋은 상품을 합리적 가격으로 제공하려는 노력들을 해왔고 앞으로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대중성도 가져가려고 한다”며 “점진적으로 새 상품을 내놓고 서비스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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