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닷컴 IPO 난항과 지배구조 개편 주가에 부담…시너지 효과 두고 의견 분분
그럼에도 주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세계 주가는 지난 5월 한때 26만 2000원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20만 원 초반대에 머물러 있다.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부진하지만 그 외에도 우려 요인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SSG닷컴의 기업공개(IPO·상장) 난항과 지배구조 개편이다.
신세계는 SSG닷컴 지분 24.4%를 보유하고 있다. SSG닷컴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은 정유경 사장의 오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이마트보다 신세계가 이커머스 부진의 여파를 많이 받는다고 분석한다. 이마트는 SSG닷컴 지분 45.6%를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 굴지의 대형마트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이커머스 우려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상장 미룬 SSG닷컴, 지분가치 하락 불가피
SSG닷컴은 당초 지난 4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후 연내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세계적으로 이커머스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내년으로 상장 일정을 늦췄다. 지난해 상장 직후 50달러(약 6만 5400원)를 넘었던 쿠팡의 주가는 지난 5월 8달러(약 1만 470원)대까지 폭락하고, 아마존의 주가도 한때 반토막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SSG닷컴은 2018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블루런벤처스로부터 1조 원을 유치할 당시 2023년까지 상장하겠다고 약속했다. 2023년 안에 상장을 마무리하려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이커머스 기업들의 주가가 회복되면 곧바로 SSG닷컴이 상장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준비는 돼있다. SSG닷컴은 지난해 10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상장 대표 주관사로 선정한 바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SSG닷컴 주관사들은 지난해 말만 해도 최소 10조 원의 몸값은 인정받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당시는 기업 규모가 더 작은 마켓컬리도 7조~8조 원의 가치를 기대 받던 시점이었다. SSG닷컴과 투자자들은 10조 원의 기업가치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예정보다 빨리 IPO를 마무리하려 했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인플레이션 여파가 발목을 잡았다. 미국발 금리 인상 후폭풍으로 이커머스 기업들이 주저앉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공모주 투자 전문 기관들 사이에서는 이커머스 기업에 신규 투자하지 않겠다는 기류마저 나오고 있다. 심지어 마켓컬리는 기업가치를 아무리 높게 측정해도 2조 원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도 마켓컬리는 시장에서 추측하는 몸값보다 낮은 가격으로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업체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수익성도 기대만 못 할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올해 SSG닷컴이 1310억~16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1079억 원)보다 늘어난 수치다. 반면 매출 증가율은 20%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 마켓컬리 등 경쟁사가 마케팅비를 대거 쏟아부으면서 SSG닷컴 또한 적지 않은 출혈이 예상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만약 SSG닷컴이 3조 원 정도의 몸값만 인정받는다면 신세계의 자산가치는 1조 원 이상 급감하는 셈”이라며 “신세계와 이마트는 언젠가는 계열분리 될 가능성이 높은데 신세계 입장에서 SSG닷컴 지분은 경영권이 없는 지분이기 때문에 실질가치는 더 적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배구조 개편도 우려 요인
신세계 입장에서 더 안타까운 것은 SSG닷컴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SSG닷컴은 2020년 기준 전체 매출에서 신선식품 비중이 47%에 달한다. 내부 거래도 신세계보다는 이마트가 많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SSG닷컴은 신세계그룹 계열사를 통해 3750억 원의 매출을 거뒀는데 이 중 76.5%에 달하는 2867억 원이 이마트로부터 발생했다. 신세계로부터 벌어들인 매출은 686억 원이다. 뿐만 아니라 이마트와 신세계가 SSG닷컴으로부터 벌어들인 매출은 각각 2859억 원, 17억 원으로 큰 차이가 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신세계의 매출 급증은 명품 덕분인데 사실 명품시장은 이커머스화하기가 쉽지 않다”며 “신세계와 SSG닷컴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SSG닷컴은 시너지 효과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SSG닷컴 측은 “신세계백화점이 보유한 럭셔리 경쟁력을 온라인에서 그대로 구현하며 명품 및 패션, 뷰티 카테고리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현재 SSG닷컴에 입점한 공식 명품 브랜드수는 플랫폼 중 최고 수준으로 글로벌 명품 뷰티 브랜드를 단독 입점시키며 '데뷔 무대'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SSG닷컴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명품의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의 합병설도 신세계 주주 입장에서는 우려 요인이다. 이베이코리아와 SSG닷컴이 상장할 경우 SSG닷컴의 주가가 저렴할수록 이마트가 합병회사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 지분이 없는 신세계 입장에서는 자칫 양측 합병 과정에서 손실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마트는 에메랄드에스피브이와 아폴로코리아를 통해 이베이코리아 지분 80.1%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 SSG닷컴 관계자는 “당장 상장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므로 시장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 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을 하기 위해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투자자들과의 약정 관련해서는) 일정 이상의 거래액을 달성하면 상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올해도 성장세가 좋아서 달성 가능한 목표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 합병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내부에서 논의되는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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