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재 변화나 기술 혁신 강구…‘LFP’ 단점 보완 수요 증가, ‘바나듐’ ESS 시장 공략
이차전지에 사용되는 주 원자재로는 니켈·코발트·망간(NCM)이 꼽힌다. 세 원자재가 들어가는 비율에 따라 622, 811, 523 등 숫자가 뒤따르기도 한다. 최근 전기차 공급량 증가 등으로 이차전지 수요가 늘면서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오르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2월 23일 기준 니켈 가격은 t(톤)당 1만 9226달러 수준이었다. 1년여가 지난 22일 니켈 가격은 2만 5650달러(약 3060만 원)로 치솟았다. 코발트의 경우 지난해 23일 기준 가격은 t당 5만 2000달러였지만 지난 22일 기준 t당 7만 3000달러(약 8709만 원)로 1년 새 가격이 약 2만 달러 상승했다.
망간은 지난해 2월 26일 t당 1395달러였다. 지난해 10월 2505달러를 기록하며 2배에 가깝게 가격이 폭등했다. 이후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지난 18일 기준 1715달러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이 역시 1년 전보다 가격이 상승했다.
#LFP 배터리 CTP 기술 만나 단점 보완
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을 걱정하고 그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리튬·인산·철로 제조한 LFP 배터리가 대안으로 가장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LFP는 가격이 오르고 있는 코발트, 니켈을 포함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NCM으로 만든 삼원계 배터리보다 가격이 약 30% 저렴하다. 반면 안정성은 삼원계 배터리보다 높다. 화재가 일어날 확률이 낮다는 의미다.
전기차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LFP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중국이, 완성차 제조업체 중에서는 테슬라가 LFP 배터리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LFP 배터리는 20만 5895t이 사용됐다. 2020년 5만 9430t보다 4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전문가들은 LFP 배터리 사용량이 늘어난 원인이 가격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LFP 배터리는 낮은 가격과 높은 안정성이 장점이지만, 삼원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고 동일 크기 대비 무게가 무거워 차량 주행거리가 줄어든다는 단점이 커 그동안 전기차에 사용되지 못했다.
하지만 LFP의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기술 개발이 이뤄졌다. CTP(Cell to Pack) 기술이다. ‘셀-모듈-팩’의 구조를 갖는 이차전지에서 모듈을 삭제해 셀을 바로 팩에 연결하는 기술이다. 전문가들은 CTP 기술을 적용한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를 최대 20% 향상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 BYD의 전기차 ‘탕’은 1회 충전시 유럽연비측정방식(NEDC·New European Driving Cycle) 기준으로 505km를 달릴 수 있다. 또 BYD는 현재 중국 내에서 판매 중인 ‘한 EV’의 1회 충전시 최대 주행거리가 NEDC 기준 605km라고 설명한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CTP 기술뿐 아니라 배터리 구조의 마지막 단계인 팩까지 제거해 셀을 바로 자동차에 연결하는 CTC(Cell to Chassis) 기술까지 LFP 배터리에 접목한다면 하이엔드급 차량에 얼마든지 탑재될 수 있다”며 “고성능도 중요하지만, 동일 성능 재화의 단가를 낮추는 것도 기술 혁신이다. CTP, CTC 기술의 등장으로 LFP 배터리의 단점이 상쇄되기 시작하면서 LFP 배터리를 향한 전망이 갈수록 밝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LFP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해 자사 전기차 모델인 EQA와 EQB에 LFP 배터리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포드,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들도 전기차 모델에 LFP 배터리를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흐름에 국내 이차전지 제조업체들도 지난해 LFP 배터리 개발 및 제조에 나섰다. LG화학은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LFP 소재의 장점을 고려해 공간·무게 제약이 없고 비용 경쟁력이 중요한 에너지저장장치(ESS)부터 우선 양산 적용하기 위해 개발을 진행 중이다. 전기차용으로는 LFP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코발트 프리 기반의 저비용 소재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선도해 온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급속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나듐 배터리 부피 커 스마트폰·전기차보다 ESS 시장 공략
최근 이차전지에서 자주 등장하는 원자재가 있다. 바나듐이다. 먼저 바나듐 수용액을 양극과 음극 전해질로 사용하고 이들의 산화 환원 반응을 통해 충·방전하는 이차전지인 ‘바나듐 레독스 플로우 전지’가 있다. 이 전지는 양극의 전해질이 완전히 분리된 탱크에 존재해 리튬이온전지보다 안정성이 높아 화재 위험이 덜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리튬이온 배터리 용량 대비 가격이 30% 정도 저렴한 것도 바나듐 레독스 플로우 전지의 장점이다. 배터리의 충·방전 사이클이 1만 5000회 이상으로 수명도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10배 이상 길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스탠다드에너지가 바나듐이온 배터리 상용화에 성공했다. 스탠다드에너지는 물을 기반으로 전해액을 사용해 발화 위험성을 원천적 차단했고, 배터리 효율성 역시 96%로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높다고 밝혔다.
단점은 부피다. 전해액을 담을 큰 공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스마트폰이나 전기차보다 ESS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스탠다드에너지의 경우 올해 상반기 하이마트 압구정점 지상에 바나듐이온 배터리를 활용한 ESS가 설치된다. ESS를 전기차 충전기의 보조 전력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스탠다드에너지는 최근 롯데케미칼로부터 약 650억 원을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분 약 15%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번 투자로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및 롯데케미칼의 국내·외 거점망을 활용한 전기차 충전소, UAM(도심항공교통) 및 재생에너지 활용 사업에 바나듐이온 배터리 사용을 확대·검토할 계획이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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