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마켓-패션 부문 신규법인 설립해 사업 역량 키우기로…이랜드리테일 “아직은 고려 안 해”
이랜드리테일은 하이퍼마켓 사업 부문과 패션 브랜드 사업 부문을 각각 물적 분할해 ‘이랜드홀푸드’(가칭)와 ‘이랜드글로벌패션’(가칭) 법인을 설립한다. 분할 존속회사인 이랜드리테일은 특정매입 사업 부문을 통해 입점 수수료, 임대 수익 유지, 부동산 개발 및 자회사 지분을 보유한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한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부 재편을 단행한다는 것이 이번 물적 분할의 목적이다. 지난 6월 29일 물적 분할 결정을 위한 이사회 결의를 마쳤고, 22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한 달간 채권자의 절차 기간을 거친 뒤 오는 10월 초 분할 기일을 확정한다.
먼저 ‘이랜드홀푸드’는 킴스클럽과 NC식품관을 운영하면서 지분 투자를 한 오아시스와 협업해 온라인 시장 확대에 나선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7일 오아시스 지분 3%를 330억 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킴스클럽과 연계해 새벽배송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동종 플랫폼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기업인 오아시스의 플랫폼 노하우를 배워 식품전문 할인점 킴스클럽의 성장을 꾀해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무리하게 확장하기보다 흑자를 내면서 안정적으로 키워나가는 마인드가 오아시스와 (이랜드리테일이) 잘 맞는다”며 “이번 투자로 오아이스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랜드글로벌패션’은 브랜드 직수입 사업 역량을 늘려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패션 브랜드 40여 개 자체 브랜드와 해외 명품 직소싱 및 판매 등에 역량을 집중하게 된다.
이랜드리테일의 변화는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지난해 7월 선임된 안영훈 대표이사는 1981년생으로 유통업계 최연소 CEO로 꼽힌다. 안 대표는 중국, 유럽 등 이랜드의 해외사업을 이끌어온 글로벌 비즈니스 전문가로 그룹 내 CHO(인사 최고책임자)를 역임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이랜드파크 대표를 역임한 윤성대 신임대표가 이랜드리테일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랜드리테일은 공동대표 체제 전환 후 사업 부문을 리테일운영부문, 하이퍼부문, 글로벌패션부문, 3개 부문으로 개편했다.
올 초 윤성대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유통산업의 구조가 변하고 시장의 순위가 급변하는 지금 제2의 성장을 이뤄낼 적기”라며 “각 사업부문이 시장과 고객에 맞춰 민첩하고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존 구조를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개편 후 각 사업 부문별로 독립적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면서 물적 분할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물적 분할로 이랜드리테일이 다시 한 번 IPO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랜드리테일의 전 사업 부문이 흑자 구조로 전환된 것이 그 배경이다. 이랜드리테일의 2020년 매출액은 1조 7562억 원, 영업이익은 15억 원을 기록했다. 이어 지난해 매출액은 1조 7249억 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구조조정 등을 진행하며 영업이익은 76억 원으로 개선됐다.
그룹 내 알짜배기로 통하는 이랜드리테일의 IPO 도전이 이번 물적 분할로 좀 더 용이해 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랜드리테일은 2017년 IPO에 도전했을 때 롯데, 신세계 등 백화점의 PER(주가순익비율)을 기준으로 몸값이 책정된 탓에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철회한 바 있다. 중국과의 무역분쟁 등 시장상황 악화도 한몫 했다. 당시 이랜드리테일과 주주사인 이랜드월드는 프리IPO에 참여한 투자자들에게 계약조건에 따라 투자금을 돌려주면서 상당한 규모의 부채를 떠안기도 했다.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 소장은 “상장회사의 경우 물적 분할시 모회사의 소액주주에게 피해가 있지만 이랜드리테일은 비상장회사라 이러한 우려도 없다”고 전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랜드리테일 입장에서는 IPO 성공 시 상장 차익으로 인한 부채 상환이 가능하고,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이랜드그룹이 이랜드리테일뿐 아니라 물적 분할로 설립된 신규법인들도 분할 후 상장할 경우 일종의 '쪼개기 상장'의 행태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IPO에 대해서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물적 분할 후 독립법인이 몇 년간 흑자를 내고 안정화가 되면 다시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롯데나 신세계 같은 백화점그룹들도 패션법인이 따로 있는데 이랜드는 그동안 함께 있다 보니 몸집도 크고 독립적으로 기업을 운영하기 어려웠다”며 “물적 분할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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