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출시 첫 주 반짝하고는 시들, 시스템 오류로 가입 대기자 150만…트럼프 불같이 화냈지만 여전히 ‘먹통’
‘트루스 소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기존의 소셜미디어에서 퇴출당한 후 내놓은 보복성 성격의 앱이라는 점에서도 주목 받았다. 더 이상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지자들과 소통을 할 수 없게 되자 보란 듯이 직접 소통 창구를 만들어버린 셈이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는 보수주의 진영이 마음 놓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포부가 담겨 있기도 했다.
이런 바람과 달리 현재 ‘트루스 소셜’은 예상보다 썩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앱 다운로드 수는 초반보다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불안정한 서비스로 아예 가입이 되지 않아 하염없이 대기해야 하는 불편도 겪고 있다.
‘트루스 소셜’은 트럼프가 지난해 10월 설립한 ‘트럼프 미디어&테크놀로지 그룹(TMTG)’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트럼프 참모들의 말에 따르면, TMTG는 온라인 동영상, 엔터테인먼트, 뉴스를 아우르는 ‘영향력 있는 미디어 그룹’을 지향하는 스타트업 회사다.
트럼프가 이렇게 직접 소셜미디어 앱을 출시한 배경에는 사실 보복 심리가 깔려 있다. 지난해 1월 6일 미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인 의회의사당 폭동이 일어나자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은 즉시 트럼프의 계정을 영구 차단하고 나섰다. 당시 폭동을 부추긴 장본인이 트럼프였으며 앞으로 트럼프의 발언이 더 많은 폭력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주류 소셜미디어에서 퇴출당하자 분노한 트럼프는 본인이 직접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트루스 소셜’에 대해 트럼프는 “빅테크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또한 “우리는 지금 탈레반은 트위터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미국 대통령은 침묵하도록 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트루스 소셜’의 운영 방식은 트위터와 흡사하다. 실시간으로 단문 메시지나 사진을 공유하는 형식으로, 정치적 차별 없이 좌우 가리지 않고 자유로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빅텐트 플랫폼’의 형태를 표방하고 있다. 단지 보수층만을 위한 앱이 아니라 자유주의자, 보수주의자, 진보주의자 모두를 위한 곳이라는 것이다.
다만 서비스 약관에 따르면 18세 이상의 성인 인증을 한 후에만 가입할 수 있으며, 거짓 정보,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폭력적이거나 음란적인 콘텐츠를 공유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또한 아이폰을 통해서만 다운로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할 경우에는 이용할 수 없으며,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출시 전부터 관심을 모은 이 앱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BBC 저널리스트인 제임스 클레이튼은 “이 플랫폼은 ‘확성기’를 되찾기 위한 트럼프의 시도”라고 말했는가 하면, 트럼프의 전 대변인이었던 제이슨 밀러 ‘게터’ 최고경영자(CEO)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제치고 점차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CNN의 크리스 칠리자는 “이 플랫폼은 실패할 운명”이라고 비꼬았는가 하면, ‘롤링스톤’은 “‘트루스 소셜’이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플랫폼이 되긴 하겠지만, 서비스 약관에는 이용자가 서비스를 헐뜯을 수 없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뉴욕타임스는 주류 플랫폼 회사들과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운영진들이 IT 분야의 전문가들이 아니란 점도 지적됐다. 가령 TMTG의 설립 멤버에는 트럼프의 리얼리티 쇼인 ‘어프렌티스’에 출연한 라디오 진행자 앤디 딘 리친스키와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 웨스 모스가 포함돼 있다. 또한 트럼프의 측근이자 캘리포니아 출신 하원의원인 데빈 누네스가 최고경영자 자리에 앉아 있다. 이들은 모두 진정한 IT 전문가들은 아니다.
이래서일까. ‘트루스 소셜’은 출시 후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조롱과 비난을 받았다. 시작은 좋았다. 출시 당일에만 약 20만 회 다운로드되면서 애플 앱스토어 순위 1위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처음 한 주 동안 다운로드된 횟수는 87만 2000회에 달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얼마 안 가 관심은 시들해졌으며, 다운로드 횟수도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나자 신규 가입자 수는 주당 6만 명으로 감소했고, 앱스토어 순위는 84위로 밀려났다. 4월 초인 현재는 10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앱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3월 들어서는 다운로드 횟수가 하루 평균 1만 회로 곤두박질쳤으며, 4월 5일 기준으로 지금까지 앱이 설치된 횟수는 120만 회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인기가 시들해진 데에는 시스템 오류 문제도 있었다. 앱을 다운로드한 일부 사람들은 앱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해 계정을 생성할 수 없었고, 많은 사람들은 아예 서비스에 접속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가입 대기자 명단에 오른 사람들만 150만 명에 달했다. 이에 어떤 누리꾼은 “내가 대기를 타다가 순서가 와서 가입을 할 때쯤이면 아마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당선돼 있을지도 모른다”며 비꼬았다.
사정이 이러니 가입자수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비해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본인의 팔로어 수도 그렇다. 현재 ‘트루스 소셜’에서 트럼프의 팔로어는 84만 6000여 명에 불과하다. 이는 트위터 팔로어 8900만 명, 페이스북 팔로어 3400만 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수치다.
현재 트럼프의 계정에는 그가 2월 16일 베타 테스트 버전에 올린 “준비됐습니다! 여러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을 곧 만나게 될 것입니다!”라는 게시글만 덩그러니 올라와 있는 상태다. 4월 초 현재, 트럼프의 공식 계정에는 그 후 아무런 글도 올라와 있지 않다.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인 에릭까지 가세해서 계정을 개설했지만 이 역시도 별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의 첫 번째 게시물은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였으며, 두 번째 게시물은 핫도그를 입에 물고 있는 배우 제이다 핑켓 스미스의 밈 이미지였다.
멜라니아 트럼프의 경우 계정을 만들긴 했지만 가입 후 3주가 지나도록 아무런 글도 올리지 않고 있으며, 장녀 이방카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공식 계정은 아직 생성되지 않은 상태다.
이렇게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트럼프가 불같이 화를 냈고, 이에 누네스 CEO가 트럼프에게 브리핑을 하고 플랫폼 사업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직접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라라고 클럽을 방문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이 자리에서 누네스는 트럼프에게 곧 서비스를 정상화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서비스는 먹통인 상태며, 이에 많은 IT 전문가들은 왜 이 앱이 이렇게 많은 문제를 겪고 있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단순히 서버 문제라면 복구하면 될 텐데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TMTG의 최고기술책임자 조시 애덤스와 제품개발책임자 빌리 부저 등 두 명의 고위 임원이 회사를 떠났다. 또한 최고 법률책임자(COO)인 사우스플로리다 출신의 변호사 로리 헤이어 베드너도 결국 사임했다.
이처럼 서비스가 엉망진창이다 보니 트럼프 본인도 선뜻 나서서 적극적으로 앱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측근은 전했다. 한 측근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플랫폼 사업이 결국에는 수익을 낼 것이라고 희망을 갖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프라임 타임’을 위한 준비가 안됐다는 이유로 게시물을 올리기를 꺼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트럼프가 자신을 내친 트위터를 아직 기웃거리면서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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