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어딘가에서 등불이 되어 세상을 밝히는 이들. 겨우내 얼어붙은 마음을 위로해줄 따스한 밥상을 만나다.
경북 의성에는 33년째 오지마을을 찾아다니면서 이발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위 천사가 있다. 공군 제11전투비행단에서 이발사로 근무하고 있는 박영관 씨(66)가 그 주인공이다. 박영관 씨는 33년째 아내와 함께 이발 봉사를 다니는데 오지마을의 걸어 다니는 미용실 역할을 한다.
경로당에서 임시 미용실을 차리기도 하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는 집으로 직접 찾아가 이발 봉사활동도 펼친다. 덕분에 그에게는 '가위 천사'라는 별칭이 붙었다. 수십 년간 단 한 푼의 보답이 없지만 묵묵히 이발 봉사를 펼치는 그를 만난다.
그리고 가장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경북 의성군 가음면 이1리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쌀쌀한 날씨조차 품어 안을 것 같은 의성 마늘 밥상을 나눈다.
33년째 마을을 찾는 귀한 손님, 박영관 씨는 미용료도 마다해서 마을 주민들은 그해 수확한 농산물을 수확할 때마다 드렸다. 오늘은 특별히 마을 주민들이 모여 그동안의 고마움을 담아 따뜻한 한 상을 차린다.
의성의 특산품인 마늘을 넣어 겨우내 쇠약해진 몸을 챙겨줄 특별식을 준비한다는 이 마을의 부녀회장 장기숙 씨(70). 가마솥에 갈비와 마늘을 넣고 갈비가 부드러워 질정도록 푹 끓인다.
마늘 갈비탕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음식이라 이렇게 마을 분들을 모아 대접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마음만은 늘 대접하고 싶다고. 특별히 마늘과 청양고추는 닭요리에 잘 어울린다며 마늘찜닭을 준비하는데 분주하다.
양념을 고루 버무려 찌면 남녀노소 좋아하는 마늘찜닭이 완성된다. 경북 사투리로 수제비가 ''다불다불' 뜬다고 해서 부르는 다부랑죽. 다부랑죽은 멸치장국에 쌀과 수제비를 넣고 끓인 경북 지방의 향토음식이다.
이 마을은 평균 연령이 80대라 어르신들을 위한 음식도 한 상에 올려본다. 고마움이 담긴 한 상으로 마음을 대신 전달하는 따뜻한 온기가 가득하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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